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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4 (화)

남북정상회담 D-2…美 한반도 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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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 비핵화 세기의 담판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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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최근 제시한 주한미군 주둔 용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지를 긍정적으로 보지만 새로운 건 아니다. 한국은 남북정상회담의 성공 분위기에 취해 있는 것 같은데 미국과 분위기가 다르다."(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석좌교수)

"북한이 완벽한 비핵화에 대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 어떠한 형태의 제재 완화나 한·미·일의 투자 역시 기대할 수 없다. 모든 것은 북한의 결정에 달려 있다."(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

북한 문제에 정통한 국내외 전문가들은 27일 열릴 남북정상회담과 성사가 유력한 미·북정상회담에 대해 실타래처럼 얽혀 있는 북핵 문제를 풀 수 있는 긍정적 신호로 평가했다. 다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제를 다룰 남북, 미·북정상회담에 대한 장밋빛 낙관론을 경계했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석좌교수는 24일 "남북 정상이 만나 원칙적 합의를 통해 비핵화를 달성할 수도 있지만 협상 실패 가능성도 있다"면서 "정상회담이 빨리 열리는 것에 대한 우려도 거기에 있다. 정상에 올라선 다음 잘못된다면 절벽으로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서울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아산정책연구원 주최로 열린 '아산플래넘 2018'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이자 정권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던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재단 이사장을 비롯해 빌 클린턴·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북핵 문제를 다뤘던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 국무부 부장관, 트럼프 행정부에서 주한 미국대사로 유력했던 차 교수,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를 역임한 대니얼 러셀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 부소장 등 미국의 대북 전문가들이 총출동했다.

차 교수는 최근 한미 정상이 거론하고 있는 '남북 종전 선언'과 '한반도 평화협정'에 대해 "두 사안 모두 비핵화 협상 막바지 단계에서 언급할 문제이지 회담 전에 제기하기에는 적절치 않은 이슈"라며 비판적 견해를 드러냈다. 과거 북핵 협상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가 완성됐을 때 국제사회가 북한에 약속했던 최종적 보상물이었다. 비핵화 협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런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회담에 대한 기대를 불필요하게 높이고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주변국의 우려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 차 교수의 지적이다. 차 교수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북핵 협상을 담당했다.

또 "미국은 CVID가 확고하게 보장돼야 하는데 한국에서는 CVID는 도달할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이 많은 것 같다"며 양국 간 온도 차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스타인버그 전 부장관은 "미국과 북한 모두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서로가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정교한 협상 전략을 준비했을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을 고려했을 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열한 협상이 펼쳐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의 약속만 지킨다면 북한 안전 보장과 국교 정상화를 추진할 생각을 갖고 있다"며 "이는 김정은의 독재 정권을 용인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미국은 비핵화된 김정은의 북한을 정상 국가로 대접할 수 있겠지만 북한의 심각한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에 앞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지 등을 내세운 것과 관련해 그 의도를 명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브루스 베넷 미국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김 위원장을 "다음주 프랑스로 핵무기를 시험발사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지칭하며 그의 변덕스러움을 꼬집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과 많은 협상을 했지만 약속을 어긴 전례가 많기 때문에 미국은 말이 아니라 행동을 보고 싶어 한다"면서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를 요구하기 때문에 정상회담 결과가 나쁘게 나올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교통상부 2차관을 역임한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이 비핵화의 조건으로 체제 보장을 내세울 텐데 미국과 한국이 이에 대해 어떻게 해결할지 이견을 좁혀야 한다"면서 "특히 휴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함에 있어 그 간격을 줄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현재의 한미동맹에 대해서는 '이상 없음'이라고 평가했다. 차 교수는 한미동맹과 관련해 "예상보다 좋다"고 평가했다. 차 교수는 "양국 정상이 다른 의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논의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완료했고 북핵 문제 역시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러셀 선임연구원은 "한미동맹은 중요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겪고 있고 안보·경제 등 전반적 분야에 대한 조정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면서도 "향후에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한반도에 화해 무드가 조성되면 한미동맹의 성격을 새롭게 규정할 필요성도 역설했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의 위협이 사라진 후 한미동맹이 어떤 모습을 할 것인지는 새롭게 정립해야 하고 5~10년이라는 과도기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한반도에 평화가 구축된다면 한미동맹은 지역적 역할을 수행하기가 오히려 어려워질 것 같다"면서 "한반도 문제가 해결되면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가 더욱 복잡하게 두드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소에야 요시히데 게이오대 교수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일동맹의 미래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있었지만 지금 더욱 강해졌다"면서 향후 한미동맹 약화를 걱정하지 않았다.

퓰너 이사장은 이날 행사의 기조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정상회담 무대로 이끄는 데 큰 공을 세웠다고 얘기하는 것은 이제 (트럼프를 반대하는) 좌파 언론도 마찬가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협상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이고 색다른 대통령이다.

그러나 우리는 독특한 시대에 살고 있고 이런 새 시대는 새로운 사고를 요구한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고 있는 미국 우선주의는 고립주의가 아니며 새로운 국제질서라고 생각한다. 그는 동맹국과 함께하는 이러한 신(新)국제질서를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병준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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