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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최종구 “금융사, 계열사주식 팔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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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삼성생명 겨냥 ‘삼성전자 지분 매각’ 압박… 금융개혁 가속

동아일보

최종구 금융위원장(사진)이 대기업그룹 소속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비(非)금융 계열사의 주식을 선제적으로 팔라고 요구했다. 사실상 삼성생명에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하라는 경고를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22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최 위원장은 20일 간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강조했다. 또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 금융실명법 개정, 지배구조 개선 등 금융 분야의 경제 민주화와 관련된 과제들을 신속히 처리할 것을 주문했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금융권에 대해 “근본적으로 개혁이 필요한 분야”라고 지적하는 등 금융개혁이 지지부진하다는 비판이 나오자 금융 쇄신에 속도를 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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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위원장은 우선 대기업그룹 소속 금융회사들이 계열사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 문제와 관련해 “관련 법률이 개정될 때까지 금융회사가 아무런 개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 개정 이전이라도 금융회사가 단계적, 자발적 개선 조치를 실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최 위원장이 언급한 법률은 ‘보험업법’ 개정안이다. 다수 여당 의원은 보험사가 시가 기준으로 총자산의 3%까지만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해 놓은 상태다. 현재 다른 금융권과 달리 보험업만 계열사의 지분 가치를 시가가 아닌 취득 원가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지분 8.23%를 보유한 삼성생명은 약 19조 원어치의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한다. 취득 원가 기준으로 5690억 원대였던 지분 가치가 시가 기준으로는 27조4180억 원으로 계산돼 총자산의 3%(8조4800억 원)를 훨씬 넘어서기 때문이다.

보험업계는 이 규제의 목적이 대주주와 계열사에 대한 부당 지원을 막기 위한 것인 만큼 ‘취득 시점의 가격’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유한 뒤 지분 가치가 올랐다고 주식을 매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논리다.

당초 금융위도 이 같은 파장을 고려해 보수적인 입장이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 논의를 존중하겠다”며 일부 변화된 모습을 보였다. 이어 최 위원장이 이날 한층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주식이 일시에 풀려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으니 미리 준비를 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또 금융위는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 도입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최 위원장은 “당초 연말까지 마련하기로 한 자본 규제 방안은 6월까지 초안을 공개하고 ‘통합감독법’도 정기국회 이전에 신속하게 제출하라”고 말했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은 두 종류 이상의 금융회사를 둔 대기업에 대해 그룹 전체의 자본 적정성을 평가하는 제도로, 삼성 등 7개 그룹을 대상으로 7월부터 시범 운영된다.

최 위원장이 삼성생명을 겨냥한 발언을 내놓은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현대자동차, 롯데그룹 등은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내놓았지만 삼성그룹은 별다른 대책을 발표하지 않았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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