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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골프 ‘백돌이’ 아베··통상현안 내주며 트럼프와의 ‘3번째 라운딩’서도 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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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만 285야드 날리는 트럼프, ‘TPP·철강관세 배제’ 거부

‘내부 여론’ 고려해 골프 고사하던 아베

‘제2의 벙커 굴욕’ 안고 귀국

아베, 트럼프 당선 직후 430만원짜리 혼마 드라이버 선물하기도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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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외교무대는 골프 실력에 따라 움직이는 것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소유의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골프를 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이번에도 굴욕을 맛봤다. 아베 총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세 번째 골프 라운딩을 했다. 사학 스캔들과 재무부 차관 성희롱 의혹 등으로 내부 여론이 좋지 않아 아베 총리가 한 차례 거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거듭된 요구에 결국 필드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최근 아베 총리의 지지율은 각종 스캔들로 2차 아베 내각 출범 후 최저 상태인 31%에 그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정국이나 정책에 대한 판단이 기분에 의해 많이 좌우되는 것으로 알려진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미·일 정상회담에서 가장 집착했던 것이 아베 총리와의 골프”라고 전했다.

아베 총리는 양국 간 최대현안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철강 관세 등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기 위해 각종 영어 키워드와 양국 간 무역통계 수치가 담긴 메모장을 주머니에 넣고 골프 라운딩에 임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아베 총리가 받아든 스코어 카드는 체면을 구길 수밖에 없는 수준이었다. 라운딩을 마친 두 사람은 “아베 총리는 지난 1년간 북한 문제에 있어 우리를 힘있게 지원해 줬다. 나는 언제나 당신과 함께할 것이다”(트럼프 대통령),“지난 2일간 우정과 신뢰가 더 한층 깊어졌다”(아베 총리)고 서로를 한껏 치켜들었지만 진짜 성적표는 낙제점을 면하기 힘들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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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아베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 간 무역문제와 관련해 아베 총리의 제안을 대부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취임 직후 다자간 FTA인 TPP 탈퇴를 선언했다가 이달 재가입 가능성을 시사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기자회견에서 재가입 의사가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만약 TPP 회원국들이 내가 미국을 대표해 거절할 수 없는 조건을 내걸지 않는 이상 TPP에 복귀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나는 일본과 직접 협상하는 양자 간 협정을 훨씬 더 좋아한다”며 “양자 간 협정이 미국과 미국 노동자들에게 더 유리하다”고 못 박았다. 미국의 이탈 후 사실상 TPP를 이끌고 있는 일본이 가장 원하는 미국의 TPP 복귀를 단칼에 거절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양자 FTA를 맺을 경우 트럼프 행정부 측이 일본에 불리한 수출 규제나 환율 조항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TPP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25% 일괄 관세를 부과하면서 일본을 면제 대상에 넣지 않은 점에 대해 당분간 결정을 바꿀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일본의 철강 및 알루미늄은 미국의 안보에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만약 새 협상에 대해 타협을 본다면 그때 가서야 확실히 논의할 것이 나올 것”이라고 단칼에 잘랐다. 미국 측이 철강 관세를 거둬드릴 만한 카드를 가져오지 않는 한 관세 폭탄을 지속해서 투하하겠다는 뜻이다. 지난해 11월 골프회동 중 트럼프 대통령을 쫓아가기 위해 벙커 안으로 한 바퀴 구르면서 모자도 벗겨졌던 벙커의 굴욕을 아베 총리가 다시 한 번 맛본 것이다.

아베 총리가 이역만리를 날아가 얻은 성과라고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거론하며 “(납북자) 가족들이 가능한 한 빨리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 아베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문제”라고 말한 것이 전부다. 아베 총리는 전날 마러라고에 도착하자마자 미국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현재 17명으로 추정되는 일본인 납북자 가운데 돌아오지 못한 12명의 송환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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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골프 실력이 난마처럼 얽힌 외교관계에서도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지난해 미국의 유명 골프교습가인 데이비드 레드베터는 “트럼프 대통령은 파워가 좋다. 아베 총리는 그립이 좋다”고 분석했다.

틈나는 대로 마러라고 리조트를 찾는 트럼프 대통령은 192㎝의 장신에 107㎏에 당하는 덩치를 활용해 무려 285야드의 드라이브샷을 날리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핸디캡이 2.8에 불과할 정도로 골프를 잘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클럽 챔피언을 18차례나 차지했을 정도. 레드베터는 “트럼프 대통령은 알려진 대로 장타자다. 어드레스 동작에서 발과 무릎·엉덩이·어깨의 정렬이 매우 좋다”며 “오버 스윙 경향이 있지만 다운 스윙이 역동적으로 이뤄진다”고 평가했다.

이에 비해 아베 총리는 골프 실력이 많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비교해 골프 실력이 떨어진다. 아베 총리의 드라이브샷 거리는 200야드 정도로 트럼프와 85야드나 차이가 나며, 90~100타를 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드베터는 “아베 총리는 신중하게 라운드를 하는 유형”이라면서도 백스윙 시 하체가 흔들리는 스웨이 현상을 약점으로 지목했다. 레드베터는 “아베의 하체가 탄탄하게 받쳐준다면 비거리를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인 문제를 푸는 데는 식사보다 골프 라운드를 하는 게 낫다”고 강조한 바 있으며 아베 총리는 2016년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 확정되자 각국 정상들 중 가장 먼저 미국으로 날아가 430만원 상당의 혼마 드라이버를 선물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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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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