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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김상조 ‘칼집’만 들썩거렸는데…순환출자시대 종언(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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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새 순환출자고리 85% 해소

신규 막힌채 기존고리도 사라져

법률 개정없이 개혁..'김상조효과'

공정위, 소유·지배 구조 개선 박차

이데일리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30여 년간 대주주 지배력을 높이는 지렛대 역할을 해온 순환출자가 사실상 사라졌다. 신규 순환출자금지 이후로 새로운 순환출자가 가로막힌 가운데, 재벌들이 기존 순환출자마저 해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칼집’만 들썩거렸을 뿐인데 재벌들이 자발적으로 바짝 엎드리고 있는 모양새다.

24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자산 5조원 이상 57개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순환출자고리는 현재 6개집단에서 41개 고리만 남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집단 지정당시 때 282개의 고리가 있었던 점을 감안하면 약 85%가 해소된 셈이다.

◇현대차도 해소 계획 발표…사실상 순환출자 사라져

순환출자란 ‘A→B→C→D→A’처럼 계열사가 순환 구조를 이루면서 지분을 보유하는 지배 구조를 말한다. 이 고리가 많으면 오너가가 소수 지분과 계열사 지분을 통해 전체 그룹을 불투명하게 지배할 수 있는 문제가 있다. 가공자본을 통해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를 뒷받침해왔고, 소유·지배구조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출자구조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행법에서는 자산 10조 기업에 대해서 신규 순환출자만 금지하고 있다.

자산 10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경우 지난해 5월1일 8개집단이 93개 고리를 보유했지만, 4개집단에서 10개만 남게 됐다. 지난해 롯데그룹은 67개 순환출자고리를 보유했지만, 현재는 단 한개도 남지 않았다. 농협(2개), 현대백화점(3개) 대림(1개) 역시 순환출자고리를 완전 해소했고, 7개 고리를 보유한 영풍도 6개를 해소하며 1개만 남긴 상황이다.

삼성과 현대중공업도 각각 7개 2개를 보유했지만, 신규 순환출자고리가 형성되면서 3개, 1개를 모두 해소하며 현재 순환출자고리는 각각 4개, 1개만 남아 있다. 현대차기업도 4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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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5조~10조원 규모에 속하는 ‘준 대기업집단’도 지난해 9월1일에는 26개 집단 가운데 2개집단이 189개의 순환출자고리를 가지고 있었다. 신규로 지정된 SM(삼라마이더스)가 무려 185개나 보유한 탓이다. SM은 공정위 감시망에 포섭되자 이중 158개의 순환출자고리를 모두 해소해 현재 27개만 남았다. 현대산업개발은 여전히 4개 순환출자고리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는 기존 순환출자해소 문제는 급한 개혁과제는 아니라는 스탠스를 취해왔다. 사실상 현대차그룹만 해당하는 문제로 개혁 우선순위에 두고 있지는 않았다. 김상조 위원장도 지난해 9월 이데일리 퓨처스포럼에서 “순환출자가 해소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인식돼 있지만 사실은 거의 해소됐고 실질적으로 타깃은 현대차그룹만 남아있으니 우선순위를 좀 늦춰서 신중하게 접근해도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공정위가 ‘칼’을 내 빼지도 않은 상황에서 대기업집단이 자발적으로 기존 순환출자까지 해소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재벌들의 불합리한 소유·지배구조를 자발적으로 개선하도록 유도하겠다는 이른바 ‘김상조 효과’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봉삼 공정위 기업집단국장은 “순환출자 문제는 재벌 소유지배 문제의 핵심은 아니지만 그간 차지했던 역할과 비중이 사실상 사라지게 됐다”면서도 “국회나 시민사회에서 순환출자를 해소해야 한다는 압박이 거세지고 있던 점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소유·지배구조 개선 박차 나설듯

공정위는 순환출자해소 해소를 시작으로 앞으로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문제가 더욱 개선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기존순환출자 해소 관련 입법 압력은 사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상법개정이나 금산분리 문제 등으로 사회의 압박이 향할 가능성이 크다. 신 국장은 “소유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은 총수일가의 권한과 책임을 일치시키는 문제”라면서 “과도하게 지배력을 편법적으로 확대하거나, 고객 자금으로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확대하는 이해상충 문제 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유도하겠다”고 설명했다.

재벌의 소유·지배구조 개편은 정답이 있는 사안은 아니다. 공정위가 지주회사 전환을 유도하고 있긴 하지만 각 개별그룹이 처한 사정에 따라 해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공정위가 기존처럼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경직된 규제를 강화하는 식의 개혁카드를 꺼내들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김 위원장은 내달 10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국내 10대 그룹 전문 경영인 간담회를 열고 각 그룹이 고민하는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해 해법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일감몰아주기 제재도 중요하지만 재벌개혁의 진짜 본령은 사회가 요구하는 지배구조 투명성을 유지하면서 효율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그룹경영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면서 “공정위가 해법을 내릴 수 없지만, 시장과 호흡하면서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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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현대」는 ’16.10.20.자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지정제외됨
※ ’13년에는 순환출자를 보유하고 있었으나, ‘14년 이후부터는 순환출자를 보유하고 있지 않은 동부(6개), 동양(17개)은 지면 제약 상 위 표에는 표기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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