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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주거 '수색'이 '침입'보다 나쁘다? 이상한 형법 321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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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역형만 규정한 '주거·신체수색죄'…법원, 위헌 제청

CBS노컷뉴스 김승모 기자

노컷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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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의 주거나 신체를 수색해 유죄가 인정되면 3년 이하의 징역형만을 선고하도록 규정한 형법 조항이 처음으로 위헌 여부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게 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3단독은 최근 직권으로 형법 제321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해당 조항은 사람의 신체,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자동차,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을 수색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여러 범죄 행위가 나타날 수 있는 주거·신체수색죄에서 범죄 유형을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 징역형만 규정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또 형법상 같은 조문 체계에 있는 주거침입죄나 퇴거불응죄는 벌금형을 선택할 수 있음에도 주거·신체수색죄는 징역형만 규정하고 있어 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어떤 범죄에 징역형만 부과하는 게 정당하려면 범죄 행위의 죄질과 불법성이 매우 무거워 징역형보다 가벼운 재산형 등 다른 형벌을 부과하는 게 적절하지 않고 징역형만 부과하더라도 행위자의 책임을 초과하는 형벌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예측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주거·신체수색 행위는 주거침입죄나 퇴거불응죄와 같이 행위 유형에 따라 죄질이 뚜렷하게 다른 수많은 경우가 존재할 수 있다"며 "다양한 유형의 주거·신체수색 범행에 대해 일률적으로 징역형만 부과한 것은 범죄와 형벌 사이에 균형성을 잃었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주거나 신체 수색행위에 대해 선택의 여지 없이 반드시 징역형만으로 응징하도록 규정한 것은 형법의 본질상 인정되는 응보적 성격을 고려해도 행위자의 책임과 형벌 사이에 균형을 잃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거·신체수색죄가 주거침입죄나 퇴거불응죄보다 죄질이나 불법성이 현저히 무겁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징역형만을 법정형으로 규정한 탓에 실무상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 사례에 따른 적절한 법 운용이 어렵고 법관의 양형재량권도 크게 제한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주거·신체수색죄는 법정형 상한을 징역 3년으로 규정하고 있어 유죄가 인정되면 집행유예나 선고유예를 받지 않는 한 대부분 단기자유형을 받게 된다"며 "단기자유형은 낙인 효과와 집행 과정에서 악성 감염 등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교정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폐지하거나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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