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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예쁜 여직원이 채용 미끼? 도마에 오른 중국 성차별 채용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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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W, 알리바바 등 기업 광고 조사

남성 선호 등 성차별적 내용 만연해

“아름다운 여성과 일해서 매일 행복하다” “아름다운 여성 동료를 약속한다”

중국의 거대 IT 기업인 바이두와 알리바바가 채용 광고에 사용한 문구들이다. 여성 직원을 인재 채용의 ‘미끼’로 이용한 광고는 수년간 버젓이 사용돼 왔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중국의 채용 광고에 넘쳐나는 성차별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2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중국 내 3만 6000개의 광고를 조사한 보고서의 제목은 ‘남성만 지원하십시오(Only Men Need Apply)’. 이에 따르면 알리바바·바이두·화웨이·텐센트 등 세계적으로 성장한 중국 기업의 채용 광고에서도 성차별이 만연했다.

HRW 중국 사무소 대표인 소피 리차드슨은 “채용 광고의 약 20%는 ‘남성만 모집한다’ ‘남성을 선호한다’고 밝히고 있으며, 알리바바 같은 대기업도 ‘아름다운 여성 동료를 보장한다’는 내용을 담아 구인 광고를 했다”고 지적했다.

HRW가 대표 사례로 지적한 알리바바의 광고는 다양한 방식으로 성차별을 반복해 비판받았다.

알리바바의 채용 광고는 남성 지원자를 선호하고, 남성 채용을 위해 여성 직원의 외모를 이용했으며, 오직 남성을 뛰어난 직원의 예시로 제시했다.

텐센트 역시 여성의 외모를 이용한 부적절한 채용 광고로 문제 됐다. 2016년 미국에서 처음 채용을 진행할 때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광고가 그 예다. 이 광고엔 “내가 텐센트에 들어온 건 본능적 충동에 따른 것이었다. 면접관이 매우 예뻤던 것이 주요 이유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6년 바이두의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에 게재된 광고는 “아름다운 여성들과 함께 일해서 매일 행복하다”는 남성 직원의 모습을 담고 있다. 2017년 채용광고는 “압박 속에서 주말·휴일·야간에도 일할 수 있는 강인한 능력을 갖춘 남성”만 원한다고 해서 비판받았다. 바이두는 HRW 보고서가 발표되기 직전 문제의 광고를 삭제했다.

“집값보다 빨리 오르는 월급을 원합니까. 흰 피부에 부유하고 아름다운 여성과 결혼하고 싶습니까. 인생의 절정기로 진입하고 있습니까” 이같은 문구가 적힌 화웨이의 2015년 광고도 지적받았다. 남성만을 잠재적 지원자로 상정하고 있는 데다, 여성을 취업의 전리품으로 여기는 듯한 표현이 문제 됐다.

중앙일보

아름다운 여성을 구인의 미끼로 사용한 알리바바의 채용 광고. [HRW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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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기업은 HRW의 보고서에 대해 입장을 내놨다.

알리바바는 “우리는 관리직의 3분의 1이 여성일 만큼 성평등과 관련해선 업계에서 가장 모범적인 사례”라며 “우리의 채용 정책은 투명하고 성별과 관계없이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도록 잘 마련돼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 채용 광고를 더 엄격하게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텐센트와 바이두는 “우리 기업의 반영하지 않은 개별 사례”라며 향후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HRW의 보고서는 “중국의 법이 채용 시 성차별 및 차별적인 광고를 금지하고 있지만, 성차별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고 효과적인 제재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차드슨도 “이들 기업은 스스로 진보의 동력으로 자임하면서도 이 같은 구인 전략에 의지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 내에 여성에 대한 차별이 얼마나 깊이 뿌리박혀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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