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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한국영화 과외받는 베트남…`K무비` 이식해 `V무비` 꽃피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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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류의 봄이 온다 / 한류4.0 현장점검 (中) 베트남 ◆

매일경제

지난 14일 오후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롯데시네마 고밥관에서 현지 관객들이 영화 티켓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서 대기하고 있다.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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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오후(현지시간) 베트남 호찌민에 있는 롯데시네마 고밥관. 지난주부터 손예진·소지섭 주연의 멜로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이하 지만갑)가 베트남 최대 규모 롯데시네마인 이곳에서 한창 상영되고 있었다. 상영표를 훑으니 국내 흥행작 '지만갑'과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레디 플레이어 원', 괴수물 '램페이지'가 메인 시간대를 점유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투이 롯데시네마 고밥관 관장(29)은 "요즘 '지만갑'이 베트남 젊은이들 사이에서 굉장히 인기"라며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지난 6일 베트남에서 개봉한 '지만갑'은 박스오피스 1·2위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대학생 투짱 씨(20)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 영화 '신과 함께'을 보고 한국 팬이 됐다"면서 "친구들이 '지만갑'을 추천해 오늘 남자친구와 보러 왔다"고 말했다. 대학생 링단 씨(21)도 '지만갑' 티켓을 손수 보여주며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극장에 온다. '부산행' '군함도' '신과 함께' 모두 봤는데 이따가 볼 '지만갑'도 기대된다"며 웃었다.

베트남은 이미 한국 문화 콘텐츠에 익숙한 시장이 됐다. 유튜브와 인터넷에서 한국 드라마·영화 등을 쉽게 접하고 현지 영화관에서는 한국 영화를 거의 시차 없이 상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베트남은 한국과 정서가 비슷해 거부감 없이 한국 문화 콘텐츠가 쉽게 스며드는 추세다.

게다가 베트남 영화 시장도 급성장세다. 2013년 550억원에 불과하던 영화 시장 규모가 지난해 무려 1380억원으로 두 배 이상 커졌다. 하지만 베트남 영화 토양은 아직 척박한 편이다. 이 때문에 베트남은 한국 영화의 '블루오션'으로 불린다. 현재 1·2위 극장 사업자는 국내 기업 CJ CGV와 롯데시네마로, 두 기업의 강대강 구도다. 이들의 베트남 극장 점유율만 50~60%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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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한류가 한국 문화 콘텐츠를 널리 알려 전 세계가 '향유'하게 하는 트렌드였다면 이제는 한국 문화를 현지에 '이식'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 현지 문화 인프라스트럭처를 구축하고 현지인과 함께하면서 한류를 지속 가능하게 하는 전략이다. 연초 '신과 함께:죄와 벌'의 현지 흥행에 이은 '지만갑' 열풍은 최근 "K무비(한국 영화)를 이식해 V무비(베트남 영화)를 만들자"는 움직임으로 이어지고 있다. 20여 년째 베트남에서 근무 중인 윤지숙 롯데엔터테인먼트 베트남 팀장은 "베트남 영화계를 중심으로 한국 영화에서 한 수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극장 인프라 확장과 한국 영화 붐에 힘입어 롯데엔터테인먼트는 올해부터 베트남 로컬 영화 제작(제작·투자·배급)을 본격화할 방침이다.

한국 영화로 영화 한류를 주도함과 동시에 V무비에 대한 베트남 수요에도 적극 부응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6월 현지 영화 투자사 '프로필름 베트남'과 '롯데엔터테인먼트 베트남' 공동 법인을 세운 이후 보이는 본격 행보다. 이에 따라 베트남 유력 제작사와 함께 올해 코믹 액션물 1편, 2019년 3편, 2022년 5편을 제작하고 향후 연평균 10편가량 V무비 상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V무비가 40여 편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그중 4분의 1 이상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자사 영화든 경쟁사 영화든 가리지 않고 흥행이 예상되면 현지에서 개봉해 한국 영화 인지도를 높인다는 전략도 세우고 있다. 영화 관련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통한 현지인과의 스킨십도 넓히고 있다. 지난 14~15일 호찌민에서 연 '베트남 영화제작교실'이 그 예다. 이곳에서 만난 기어딘대 2학년생 호앙까오 씨(20)는 "'신과 함께'를 매우 감명 깊게 봤다"면서 "영화 제작자가 되는 게 꿈인데 언젠가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V무비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강사로 나선 영화감독 김태엽 씨(38) 또한 "베트남 청년들이 한국인 이상으로 한국 영화와 영화 매체 전반에 관심이 많아 놀랐다"고 말했다.

[하노이·호찌민 =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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