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더좋은미래, 선관위와 전면전…"김기식 판단 수용 못 해"

더좋은미래 17일 "여론몰이 정치해석" 성명

"정치적 판단, 선관위원 구성 어떤지 봐라"

현 선관위원 과반, 박근혜 임명·양승태 지명

"선관위, 자신들 직무유기·무능 사과해야"

"악의적 공세로 타격, 불순한 의도 있다"

[이데일리 유태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정책연구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가 17일 김기식 전(前) 금융감독원장의 ‘셀프후원’ 논란 관련 위법 판단을 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사실상 전면전을 선포했다. 선관위 결정을 그대로 수용할 경우 더좋은미래와 ‘더미래연구소’(이하 더미래)라는 조직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는 판단 등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선관위는 전날 전체회의를 통해 김 전 원장이 19대 의원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자신이 속한 더좋은미래가 출범시킨 더미래에 5000만원을 기부한 것과 관련, “종전의 범위를 현저히 초과하는 금액을 납부하는 것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김 원장은 이런 선관위 발표 뒤 사의를 표명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사표를 수리했다.

더좋은미래와 19대 국회 당시 더좋은미래 소속 민주당 초·재선 의원 22명이 약 1000만원씩을 갹출해 만든 더미래는 문재인 정부 당·정·청 요직을 두루 배출한 정권의 산실이다. 당내에서는 우원식 원내대표와 박홍근 원내수석부대표, 강훈식 원내대변인 등 원내지도부와 상임위원회 간사 7명이 더좋은미래 출신이거나 현 소속이고, 청와대에서는 조국 민정수석비서관과 홍일표 정책실 선임행정관, 19대 의원으로 참여했던 은수미 전 여성가족비서관·박수현 전 대변인·진성준 정무기획비서관이 더미래 출신이다.

더좋은미래 소속 의원 일동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선관위의 여론몰이식 정치적 해석에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들은 “선거법 위반 지적은 도저히 수용 못 한다”며 “헌법재판소에 심판을 청구하는 방안을 깊이 있게 검토하는 한편 법 개정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또 “야당의 정치공세로 이번 사안이 불거지자 이제야 위법 해석을 내리는 것은 선관위 스스로 본인들의 직무유기를 인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선관위는 자신들의 직무유기와 무능에 대해 사과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악의적인 정치공세로 정치개혁과 정책혁신의 발목을 잡는 행위에 대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좋은미래는 선관위원 구성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도 주장했다. 권순일 현 선관위원장을 지명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한 김명수 대법원장이지만, 권 위원장을 대법관으로 제청한 것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임명했고, 선관위원장은 대법관 선관위원 중에 호선으로 선출하는 게 관례다. 또 현 선관위원 9명 중 과반이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명하거나 양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인사다.

이재정 의원은 성명서 발표 뒤 기자들의 ‘정치적 판단은 주로 정부 눈치를 보는 형태로 이뤄지지 않느냐’는 지적에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겠지만 선관위 구성이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더 잘 아실 것”이라고 말했다. 또 “더좋은미래에 많은 법률가(출신 의원)가 있는데, 자체 판단으로는 그런(위법) 결론을 못 내렸다”며 “정치적 판단이 아니라면 그와 같은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더좋은미래 책임 간사인 유은혜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더좋은미래와 더미래는 3년 이상 세미나와 토론회, 간담회, 정책 자료집 발간을 통해 정책 대안을 생산하고 정책으로 경쟁하는 국회를 만들기 위한 모임이고 연구소였다”며 “악의적 정치공세로 활동에 타격을 입히려는 것 자체가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날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