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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국제 핫이슈]60년만에 막내린 '카스트로 시대'…경제 최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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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혁명 세대' 첫 집권…비틀스 좋아하는 온건파

라울 카스트로, 서기장직 유지 실권자 역할 가능성도

뉴시스

【아바나=AP/뉴시스】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새 국가평의회 의장(왼쪽)이 19일(현지시간) 수도 아바나 국가평의회에서 라울 카스트로 전 의장과 함께 한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2018.08.20


【서울=뉴시스】 이번주 국제뉴스에서 뜨거웠던 이슈들 중 하나는 쿠바에서 지난 60년 동안 지속된 '카스트로 시대'가 막을 내렸다는 것이다.

쿠바 의회인 전국인민권력회의는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진행된 비밀투표를 거쳐 국가 원수인 국가평의회 의장으로 미겔 마리오 디아스카넬(57) 국가평의회 수석 부의장을 선출했다.

디아스카넬 신임 의장은 단독 추천으로 후보가 돼 604명의 의원 중 603명의 찬성표를 받아 선출됐다. 1959년 혁명이후 피델과 라울 카스트로 형제의 집권 체제가 유지돼 온 쿠바에서 60년 만에 카스트로 가문이 아닌 인물이 권력을 승계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디아스카넬 의장은 '포스트 혁명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쿠바 혁명 직후인 1960년 출생한 그는 대학에서 전자엔지니어링을 전공한 뒤 잠시 교사로 재직하다 1994년 비야 클라라주 공산당 지방위원회 제1서기장으로 선출되면서 정치의 길로 들어섰다. 2003년 공산당 정치국 멤버가 된 뒤 2009년 고등교육 장관, 2012년 국가평의회 부의장, 2013년 수석 부의장을 역임하며 승승장구했다.

라울 카스트로(86) 전 국가평의회 의장은 이날 후임자 선출과 함께 퇴임했다. 2008년 형인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에 이어 국가 지도자에 오른 그는 자신이 약속했던 경제 개혁을 미완의 과제로 남겨놓고 10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셈이다.

뉴시스

【아바나=AP/뉴시스】쿠바 수도 아바나의 국영 시장에서 2014년 12월 20일 상인들이 과일을 팔고 있다. 2018.04.17


쿠바는 전 세계에서 사회주의 국가의 모습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지만 성장이 오랜 기간 정체되고 제조업 기반도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미국 등 적대국과의 관계를 개선해 고립 상태에서 벗어나고 지나치게 국가 중심적인 경제 구조를 개혁해 민간 부문의 활력을 되살리는 것이 차기 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평가된다.

디아스카넬 신임 의장은 비틀스와 같은 로큰롤 음악을 좋아하고 정치 성향도 전임자들에 비해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카스트로 형제의 정책 노선과 차별화를 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라울 카스트로 전 의장이 공산당 서기장직을 유지하며 사실상 배후의 실권자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디아스카넬 신임 의장은 이날 취임 연설에서 혁명 정신을 승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나라를 위해서, 사회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우리나라를 한층 밝게 만들겠다"며 "국가평의회 의장으로서 작고한 피델 카스트로 전 의장의 사상과 유지를 지키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라울 카스트로 전 의장은 새로운 지도자에 대한 강력한 지지를 약속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가 했던 것과 같은 일을 그와(디아스카넬과) 함께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시스

【아바나(쿠바)=AP/뉴시스】2008년부터 쿠바를 다스려온 라울 카스트로(86) 국가평의회 의장이 오는 19일 두번째 임기를 마치고 물러난다. 사진은 1961년 시가를 물고 있는 형 피델 카스트로 전 쿠바 국가평의회의장(왼쪽)과 촬영 장소가 분명치 않은 그의 동생 라울 카스트로의 1959년 자료사진을 합성한 사진. 쿠바의 독재자 풀젠시오 바티스타 치하에서 수감 생활을 견뎌낸 이들 형제는 멕시코로 건너간 뒤 1959년 쿠바혁명을 성공시켰다. 피델 카스트로는 32살의 나이에 쿠바의 국가 지도자가 됐고 라울 카스트로는 국방장관이 됐다. 2018.4.16


디아스카넬 신임 의장은 경제 개방과 민간 부문 활성화를 추진하면서도 무상의료나 무상보건과 같은 쿠바의 혁명 유산은 보존해 나가는 방식으로 개혁의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우선 심각하게 무너져 내린 민생 경제 기반을 되살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쿠바의 월평균 소득은 30 달러 수준이다. 많은 국민들이 월급으로는 생계를 유지할 수 없어 도둑질을 하거나 해외에 있는 친지에게 의존한다. 고등교육을 받은 수만명의 노동자가 매년 다른 나라로 떠난다. 생활고로 아이를 낳지 않아 출산율은 1.6명 수준까지 떨어졌고, 고령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호세 라울 비에라 리나레스 전 쿠바 외무부 차관은 AP통신에 "4월에 누가 정권을 잡든 간에 이들의 정치적 미래는 경제 문제에 달려 있다"며 "젊은이들이 꿈꾸고 그들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은 모두 물질적 부에 기초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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