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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한국GM 20일 법정관리 ‘으름장’…벼랑 끝 전술에 협상 난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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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20일까지 노조 자구안 동의안하면 '법정관리' 엄포

산업은행 차등감자 요구에도 난색

한국GM 지원 '3대 원칙' 표류…기재부 역할론 부상

이데일리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GM(제너럴모터스)이 한국GM 구조조정 논의 테이블에서 이 회사 노동조합과 주주인 KDB산업은행을 상대로 양보 없는 ‘벼랑 끝 협상’ 전술을 펴고 있다. 닷새 뒤인 오는 20일까지 노조가 자구 계획에 합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신청도 불사하겠다며 압박하는 동시에 산업은행의 요구에도 덩달아 어깃장을 놓고 있는 것이다.

◇GM, 차등감자 요구 수용안해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GM 본사 간 협상이 교착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배리 엥글 GM 인터내셔널(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앞서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성주영 부행장과 만나 실무 협의를 했다. 이 자리에서 성 부행장은 GM 측에 산업은행의 한국GM 지분 비율(17.02%) 및 비토권(거부권) 유지를 요구했으나 엥글 사장이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쟁점은 GM의 차등 감자(減資) 수용 여부다. 애초 GM 본사는 자회사인 한국GM에 빌려준 27억 달러(약 2조9000억원) 규모 기존 대여금을 출자 전환(대출을 투자로 바꿈)하겠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산업은행은 GM이 한국GM의 빚을 털어내 재무 구조를 개선하면 이후 신차 생산에 필요한 28억 달러(약 3조원) 상당의 신규 투자금에 지분 비율만큼 참여하겠다는 뜻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GM 본사가 이처럼 한국GM에 빌려준 돈을 모두 주식으로 바꿀 경우 산업은행 지분율이 1% 미만으로 쪼그라든다. 주주총회 특별 결의 사항에 거부권(지분율 최소 15% 이상 필요)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사라지는 것이다. 따라서 성 부행장도 출자 전환 뒤 GM 본사 자본을 20대 1 이상의 비율로 줄여 산업은행 지분율을 유지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결판을 내지 못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도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저쪽(GM)이 차등 감자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며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토로한 바 있다.

◇한국GM 정상화 협의 ‘첩첩산중’…기재부 총대메야

GM 측이 이처럼 양보 없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며 향후 정부, 산업은행 등과의 자금 지원 협의도 순탄치 않으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는 애초 한국GM 경영 정상화 지원의 3대 원칙으로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모든 이해 관계자의 고통 분담 △장기적으로 생존 가능한 경영 정상화 방안 마련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3가지 원칙 모두 달성이 불투명해지면 지원에 나설 명분이 사라진다.

이달 20일까지 한국GM 노조가 인건비 절감 등을 위한 임금 및 단체 협약 협상 타결을 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도 불사하겠다는 엄포는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 애초 산업은행은 오는 20일쯤 삼일회계법인의 한국GM 실사 중간 보고서를 받고 이를 근거로 자금 지원 협상을 본격화할 계획이었다.

만약 한국GM이 실제 법정관리를 신청하면 이 회사는 법원 주도 아래 청산하거나 회생 절차를 밟게 된다. GM 본사도 기존 대여금의 출자 전환, 감자에 따른 경영권 지분 상실 등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청산할 경우 산업은행이 보유한 주식은 휴짓조각이 되고 한국GM의 유일한 채권자인 GM은 자산 매각을 통해 임금, 퇴직금 등 임금 채권(공익 채권)을 우선 변제하고 남은 돈에서 자기 몫을 가져갈 수 있다.

한국GM 구조조정 실무를 담당하는 한 관계자는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GM 본사도 출자 전환, 감자 등을 통해 경영 실패에 책임을 져야 하는 만큼 실익이 크지 않다”면서도 “일부 손실을 보더라도 한국 사업장을 철수하겠다는 의지를 정말로 가졌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경제 정책 선임 부처인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GM을 상대로 한 협상 전략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동걸 회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구조조정의 컨트롤타워는 기재부”라며 “김동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가 금호타이어도 많이 도와줬고, STX조선도 그랬다. 한국GM도 다 같이 협의해서 큰 그림을 결정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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