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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기고]평화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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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미 종전선언, 상호 정치적 결속 동력 만드는 시작점

경향신문

2018 남북정상회담의 역사적 운명은 분명하다. 남북과 북·미, 비핵과 평화를 잇는 ‘길잡이’다. 성공의 관건은 북·미가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비핵화와 체제안전보장의 교환구도를 이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일차적으로 조형해 내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던 ‘디테일 속에 숨겨져 있을 악마’를 견뎌내는 힘은 전체 구조를 지탱하는 단단한 뼈대를 우선 만드는 것을 통해 가능하다. 남북정상회담은 그 뼈대를 만드는 첫 공정이다. 이를 토대로 북·미와 남·북·미가 더 높고 큰 골조를 올릴 수 있다. 이 뼈대를 강하게 결속하는 정치적 접착제가 바로 ‘평화체제’다.

평화체제 하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을 떠올리지만 사실 더 많은 정치적 네트워킹이 이 체제를 구성한다. 핵심은 상호 정치적 결속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바로 이런 정치적 결속의 내용과 형식인 것이다. 비핵화를 견인하고 체제안전보장에 대한 신뢰를 보증하는 중요한 정치적 접착제 노릇을 할 수 있다. 한국 정부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종전선언’을 추진하려 하는 것은 보다 강하게 비핵화를 견인하고 체제안전보장의 신뢰를 높이는 상호 간의 정치적 결속이 남·북·미 사이에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런 결속을 이행하는 로드맵의 구상도 나왔다. 우선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의사를 ‘확인’하고, 북·미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을 ‘합의’하고, 남·북·미 정상이 모여 종전을 ‘선언’하는 ‘한반도 평화선언’을 하는 것이다. 한반도 평화선언문에는 3자의 종전선언과 함께 비핵화, 평화협정, 북·미 국교수립을 ‘동시’ 추진한다는 내용, 그리고 60일 내 해야 할 첫 실행 조치를 담을 수 있다.

북한의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검증 시스템 복귀, 핵심 핵시설 폐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수기의 분해·파기, 북·미 연락사무소 개설, 평화협정 체결 당사국 준비회의 가동 등을 첫 실행 조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남·북·미 종전선언은 평화체제의 완결이 아니라 시작이다. 정치적 결속의 동력을 만드는 시작인 것이다. 결국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은 구체적 실행의 모멘텀을 제공하고 실행을 견인하는 정치적 결속의 장치 역할을 한다. 비핵화에 대해 아무리 전향적 합의를 끌어내도 평화체제의 담보가 없으면 동력을 갖기 힘들다. 종전선언을 남북정상회담의 주의제로 삼아야 하는 이유다. 종전선언은 한반도 비핵화를 견인하는 가장 근간이 되는 정치적 동력인 것이다. 북한은 자신에 대한 체제안전보장으로 대북 군사적 위협 해소, 평화협정 체결, 북·미 국교수립을 요구해 왔다. 이 중 평화협정의 체결이 핵심이다. 북·미 정상회담의 세계적인 성공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을 ‘종전선언’과 ‘평화협정’으로 이끌어야 하는 이유다.

북한의 ‘비핵화’를 핵시설, 핵물질, 핵탄두, 그리고 중·장거리 미사일을 포함하는 과정으로 본다면, 사실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CVID)는 단기간 온전히 달성되기 쉽지 않다. 사찰·검증 시스템의 한계도 있지만, 신고자의 진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 남기 때문이다.

CVID는 기술적이면서 정치적인 것이다. 의구심은 기술적으로 온전히 해결하기 힘들다. 의구심은 정치적 신뢰의 문제이다. 결국 정치적 몫인 것이다. 비핵화의 시한과 세부적인 실행 목표를 정하되, 남는 의구심들은 결국 정치적으로 풀어야 한다. 혹시 핵물질·핵탄두를 은닉했더라도 그것을 사용할 동기를 주지 않는 정치적 신뢰의 형성, 체제안전에 대한 신뢰를 주는 것이 사실상 최종적인 비핵화 수단인 것이다. 평화체제는 바로 이런 비핵화의 불완전성과 불확실성을 메우는 정치적 결속인 것이다.

<홍민 |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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