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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김정은, 한발 빠른 결단…비핵화 의제화부터 핵실험장 폐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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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 의지 재확인ㆍ협상 주도권 잡기

-트럼프 “모두를 위한 진전 이뤄지고 있다”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본격적인 비핵화대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허를 찌르듯 한박자 빠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김 위원장은 올해 들어 신년사를 통해 남북 당국간 대화의사를 밝힌 것을 시작으로 한국과 미국, 중국과 잇달아 정상회담을 이어가는 등 정상외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미래 핵 우려 제거=김 위원장은 특히 북미대화에서도 비핵화를 의제로 삼을 수 있다고 하는가하면 20일 소집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는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부터 6차례 핵실험을 감행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안팎의 예상을 뛰어넘는 조치였다. 북한이 과거 개발하고 현재 보유한 핵무기 문제는 남아 있지만 앞으로 개발ㆍ보유하게 될 미래 핵문제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불식시켰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선제적 조치는 국제사회의 불신이 여전한 상황에서 비핵화 의지를 분명히 하고, 향후 전개될 본격적인 비핵화협상 과정에서 주도권을 쥐고 가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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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헤럴드경제DBㆍ노동신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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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현재 시점에선 표면적으로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에 대한 의지에 의문부호를 달긴 어렵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5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특별사절단으로 평양을 찾은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과의 4시간이 넘는 장시간 면담과 만찬에서 비핵화 목표는 선대의 유훈이라며 “북미대화 의제로 비핵화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북한 대표단이 비핵화와 관련해 전향적 입장을 내비치기는 했으나 최고지도자 입에서 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국은 물론 미국 내 보수진영에서는 김 위원장의 진정성에 대해서나 청와대가 확대해석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같은 달 25~28일 열차를 타고 전격적으로 방문한 중국에서 가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의 북중정상회담에서 “김일성ㆍ김정일 위원장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일관된 입장”이라며 비핵화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북중정상회담에서 단계적ㆍ동시적 조치라는 나름의 비핵화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역시 한국과 미국 등이 요구하는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와는 간극이 있는 것으로, 단계별로 보상을 받으면서도 핵개발은 지속 추진해온 과거의 ‘살라미 전술’의 재판에 불과하다는 회의적 시각을 완전히 가시지는 못했다.

▷김정은, 절차적 정당성 극대화하는 모습=이 같은 상황에서 김 위원장은 이번엔 북한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를 6개월만에 소집해 기존의 경제ㆍ핵 병진노선을 폐기하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한다는 충격요법을 제시했다.

국제사회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히고 있다. 청와대는 “전세계가 염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북한의 발표 직후 2차례 나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과 전세계에 매우 좋은 뉴스로 큰 진전”이라며 “모두를 위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환영했다.

중국 외교부는 “북한의 이번 결정은 한반도정세를 한층 더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며 “환영을 표한다”고 밝혔다.

북한에 가장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일본의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조차 북한의 완전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강조하면서도 “긍정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김 위원장은 경제ㆍ핵 병진노선을 폐기하는 과정에서 나름 정당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절차를 밟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은 먼저 우리의 정기국회격인 최고인민회의가 열리기 앞서 지난 9일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회의를 열고 남북관계 발전 방향과 북미대화 전망과 관련한 전략ㆍ전술을 제시했다.

이어 20일 당 대회 개최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고지도기관 역할을 대행하는 당 중앙위원회의 전원회의를 소집해 경제ㆍ핵 병진노선 대신 사회주의경제건설 노선을 제시함으로써 대외적으로는 메시지 발신 효과를 극대화하고 대내적으로는 주민들을 상대로 북미대화에 나서는 명분을 쌓는 모습을 취했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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