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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현장메모] 들통난 경찰의 거짓말 … 압수수색 자초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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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금으로선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

‘드루킹’ 사건을 두고 지난 16일 경찰이 밝힌 수사 내용이다. 이날 경찰은 기자들에게 김경수 의원이 김모(필명 드루킹·49)씨와 무관하다는 데 해명을 집중했다. 김 의원과 드루킹이 친하지 않다는 것을 굳이 강조했다. 3000여개의 텔레그램 URL(인터넷 주소)도 김 의원이 읽지 않았다는 점도 몇 차례 언급했다.

불과 몇 시간 뒤 경찰 입장만 옹색해졌다. 김 의원이 기자들에게 김씨와의 관계를 실토한 것이다. 김 의원은 김씨가 의원회관에 찾아와서 오사카 총영사를 추천했고, 이를 청와대 인사수석실로 전달한 사실도 고백했다. 김 의원 기자회견으로 경찰의 거짓말이 하나씩 뒤이어 탄로 났다. 3000여개의 텔레그램 URL도 김 의원과 김씨 사이가 틀어진 뒤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계좌추적도 뒤늦게 했다. 그마저도 영장이 아닌 임의제출 형식으로 계좌를 피의자들에게서 받은 것들이다. 경찰은 집권 여당 실세와 관련된 사건이라 잔뜩 몸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요구하면서 “우리도 수사할 수 있다”던 모습과 딴판이다.

세계일보

권구성 사회부 기자


현장에서 열심히 수사하는 실무진이 이런 판단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경찰 지휘부가 수사내용을 보고받고 우왕좌왕했다는 얘기가 들린다. 위에서 흔들리니 경찰 조직 전체가 흔들리는 꼴이 되었다. 서울경찰청의 잇단 헛발질에 헛웃음을 짓는 고위 인사들이 많다고 한다.

언젠가 서울경찰청이 압수수색당할 거라는 불길한 예언마저 나돈다. 경찰이 계속 수사 은폐와 무능으로 일관하면, 결국 검찰이나 특검 수사를 불러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과거 ‘국정원 댓글’ 사건 때도 경찰은 우물쭈물하다가 검찰의 압수수색을 당하는 수모를 당했다.

얼마 전 경찰청은 이명박정부 시절 경찰의 인터넷 ‘댓글 공작’ 의혹을 자체적으로 규명한다면서 서울과 경기남부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스스로 부끄러운 모습을 청산하겠다는 뜻에서다. 그런 결의는 어디 갔는지 궁금하다. 수사권을 얻기 위해 검찰과 맞짱 뜨던 모습은 또 어디 갔는가. 경찰이 이번에 또 좌고우면하다가는 처절한 반성문을 다시 써야 할 것임을 명심하길 바란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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