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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박병진의 밀리터리S] 군인공제회의 12년 만에 재도전은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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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이번에는 성공할까”

부동산 시장의 ‘큰 손’으로 불려온 군인공제회가 추진 중인 경남 김해지역 대규모 부동산 개발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006년 개발사업에 뛰어들어다가 법정 다툼 등으로 무려 12년의 시간을 허비한 전력 때문이다.

최근 자녀 채용 비리와 고위급 임원의 나눠먹기 승진 인사 의혹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는 군인공제회는 17만명의 군인과 군무원 회원에, 산하 6개 사업체를 거느린 자산 10조원대 군 대표 복지기관이다.

군인공제회는 지난 3월 22일 “오랜동안 소송 등으로 지연돼 온 ㈜록인김해레스포타운 건설에 1248억원을 투자해 사업을 재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군인공제회는 이 사업에 지금까지 1850억을 투자했다. 신규 투자까지 합칠 경우 총 3000억대 부동산 개발사업인 셈이다.

김해시 진례면 송정리 일대에 있는 367만㎡의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해 아파트와 골프장, 체육시설 등을 조성하는 이 사업은 지난 2005년 시작됐다.

세계일보

군인공제회가 추진중인 김해복합스포츠레저시설 조감도


하지만 사업 예정 부지에서 문화재가 발굴되면서 100억원 가량 용역비가 추가로 발생하자 시공사인 대우건설과 대저건설은 시행사인 군인공제회에다 공사비 증액을 요구했고 이에 군인공제회가 주주간 협약서 내용에 시공사가 비용을 부담토록 돼 있다며 난색을 표시, 갈등이 심화됐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겉으로 드러난 것은 문화재 발굴이었지만 주된 갈등 요인은 지역 건설업체에 대한 김해시의 수의계약 권유를 거부해 비롯된 것”이라며 “이후 사업에 대한 지분 90%를 보유한 군인공제회 주식을 매각하라는 압력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타협점을 찾지 못한채 글로벌 경기침체 등의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장기간 표류하던 이 사업은 2015년 8월 김해시가 김해복합레스포타운에 대한 군인공제회의 사업시행 권리를 취소하면서 분쟁으로 비화됐다. 김해시는 같은해 10월 투자자 재공모에 나서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건설, 대저건설, 디케이홀딩스)을 선정한 뒤 12월에는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등 행정조치를 취했다. 군인공제회는 김해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면서 맞불을 놨고,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사업시행자 자격을 놓고 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이 김해시의 패소로 마무리되자 군인공제회는 지난 1월 신임 이사장 취임을 계기로 신규 사업비 1248억원을 투입한다는 투자확약서를 김해시에 제출하고는 재차 사업 추진 의사를 전달했다.

군인공제회 주변에선 법정 다툼까지 가는 공방 끝에 사업을 재추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섞인 목소리가 작지 않다. 감정의 골이 싸인 김해시의 신속한 행정지원과 해당부지 매입 등이 원만하게 진행될 지가 미지수라는 것이다.

인근 지역에 경쟁업체 개발사업이 가시화되고 있는 점도 장애요인으로 거론된다.

실제로 사업부지 인근에 47만3000㎡의 토지는 ‘뉴스테이촉진지구’로 지정돼 기업형 임대주택 및 일반 분양아파트 4000여가구를 공급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군인공제회의 스포츠타운 개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는 변수다. 또한 한화그룹에서 김해시와 2022년까지 인근 김해시 신월역 주변 개발제한구역 92만7000㎡에 사업비 3360억을 들여 산업단지와 택지등 개발을 추진하는 것도 걸림돌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선심성 투자가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도 부담이다.

자연 공제회 내부에서조차 사업 재추진에 반발 내지 불만 목소리가 새나오고 있다.

군 관계자는 “3406억을 투자한 성남 신흥동 개발사업을 필두로 3000억원을 들인 용인 왕산지구 개발 등 7개 특별관리사업이 주택경기 침체, 투자자 유치 실패, 사업시행자 지정 지연 등으로 10년 넘게 제자리 걸음이었다”면서 “이렇듯 군인공제회가 직접 참여한 부동산 개발사업 가운데 상당수가 부실했던 전례에 비춰 무리한 사업 재추진 아니냐는 비판이 작지 않다”고 지적했다.

함께 개발되는 골프장도 사업 부지 주변 반경 15㎞ 이내에 가야CC, 롯데스카이힐 김해CC, 창원CC, 정산CC 등이 위치해 경쟁력을 가질지 의문시된다.

이에 군인공제회는 23일 “공제회의 15개 부실사업장이 글로벌 위기 이전 사업들로 그나마 부실 사업은 9개로 줄었고, 모두 정상화되었다”라며 “사업 재추진은 우리가 판단한다. 제3자가 감놔라, 배놔라 할 문제가 아니다. 김해지역 사업 재추진을 달갑게 보지 않는 것은 부지 매각을 원하는 세력의 음해”라고 주장했다. 군인공제회 고위 관계자는 “사업 재추진 과정에서 회계법인에 의뢰, 사업성 분석까지 마쳤다. 대박은 아니지만 손해보지 않는 장사란 결과를 얻었다”고 강조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김해복합스포츠레저타운 사업 진행 상황>

-2005년 김해시, 김해시 진례면 송정리 일대 367만㎡의 개발제한구역 해제. 주택단지와 골프장, 체육시설 등 조성사업 추진 발표

-2006년 군인공제회, 김해시와 사업계약 체결하고 ㈜록인김해레스포타운을 설립 사업시행자로 지정

-2007년 사업부지에 문화재가 발굴되면서 100억원 가량의 용역비 추가발생. 군인공제회와 시공사 간 이에 대한 분담 이견으로 사업추진 지지부진

-2015년 8월 김해시, 사업에 대한 모든 실시계획인가 취소

-10월 김해시, 투자자 재공모

-11월 김해시, 우선협상대상자로 대우건설 컨소시엄(대우건설, 대저건설, 디케이홀딩스)을 선정

-12월 김해시, 사업시행자 지정 취소 등 행정조치→군인공제회는 이에 불복, ㈜록인김해레스포타운 명의로 김해시 상대 행정소송 제기

-2017년 5월 대법원 상고심, 원고 ㈜록인김해레스포타운 승소 판결

-2018년 3월 군인공제회 사업 재추진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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