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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4 (금)

[정부대전청사 20년] 김영문 관세청장 “조직 혁신 위해 성과관리체계부터 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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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위주 단속ㆍ규제 치중 업무방식 개선

‘이달의 관세인’ 선정 방식도 변경

상명하복 문화 탈피 소통에 주력
한국일보

김영문(왼쪽 세 번째) 관세청장이 13일 쉐라톤 서울팔래스호텔에서 수출입 기업인 및 단체장들과 조찬 간담회를 열어 관세청의 내부 혁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관세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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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은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알고 내가 처한 환경과 조건을 분석한 후 그에 가장 적합한 방식을 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영문 관세청장은 취임 후 유독 혁신과 조직 문화 개선을 강조했다. 그의 혁신론 정의는 일반인들의 상식과는 결을 달리한다. 그는 “혁신은 일반적으로 과감한 변화로 인식하고 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을 잘 인식해서 그 조건 아래 어떻게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지 길을 찾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래서 자신이 처한 조건을 분석하고 그 조건에서 해야 할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을 때 현재 하고 있는 방법이 최선일 경우에는 그대로 하는 것이다. 그는 무조건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는 “혁신은 모든 구성원이 참여주체가 되어야 하고 현장에서 바른 길을 찾아가면서 일해 나가는 일종의 DNA와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후 그가 단행한 대표적인 혁신사례는 성과관리체계를 폐지한 것이다. 직원들과 소통 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었던 주제로, 정부업무 평가에 신경을 써야 함에도 조직혁신 차원에서 과감하게 폐지했다.

그는 “성과관리체계는 모든 것을 수치화하여 운영해 왔고 본청에서 세관별, 과별 목표를 설정하여 내려보냈다”며 “그러다 보니 할당된 목표달성을 위해 실적위주로 단속하고 규제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수행해 온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업무방식이 세금 추징이나 조사 처벌 같은 분야에서 실적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진행될 위험이 있고, 국민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는 측면도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때문에 그는 성과관리체계 폐지를 추진하며 직원들에게 “‘정부업무 평가에서 꼴찌를 해도 좋다”고 밝혔다.

이런 차원에서 관세청이 매달 시상하는 ‘이달의 관세인’ 선정 방식도 변경했다. 기존에는 추징이나 적발금액 관점에서 성과를 보여준 직원을 선정했으나 앞으로는 제도혁신의 관점에서 ‘이러한 것도 혁신이구나’ ‘그렇게 업무를 수행하는 방법도 있구나’라며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사례들을 선정하고 포상하기로 했다.

그는 상하간 경직된 관행에서 벗어나 소통하는 조직문화 형성도 강조했다. 그는 “관료조직이 상명하복의 문화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고, 관세청도 그런 문화에 익숙하다”며 “하지만 직원들이 자기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하고 그것을 스스럼없이 상사에게 제안할 수 있는 문화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올해는 예고단속 등을 통해 사소한 잘못 등은 적발 그 자체보다 규정이 준수되도록 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그러나 고의적으로 규정을 어기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단속하는 행정을 하겠다”고 말했다.

허택회 기자 thhe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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