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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책과 삶]혐오와 낙인에 맞선 성노동자의 목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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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이소희 외 지음 |여이연 | 196쪽 | 1만5000원

경향신문

성매매 종사자인 이소희씨(가명)는 지난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계정을 만들었다. ‘성판매 여성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페이지에 성판매 여성으로 겪는 일들을 적었다. 어떻게 시작했는지, 어떤 위협에 처하는지 등을 차분하게 적어내려갔다. ‘페이스북 코리아’는 아무런 예고 없이 삭제했다. 1200여명의 사람이 규탄 성명을 내면서 페이지는 복구됐다. 이씨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꾸준히 글을 썼다. “저의 안녕을 말하고 더 나은 삶을 위해 목소리를 내는 것을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성판매자도 이 사회 구성원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합니다.”

이씨와 성판매 이슈에 관심을 가진 이들이 모여 함께 쓴 책이다. 성매매 업소는 쉽게 찾아볼 수 있고 성노동자는 이 사회에 분명히 존재하고 있으나, 성판매는 불법이다. 공공연한 ‘불법’ 속에서 성노동자는 법 테두리 밖으로 밀려난다. 진상손님에게 머리를 맞아 ‘아가씨’가 다쳐도 업자들은 경찰이 오는 것을 꺼려 신고도 않고 구급차도 부르지 않는다. 이씨는 “차에서 차로 실어날라질 때마다 이 사람(성매수자)이 나쁜 마음을 먹은 사람이 아니길, 맞다면 깔끔하게 한 방에 죽여주길 기도”한다. 접대 현장에선 이런 생각도 한다. “계약이라는 건 상품의 질이나 계약조건을 따져서 해야 하는 것일 텐데, 왜 그런 중요한 사안을 이런 자리에서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지.”

책 3부는 성매매 구조 문제를 짚었다. 이 사회가 성을 이용하고 판매하는 것을 묵인하는데, 성매매를 성판매 여성의 ‘자발적 선택’이라고만 할 수 있을까. 필자로 참여한 이서영씨는 “여성의 성은 교환 가치이고, 사회는 다양한 방식을 통해 여성의 성을 매개로 부를 확장한다”고 말한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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