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2 (일)

개인 채무라던 500만원, 왜 전자담배 상자에 담아줬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드루킹 게이트]

김경수 보좌관에 준 드루킹 현금, "빌렸다"는 해명 납득어려워

'경공모 수상한 자금' 선관위는 공개 않고 검찰은 면죄부 줬다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의 주범 김동원(필명 드루킹)씨가 '경공모(경제적 공진화 모임)' 조직 등을 운영하면서 사용했던 자금의 사용 내역과 출처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지금껏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의심스러운 돈 흐름은 김씨 측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보좌관 A씨에게 건넨 현금 500만원이 거의 전부였다. 김씨 측은 현금 500만원을 '선물 상자'에 담아 전달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당시 돈 심부름을 한 김씨 측 인사는 경찰에서 "A씨가 (드루킹이 구속된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500만원을 돌려줬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이는 해당 금전 거래가 '개인적 채권·채무 관계'라는 김 의원 측의 최초 해명과는 배치되는 정황이다.

경찰과 여권에 따르면 김씨 측은 대선이 끝난 후인 지난해 9월쯤 A씨에게 돈이 담긴 상자를 전달했다. 이 상자엔 전자담배와 함께 현금 500만원이 들어 있었으며 김씨 측 전달자는 이를 빌려줬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그동안 김 의원 측과 민주당은 이 금전 거래에 대해 "채권·채무 관계"라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500만원이 전달된 방법이나 반환된 경위를 감안할 때 그 돈을 빌렸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가를 바라고 제공한 일종의 '뇌물'로 보는 게 타당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경찰 수사를 통해 김 의원이 이 금전 거래를 최소 한 달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침묵했다는 사실도 확인된 셈이다. 김씨는 지난달 15일 텔레그램과 시그널 등 두 가지 메신저를 통해 김 의원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냈다고 경찰은 밝혔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 시그널을 통해 '황당하다. 확인해보겠다' '(A씨로부터) 사표를 받았다'는 취지의 답장을 보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작년 5월 선관위가 경공모 관계자의 수상한 자금 흐름을 확인하고 "특정 후보자를 위한 글을 게시한 대가로 지급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검찰에 수사 의뢰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되면서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검찰은 6개월 뒤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김씨는 그간 정치권 안팎에 상당한 돈을 후원하며 '큰손'으로 활동해 왔다. 그러나 그동안 강연과 비누 판매 수익 외에는 김씨의 수익원이 드러나지 않았다. 야권에서는 "김씨가 유령 출판사에서 책 한 권 내지 않았는데 그 운영비가 다 어디서 났느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선관위 수사 의뢰 내용은 김씨의 자금 출처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또한, 김경수 의원은 드루킹을 소개시켜 준 인물이 '친문 인사'라는 사실도 숨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드루킹이 김 의원뿐만 아니라 다른 친문 인사들과 폭넓은 커넥션을 유지했을 의혹과 이어지고 있다. 야권 관계자는 "지난 탄핵 정국 때 민주당은 '숨기는 자가 범인'이라고 주장하더니 이젠 단체로 김 의원을 감싸주고 있다"며 "드루킹과 친문 진영이 대체 어떤 관계인지 의심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메신저가 아닌 김씨 휴대전화 속에 저장돼 있던 사진 캡처 파일을 통해 협박 관련 대화 내용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대화 내용이 메신저상에서는 '자동 삭제'될 것에 대비해 김씨가 해당 내용을 저장해 둔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협박 관련 대화는 기존에 알려진 (두 사람의) 시그널 대화방 대화 55개와 별개"라며 "(협박 관련 대화는) 이미 (메신저에서는) 삭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윤형준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