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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실 재현’ 넘어선 색과 형태의 생동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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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진중권의 서양미술사-인상주의 편
진중권 지음/휴머니스트·2만원


<진중권의 서양미술사> 제4권. 고전예술, 모더니즘, 후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등 3권으로 완결한 뒤 아차 싶어 덧쓴 인상주의 편. 고전예술과 모더니즘 사이, 즉 19세기 중엽부터 20세기에 이르는 50여년 동안의 이행기를 정리했다.

사회 변화와 예술의 조응에 기초하여 사조를 훑었다. 19세기는 시민혁명과 산업혁명으로 급격히 도시화가 진행되었다. 대량생산된 상품과 소외된 노동자로 넘쳐났다. 쿠르베 같은 사실주의자는 천박한 사회를 있는 그대로 그려 ‘아름다운 가상’이라는 고전미술 이념을 무너뜨렸다.

사실주의자가 사물을 ‘아는’ 대로 그렸다면 인상주의자는 ‘보이는’ 대로 그렸다. 마네, 모네, 피사로, 시슬레 등이 그린 것은 빛. 내용보다 형식이 우선이다. 르느와르와 드가는 사진의 스냅성을 끌어들였다. 쇠라, 시냐크 등 신인상주의자는 팔레트에서 물감을 섞는 대신 화면에 빨, 노, 파 색점을 겹쳐 찍었다. 인상주의자들은 보색을 활용하여 생생함을 얻었다. ‘느끼는’ 대로 표현하는 반 고흐, 이국에서 조형원리를 찾아낸 고갱은 후기 인상주의로 넘어간다. 상징주의, 야수주의와 멀지 않다.

세잔을 두 장에 걸쳐 기술한 점이 눈에 띈다. 그는 인상주의의 덧없음에서 벗어나 원통, 구, 원뿔 등 형태로써 그림에 촉각적 실체감을 부여했다. 500년 묵은 원근법에서 그림을 해방시킨 것도 그여서 한 작품에 초점이 여러개다. 그 뒤를 따라 마티스가 색채를, 피카소가 형태를 회화의 재현 기능에서 놓아주었다. 마지막 걸음을 디딘 이가 칸딘스키. 그는 형과 색 그 자체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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