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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신같이·미친…무심코 던진 말 비수로 꽂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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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세일’·‘사장님이 미쳤어요’

정신장애인엔 심장이 벌컹…


“‘미친 세일’, ‘사장님이 미쳤어요’ 문구만 봐도 정신장애인은 심장이 덜컹해요”.

차별의 얼굴은 여러개다. 누가봐도 차별로 인식할 수 있는 차별도 있고, ‘이게 왜 차별이지?’ 싶어서 한참 생각하게 하는 차별도 있다.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는 건 거대한 차별만이 아니다. 무심코 사용하는 표현 역시도 장애인과 그 가족들에겐 상처다. 누군가 욕지거리로 내뱉는 단어는 그들이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 장애인들에게 비수가 돼 꽂힌다.

▶“내 존재가 욕인 세상에서 살아가는 기분, 아시나요” =병신, 미친놈, 정신병자, 그리고 장애인. 장애를 뜻하는 단어들이 욕설로 사용되는 상황은 장애인들이 접하는 가장 잦은 차별 중 하나다.

‘병신’은 본래 신체의 어느 부분이 온전하지 못하거나 그 기능을 잃어버린 상태를 일컫는 말이지만, 모자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낮잡아 이를 때 더 많이 사용된다. ‘미치다’, ‘정신병자’ 역시 마찬가지다.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을 하는 경우에 남발한다. 누군가의 존재가 이 사회에서 ‘욕설’로 통용되는 모습이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이같은 현상 역시 장애인의 존재 자체를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는 ‘차별’이라고 말한다. 그는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무심코 접하는 차별 표현이 더 큰 아픔으로 다가올 때가 있다“며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마저 무심코 ‘야, 진짜 병신 같지 않냐’라며 아무렇지 않게 장애인 비하표현을 사용해 크게 상처 받는 장애인이 많다”고 말했다.

박김 대표는 “장애인들이 친한 사람들에게 ‘쓰지마. 기분 나빠’라고 말하기 어려워 속으로 아픔을 삭이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말하지 않는다고 해서 들었을 때 아무렇지는 않은 것은 아니다. 단순히 욕설이어서가 아니라,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에 지양해야할 표현”라고 설명했다.

언론에서 흔히 사용하는 비유적 표현 역시 차별의 하나로 꼽힌다.

‘눈먼 돈’, ‘벙어리 외교’, ‘귀머거리 정치’, ‘절름발이 정책’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박김 대표는 “사회가 장애인을 어떻게 이미지화 하느냐는 차별금지법에도 나와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부정적인 상황을 장애로 비유하는 표현들은 장애를 가진 사람 자신조차도 스스로 ‘부정적인 사람’, ‘제약이 많은 사람’, 곧 ‘무능한 사람’으로 낙인찍고 이미지화 한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접 장애인을 경험했거나 만나본 사람보다 미디어를 통한 간접 경험을 한 사람이 더욱 많은 상황에서, 배제되고 오랫동안 격리된 장애인을 향한 부정적 인식이 이처럼 확산한 것은 미디어의 영향도 크다”고 지적했다.

▶“시각 장애인? 눈 안 보이는데 어떻게 영화 ‘봐’?”…몰이해도 차별 = 장애인이라고해서 무작정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인식도 차별로 꼽힌다.

김철환 장애벽허물기 활동가는 “눈이 보이지 않으면 영화를 즐길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것도 하나의 편견이고 차별”이라며 “환경이 제대로 조성되지 않아 제대로 즐기지 못할 뿐, 시각장애인도 ‘화면해설(화면에 보이는 상황을 언어로 설명해주는 해설)’을 통해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청각장애인들이 귀가 안 들리면 영화나 드라마 화면만 보면 되지 않냐는 생각 역시 마찬가지다. 김 활동가는 “청각 장애인들은 눈으로 (화면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라는 편견이 있어 한국 영화를 보는 게 더 어렵다. 아무렇지 않게 장애인의 불편함을 간과하는 것 역시 차별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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