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남북정상회담 D-3…원로자문단에 듣는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2018 남북정상회담 '평화, 새로운 시작'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역사적 만남을 갖게 될 판문점 남측 지역 평화의집도 새 단장을 마치고 1953년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 만에 최대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남북 양측은 남북정상회담은 물론 다음달 말 또는 6월 초 개최될 미·북정상회담과 그 이후 본격적인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사활을 건 전략 수립에 열중하고 있다. 이번 한반도 비핵화 '대화의 봄' 밑바닥에는 대북제재가 대폭 강화되며 불거진 북한 경제의 난맥상과 중국·베트남식 고도성장을 원하는 김 위원장의 '욕심'이 깔린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매일경제는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의 일원이자 김대중·노무현 정부 대북정책의 막전막후에서 해결사이자 지휘자 역할을 담당했던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에게 이번 회담 이면에 놓인 대화 '작동원리'에 대한 분석과 성공적 비핵화를 위한 조언을 구했다. [편집자주]

'참여정부 외교안보 실세'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北 원하는건 '중국식 고도성장'…김정은, 이미 경제에 올인했다

"2018년 봄 북한이 국제사회로 나오는 것은 하루 세끼를 못 먹어서가 아닙니다. 경제 제재를 받지 않으면 연평균 15% 이상 고도성장할 수 있는데 제재를 받아 1% 수준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근근이 살려면 핵을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북한의 변화는 결국 경제에 올인하겠다는 것이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원하는 것은 중국처럼 고도성장하려는 것입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수행했고 2018 남북정상회담 자문위원회 원로자문위원을 맡고 있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현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지난 10일과 23일 매일경제와 두 차례 인터뷰하면서 북한의 근본 변화 이유를 '경제'로 꼽았다.

이 전 장관은 지난 20일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경제에 방점을 찍은 것과 관련해 북한이 경제에 올인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발표하면 논리적 모순이 발생할 수 있으니 사전 정지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체제 안전을 보장하면 핵폐기를 할 것으로 봤는데 먼저 선제 조치를 하며 미·북정상회담에서 돌아갈 다리를 불살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즉 북한이 미·북정상회담을 하기 전에 '비핵화'로 볼 수 있는 조치를 먼저 제시하며 미·북정상회담에 모든 것을 걸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장관은 "김 위원장은 (경제 관련) 법도 만들어 놓고 장소(경제특구)도 만들어놨다"며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외부의 자본과 기술이 필요한데 대북제재로 인해 연결이 안 되니 변화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고도성장을 위해 자신이 약속했던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2012년 4월 15일 김일성 생일 100주년 기념식 발언) 하려는 것"이라며 "어린 시절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 위원장은 강성국가가 목표이며 과제를 제시하고 점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바라는 북한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 '핵을 갖고 미국에 굴복하지 않는 국가'가 아닌 중국처럼 '고도성장을 하는 정상국가'로서 핵 포기와 함께 미국에 체제 안전을 보장받는다면 고도성장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설명이다. 이 전 장관은 이에 따라 북한이 원하는 '경협'을 본격적으로 다룰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연내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열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8~10월께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열어야 한다.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은 비핵화와 남북관계 기본 틀을 다루고 남북 경제협력까지는 논의하기 어렵다"며 "남북 공동 번영을 위해 (두 번째 남북정상회담을) 연내 가능한 한 이른 시간 안에 개최해야 한다. 남북정상회담은 연내 두 번 해야 완결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남북, 미·북정상회담의 교집합 영역이 크다"며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미·북정상회담에서 결론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경협의 전제조건인) 대북제재 완화 문제는 미·북정상회담에서 대타협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 전 장관은 우리가 북한에 일방적으로 경제 지원을 해야 한다거나 통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기존의 시혜적 대북 경협에 대한 사고를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장관은 "통일 비용은 북한이 망한다고 했을 때 의미를 갖는데 지금은 성립하지 않는다"며 "북한은 우리와 중국 기업이 들어가 기업활동을 할 만큼 개방됐고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북한은 문맹률이 낮고 근면하며 우수한 노동력과 값싼 토지, 철과 무연탄을 비롯한 지하광물 등 경제자원을 보유했다"며 "경공업 기술도 생각보다 높은 수준이어서 우리의 자본과 기술이 결합해 양측의 비교우위가 있는 경제 요소가 합쳐진다면 엄청난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장관은 남북 경협의 대표적인 예로 서울에서 평양을 지나 중국 단둥으로 이어지는 고속철도를 꼽았다. 그는 "중국의 고속철도는 현재 단둥까지 들어와 있는데 서울로 연결하는 것은 북한만 연결하면 된다"며 "북한이 토지와 노동력을 제공하고 우리가 투자하면 중국도 투자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육로와 해로를 통한 아시아~유럽 연결) 정책의 핵심인 고속철도 사업에 한중이 모두 투자하면 남·북·중 모두가 경제 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2006년 노무현정부 시절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역임한 이 전 장관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핵 포기 시 200만㎾ 전력 공급 아이디어를 제시한 바 있다.

'DJ의 대북밀사'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금수저·손익개념 철저 '닮은꼴'…트럼프-김정은 대화 잘 통할것

도널드 트럼프의 결단과 김정은의 실천, 그리고 문재인의 안전운전.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킨 'DJ의 밀사'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남북, 미·북정상회담 성공을 위한 필수조건을 이처럼 간명한 표현으로 요약했다. 지난 20일 밤 자신의 철칙인 '금귀월래(金歸月來·금요일에 지역구로 귀향했다가 월요일에 서울로 돌아옴)'하던 박 의원은 목포로 향하는 KTX 열차 안에서 매일경제와 전화 인터뷰하며 이번 한반도 핵담판의 결과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북측이 핵실험·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중단, 핵실험장 폐쇄 등을 담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 결과를 발표한 다음날인 22일 이뤄진 추가 인터뷰에서도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박 의원은 "(북측의 핵실험장 폐쇄 결정 등이) 최소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부 장관 내정자와 사전 조율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북측이 (핵실험·미사일 발사에 대한) 모라토리엄(동결)만 되더라도 큰 진전이며 향후 2년 정도를 본다면 북측이 비핵화의 길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 의원은 두 차례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미·북 간 신뢰 회복이 미·북정상회담의 성과를 결정할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번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한마디로 "북·미 대화의 필요성이 임계점에 다다랐다"며 현재 한반도 대화 국면이 기적처럼 조성된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장에서는 대북제재가 더욱 강화돼 인민들이 다시 굶어 죽는 상황이 온다면 (체제 불안을) 견디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 "(중간선거 승리와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한이 마냥 핵능력을 강화하는 상황은 견디기 힘들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도, 트럼프 대통령도 진지한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는 설명이다.

박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말과 종이로 보장(불가침·체제 안전)을 하지만 김 위원장은 핵 시설·무기를 폐기해야 한다"며 "지금 한미 사이 신뢰만큼 북·미 간에도 신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일 (북·미 협상의) 디테일에서 잘못되면 트럼프 대통령은 종이를 찢어버리는 데 10초도 안 걸리겠지만 북한은 (핵능력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양측 간 신뢰 없이는 비핵화 합의가 나오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미·북 간 신뢰 구축이 결국 모든 결과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는 견해를 펼치고 있는 박 의원은 천안함과 연평도 문제 등 남북관계의 걸림돌 역시 미·북 대화 성과에 따라 수월하게 풀릴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재개 등 북측이 원하는 경제협력 재개 역시 대북제재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는 미국 입장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문재인정부가 조속하게 성과를 내기 위해 '과속운전'을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 위원장이 한국 측 예술단 방북 때 갑작스럽게 일정을 바꿔 참석한 직후 미국 측 고위 인사 방북 가능성을 제기하며 남다른 '촉'을 과시했던 박 의원은 남·북·미 간 물밑대화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대북 선제공격론자인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 내정자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제1선에서 협상하고 있고 북측에서도 대표적 강경파인 김영철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이 전면에 나섰다"고 말했다. 또 "한국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 북·미와 가장 가깝고 풍부한 대북업무 경험을 가진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있어 실패하는 합의를 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북·미 모두 최고조로 긴장감을 높여 물밑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실패하기에는 판이 커져버렸다는 취지다.

특히 박 의원은 미·북 정상들의 남다른 스타일이 세기의 핵담판에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조심스럽게 기대를 나타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닮은 점이 많다"며 "둘 다 '금수저' 출신에 손익 개념이 분명하고 모든 것을 자신이 결정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 때문에 (협상이) 잘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정권의 명운을 건 핵담판에 나설 김 위원장에게 어떤 조언을 하고 싶은지 묻는 질문에 "아버지(김정일 국방위원장)처럼 딴 주머니를 차면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핵이 있는 평화' 등 다른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한·미·일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며 "솔직한 자세로 한미와 모든 것을 협력해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봉진 기자 / 김성훈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