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리셋, 포기, 휴식'…로스쿨생 다섯 중 하나는 '궤도이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 2015년 지방 A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입학한 최모(31)씨는 A대에 들어간 지 1년 만에 자퇴했다. 법학적성시험(LEET)을 다시 치고 이듬해 서울 소재 B대 로스쿨에 새로 입학했다. 최씨는 “A대보다 B대 수준이 더 높고, 졸업 후 변호사 생활도 생각했다”며 “보다 나은 조건에서 일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 2016년 C대 로스쿨에 입학한 임모(28)씨는 이듬해 D대 로스쿨의 신입생이 됐다. 임씨는 “1학년 1학기 성적이 안 좋아서 로스쿨에 새로 입학하는 게 나을 것 같아 LEET를 다시 봤다”며 “점수가 높게 나와 학교를 옮겼다”고 했다. C대와 D대 모두 상위권 로스쿨로 꼽히지만 D대의 문턱이 더 높은 편이다.

조선일보

로스쿨에 입학하고 나서 온전히 3년을 못 다니고 중도에 그만두거나 쉬는 로스쿨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상위권 로스쿨로 옮기거나 수업 내용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일러스트=이철원


변호사 시험은 로스쿨을 졸업하고 석사 학위가 있어야 응시할 수 있다. 23일 법무부에 따르면 로스쿨을 졸업하자 마자 변호사 시험에 응시하는 이른바 ‘초시(初試)생’은 올해 1616명이었다. 로스쿨 7기인 이들의 입학 동기생은 총 2084명으로 초시 응시율은 77%다. 앞선 기수의 초시 비율은 6기 78%(2072명 중 1632명), 5기 79%(2099명 중 1666명)였다.

로스쿨생 다섯 중 하나는 3년 과정을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이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를 그만 두는 이들 가운데는 최씨나 임씨처럼 ‘상위권’ 로스쿨로 옮겨가기 위한 경우가 많다. 서울 중상위권으로 꼽히는 한 로스쿨은 특정 기수에서 30% 이상이 이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다른 로스쿨로 옮겨갔다고 한다.

지난해 이 로스쿨을 졸업한 박모(28) 변호사는 “해당 기수에서 20% 정도가 다른 로스쿨로 떠나 사실상 정원이 80% 수준이 됐다”고 말했다. 지방 소재 한 로스쿨 7기생 정모(29)씨도 "동기생 가운데 20% 이상이 반수와 재수를 시도했다”며 “이들 가운데 일부는 (재입시에) 성공해 다른 로스쿨을 다닌다"고 했다.

‘궤도’를 이탈하는 경우는 또 있다. 건강·학점관리 등을 이유로 내세우는 경우가 많다. 서울대 로스쿨은 입학 정원이 150명이지만 올해 졸업자는 117명이다. 지난해 서울대 로스쿨을 졸업한 한 변호사는 “내부 경쟁이 치열해서 학생들이 완주하지 못하고 쉬어가는 경우가 많다”며 “말 그대로 휴식기를 갖거나 내공을 쌓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이 밖에 졸업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변시 응시를 못하거나 나이가 차서 군대에 입대하는 등의 이유도 있다.

학계에서는 로스쿨생들의 중도 이탈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 소재 한 로스쿨 교수는 “로스쿨 간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학생 입장에서는 더 좋은 로스쿨로 옮겨가려는 이유가 많아지는 것”이라고 했다. 2012년 치러진 1회 변시에서는 합격률이 가장 높은 로스쿨과 낮은 로스쿨의 격차가 40%포인트 수준이었다. 이 격차가 7회 시험에서는 50%포인트를 넘어섰다.

로스쿨의 학사관리도 엄격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로스쿨별 변시 합격률을 공개하면서다. 남기욱 대한변협 교육이사는 “변시 합격률은 개별 로스쿨의 성적표”라며 “로스쿨들이 합격률을 높이기 위해 아무나 변시를 치를 수 없도록 학사 관리를 깐깐하게 하는 등 졸업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2020년부터는 결원보충제도 폐지된다. 결원보충제는 자퇴 등 특정 기수의 정원이 채워지지 않는 경우 다음해에 그만큼 추가로 뽑게 해주는 제도다. 남 이사는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결원보충제가 없어지면 로스쿨 재학생이 적어진다”며 “결과적으로 학위를 취득하는 이들이 줄어들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라고 했다.

[박현익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