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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시로 여는 수요일] 아무도 돌아오지 않은 봄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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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우 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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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우(1964~)

나무에 꽃이 핀다한들

눈가에 핀 소금꽃만 하랴

천지에 햇살이 퍼진다한들

그늘 한쪽 내어줄 수 없다

이 봄, 저 남녘 바다에는 아직

수상한 그림자들이 떠다닌다

비늘 싱싱한 숭어들아

올봄에는 조용히 오시라

저 물길 아래에

어린 영혼들이 누워 있으니

헐떡이는 붉은 아가미로

뜨거운 숨결 불어 넣어 주시라

바람 불면 벚꽃들아

꿈 많은 입술로 재잘재잘 날리시라

이제 봄은 견디는 계절

그리고 돌아서서 흐느끼며

어금니를 깨무는 시간,

바다에서는 아무도 돌아오지 않았고

등 뒤에는 산 하나가

허물어지고 있다

아무도 돌아오지 않아서 그날 바다, 때마다 돌아보게 하지요. 햇살 찬란할수록 그늘 더욱 선명한 법이지요. 활짝 웃는 봄꽃도 다만 바람 간지러운 탓만은 아니겠지요. 긴 겨울어둠 뚫고나와 열흘 붉다가 분분히 흩어지는걸요. 지구라는 동공에 그렁그렁한 저 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저마다 제 눈물 속에 저를 담그고 헤엄치는 물고기인지도 모르지요. 사월 바다 앞에서 우리가 울어야 할 것은, 거센 파도가 아니라 인간의 심연인지도 모르지요.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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