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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한국GM 적자 수렁에도 성과급 꼬박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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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한국GM의 고임금 구조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고질병인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국GM의 지난해 연평균 급여는 약 9000만원으로 기아차(9300만원), 현대차(9200만원) 수준으로 올라섰지만 생산성이나 판매 실적은 경쟁사보다 크게 뒤떨어지는 게 이를 대변한다.

지난해 한국GM 생산량과 내수 판매는 전년 대비 각각 10.4%, 26.6%씩 급락해 '쇼크 상태'에 빠졌지만 급여는 거꾸로 3.4% 올랐다. 반면 이보다 훨씬 나은 성적표를 받아든 현대차는 직원 평균 연봉이 2.1% 줄었다. 현대차 생산량은 1.7% 감소했고, 내수 판매는 4.6% 늘었다. 지난해 생산과 내수 판매가 각각 2.2%, 2.5% 줄어든 기아차도 연봉은 3.1% 줄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16일 "한국 자동차 노조는 기업 성과와 무관하게 매년 노사협상으로 성과급 등이 결정되다 보니 교섭 과정에서 마찰도 크고 적자 상태에서도 지급해야 한다는 문제점이 있다"며 "이 같은 고질병은 특히 시장 점유율 대비 노조 목소리가 큰 한국GM에서 특히 심하다"고 말했다.

완성차업체 부사장은 "회사가 매출을 늘린다고 신차를 만들 때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 완성차 생산국이 한국 말고 또 어디 있겠는가"라며 "차 산업 위기 근본 원인은 경직된 노동 유연성"이라고 단언했다.

한국GM 노조가 지난 7일 성과급을 안 준다며 벌인 사장실 '쇠파이프' 무단 점거 사태도 노동 경직성이라는 고질병이 도진 결과로 풀이된다. 성과급 지급 불능 사태의 1차 책임은 약속한 돈을 내놓지 못할 정도로 회사 재무 상황을 망가뜨린 한국GM 경영진에 있다. 하지만 회사가 망해가는데도 계속 손을 벌려 온 노조의 도덕적 해이도 만만치 않다.

한국GM 직원이 받는 성과급은 엄밀히 말해 '성과급'이 아니다. 자본잠식에 빠진 회사는 적자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강성 노조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매년 돌아오는 임금협상에 따라 당연히 받아야 하는 급여처럼 굳어졌다. 노조는 지난 1월 사측과 임금·단체 협상을 타결하며 2월 1인당 격려금 600만원을 받고 지난 6일 성과급 450만원을 또 한 차례 챙기기로 했다. 최근 4년간 한국GM 누적 순손실은 3조원(2조8717억원)에 달하지만 직원들은 격려·성과급 명목으로 매년 1000만원씩을 빠짐없이 챙겼다.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이 같은 한국 차 산업 문제점이 더 확연히 드러난다. 대부분 성과제가 정착된 해외와 달리 한국은 근무 연차에 따라 매년 인상되는 호봉제를 기본으로 하다 보니 생산성과는 연관성이 낮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해외 주요 자동차업체는 계약직, 기간제 등 비정규직 근로자 활용이 자유롭고 파견, 사내 하도급 등 외부 인력을 투입해 다양한 형태로 인력을 운영할 수 있다"며 "근로자 전환 배치, 교대제 조정 등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단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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