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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세계 최대 난민촌에 내린 폭우…로힝야족 한숨이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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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폭우로 물에 잠긴 난민촌의 도로[AFP=연합뉴스]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인종청소'를 피해 국경을 넘은 로힝야족 난민을 수용한 세계 최대 난민촌에 몬순 강우가 시작되면서 열악한 환경에 내몰린 난민들이 자연재해에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AFP통신에 따르면 최근 방글라데시 남부 콕스바자르 등지에는 본격적인 우기를 앞두고 강력한 폭우가 간헐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폭우가 내리면서 로힝야족 난민 숙소 일부가 침수피해를 봤고, 일부 도로는 빗물이 고이면서 온통 진흙탕으로 변했다.

유엔 국제이주기구(IOM)의 피오나 맥그리거 대변인은 "난민촌 내에 물에 잠기는 지역이 목격됐으며 일부 도로들은 진흙 구덩이로 변했다"고 난민촌의 상황을 전했다.

난민 구호단체 등은 이미 몇달 전부터 몬순 강우에 의한 난민촌의 재앙을 우려해왔다.

방글라데시에서 연중 강수량이 가장 많은 콕스 바자르에서는 지난해 몬순 기간에 산사태와 홍수 등으로 170명이 숨진 바 있으며, 유난히 비가 많이 왔던 2012년에도 1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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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둥산에 다닥다닥 붙은 로힝야족 난민 숙소[AP=연합뉴스 자료사진]



특히 민둥산 비탈에 대나무와 비닐 천으로 얼기설기 지은 난민 숙소는 폭우를 만나면 곧바로 쓸려 내려갈 만큼 위태롭다. 빗물이 고이는 저지대에 빼곡하게 들어선 난민 숙소는 폭우가 내리면 고스란히 물에 잠길 수 있다.

폭우에 대비해 콘크리트와 모래주머니 등으로 보강 공사를 해 놓았지만, 큰비가 내리면 재앙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현장 구호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우기엔 또 땅을 파 만든 간이 화장실이 넘쳐 콜레라 같은 수인성 질병의 유행 위험도 커진다.

세이브더칠드런의 대프니 쿡 대변인은 "이번에 내린 비로 벌써 피해가 발생했다. 몬순 강우가 제대로 닥치면 더 큰 위험이 닥칠 것"이라며 "큰 폭풍이 닥치면 재앙과 다를 바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난민들도 우기(雨期) 공포를 느끼고 있다.

로힝야족 난민 누룰 하크는 "폭우가 내리면서 난민촌 도로가 깊은 진흙 수렁으로 변했다"고 말했다.

유엔 난민기구는 방글라데시 난민촌에 있는 약 15만 명의 로힝야족이 폭우가 유발할 수 있는 재난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면서, 10만명 가량을 안전지대로 대피시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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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로힝야족 난민촌[AFP=연합뉴스]



현재 방글라데시 난민촌에는 미얀마에서 박해를 피해 방글라데시로 넘어온 90만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기거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6년 10월과 지난해 8월 2차례에 걸친 미얀마 정부군과 로힝야족 반군의 유혈 충돌 이후에만 70만명 가량이 유입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난민촌을 형성했다.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는 최근 로힝야족 난민의 본국 송환에 합의했지만, 난민들과 국제사회가 안전과 시민권이 보장되지 않는 송환에 반대하면서 송환 개시 시점이 늦춰진 상황이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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