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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침팬지도 그림 그리는 건 예술을 향한 '본능'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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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예술본능의 현상학|이남인 지음|서광사|488쪽|3만8000원

"요니는 종종 연필을 달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고, 힘으로 억지로 빼앗기 전에는 연필을 놓지 않으려 했다. 또한 아주 열렬한 관심을 보이며 그림을 그렸다." 1913년 러시아에서 '요니'라는 침팬지를 대상으로 그림 그리게 하는 실험을 했더니 이런 모습이 나왔다. 서울대 철학과 교수이자 현상학 연구가인 저자는 "요니가 그림 그리기에 열의를 보인 이유는 잠자고 있던 예술 본능이 작동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한다. '본능'이라는 것은 집짓기나 짝짓기 같은 행동이 아니라 '그 무엇을 추구하도록 추동하는 선천적이며 보편적인 생명적 힘, 즉 일종의 지향성'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 같은 '예술 본능' 또는 '미적(美的) 본능'이야말로 예술 창작과 예술 감상을 아우르는 예술적 경험의 원천이라는 것을 규명한다. 본능은 개인에 따라 격차가 있는데 예술보다는 학문·종교적으로 진지한 사람에게선 활발하게 작동하지 않을 수 있고, 피폐한 사회보다 풍요로운 사회에서 더 두드러지는 등 사회·역사적 차이도 있을 수 있다. 저자는 이 본능이 인간을 '미적 자유'의 상태로 해방시킨다는 실러의 견해에서 실천의 실마리를 찾아낸다.

[유석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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