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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김현주의 일상 톡톡] 삼성증권 430억 쇼크…'유령주식' 미스터리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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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의 이른바 '유령주식' 파문이 일파만파 확산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에서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와 유령주식 거래를 가능하게 한 주식 거래시스템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실수로 입력한 주식을 회사에 보고도 하지 않고 서둘러 내다 판 것은 반드시 문책해야 할 위중한 사안입니다.

그나마 유령주식 매도물량이 500여만주에 그쳐서 다행이란 의견도 있습니다. 만약 발행주식 수를 뛰어넘는 주식이 매도됐다면 그땐 정말 걷잡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상식적으로 증권사는 투자자들이 믿고 돈을 맡길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태는 가히 총체적인 난국이었습니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은 주식 거래가 가능했던 시스템에 대한 불신도 상당한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청와대 게시판에는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유령주식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다른 증권사들도 가공의 주식을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지 시스템 점검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발행주식 수를 훨씬 초과하는 주식이 우리사주 보유 직원 계좌에 입고됐음에도 특별한 경고 메시지가 없었다는 것은 개인의 일탈이 아닌 시스템, 회사 전체의 문제입니다.

잘못되면 큰 파장이 예상되는 경우 여러 단계의 내부통제 시스템이 작동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세계일보

지난 6일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사태 당시 직원의 주식 매도 금지를 알리는 3번째 마지막 팝업 공지 후에도 주식을 판 직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첫 팝업 공지 후 주식을 내다 판 직원은 이 직원을 포함해 6명에 달했다. 삼성증권이 사태를 인지하고 유선으로 사고를 전파한 뒤 주식을 매도한 직원은 이 6명을 포함해 9명이다. 삼성증권은 직원 16명이 매도한 주식 규모만큼 이미 대부분 물량을 매수해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증권은 6일 오전 9시30분 28억1000만주가 잘못 배당된 뒤 1분 후 업무 담당자가 착오를 인지하고, 39분 증권관리팀장이 본사부서에 전화로 사고를 처음으로 전파했다. 이후 45분 증권관리팀이 각 지원부서에 '직원 매도금지'를 유선으로 다시 전파했다.

주식 입고 후 첫 유선 전파까지 9분 만에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7명은 서둘러 주식을 내다팔았다. 또 업무개발팀에서 51분 사내망에 '직원계좌 매도금지' 긴급 팝업을 띄우기 전까지 10분여 사이에 다른 직원 3명도 주식을 팔아치웠다.

삼성증권은 첫 긴급 팝업을 띄운 후 5분 단위로 두 차례 더 팝업을 공지했고, 10시8분에는 시스템상 임직원 전 계좌에 대해 주문정지 조치가 이뤄졌다. 첫 긴급 팝업 이후 3번째 마지막 팝업이 뜨는 사이에도 5명이 주식을 매도했고, 심지어 3번째 마지막 팝업 공지 후에도 1명은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팔아치운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첫 팝업 이후 시간대에는 주식 수백만주가 한꺼번에 쏟아져 주가를 12% 가까이 끌어내리기도 했다.

회사에서 잘못 입고된 주식을 사내 유선 전파와 세 차례 팝업을 통한 긴급공지 후에도 직원들이 아랑곳하지 않고 매도한 것이어서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에 대한 질타가 높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직원 7명도 사내 유선 공지 전에 주식을 팔긴 했지만, 증권사 직원으로서 잘못 배당된 주식인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아 비난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삼성증권은 주식을 내다 팔아 회사에 손해를 끼친 직원들에게는 구상권 청구 등을 통해 손해에 대한 금전적 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삼성증권 직원 16명, 잘못 입고된 주식 팔아치운 이유 미궁 속으로…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와 '유령주식' 유통 사고가 발생한 뒤 금융당국과 회사 측이 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직원 16명이 잘못 입고된 주식을 팔아치운 이유는 여전히 베일속에 가려져 있다.

일부 직원은 주식이 실제로 거래되는지 호기심에 그랬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이들은 거의 없다.

금융업계관계자들은 일반 투자자도 아니고 증권사 직원이 단순한 호기심에 수백만주의 주식을 단시간 내 처분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세계일보

이에 대해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으나, 아직 확실한 설득력을 가진 구체적인 정황이나 확증은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일반적으로 주식은 거래해도 바로 현금화가 가능하지 않고 거래 후 3영업일째 결제가 이뤄진다. 달리 말해 거래 직후 현금을 들고 도주할 수 없다는 것. 이같은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증권전문가들이 무슨 생각으로 이런 일을 저지른 것일까. 단순히 일확천금에 눈이 어두워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일까.

이런 이유로 일각에선 주식을 팔아치운 삼성증권 직원과 외부세력의 결탁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삼성증권 직원이 대량 매물을 쏟아내 주가를 떨어트리고, 외부 동조세력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선물거래를 통한 대규모 차익을 노린 게 아니냐는 추정이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삼성증권 직원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불공정거래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 직원의 휴대전화를 압수, 외부세력과의 결탁 가능성 등을 조사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직원들의 매도 가능성과 금지 경고가 나오기 시작해 시스템이 차단되기까지 10∼20분의 비교적 짧은 시간에 이런 모의를 하고, 결행하는 게 가능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

또 다른 가능성은 짧은 시간에 주식을 사고팔아 차익을 남기는 '초단타매매'다. 일단 매물을 판 뒤 주가가 더 떨어지면 다시 사들여 차익을 남기는 방식이다.

실제 지난 6일 오전 9시51분 직원의 계좌매도금지를 알리는 첫 팝업이 삼성증권 사내망에 뜬 뒤 10시8분 시스템상으로 전 임직원 계좌의 주문이 정지되기까지 10여분의 시간이 있어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 역시 의문이 남는다. 자본시장법상 증권사 임직원이 자사주 매수 뒤 6개월 안에 이익이 발생할 경우 회사가 전액 환수한다. 또 금융투자협회 규정상 증권사 임직원이 자기매매 규정으로 본인 연봉 이상으로 매수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결국 삼성증권 직원이 초단타매매를 통해 이익을 남겨도 자기 손에 들어오는 돈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 직원 중 일부는 이런 규정 자체를 모른 채 거래를 시도했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증권전문가들이 단순 호기심에 수백만주의 주식 단시간내 처분?

삼성증권은 '유령주식' 사태로 피해를 본 일반투자자들에 대해 사고 당일인 6일 주식을 매도한 모든 투자자에게 당일 최고가 기준으로 보상하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보상 대상자는 당일 잘못 배당된 우리사주 첫 매도 주문이 있었던 오전 9시35분 이전에 삼성증권 주식을 보유했던 투자자 중 이날 하루 동안 이 주식을 매도한 모든 개인 투자자다.

삼성증권은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매도가 집중돼 가격이 급락했던 당일 30여분의 시간을 넘어 당일 전체로 피해 시간을 확대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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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매손실 보상금액을 정하기 위한 보상 기준점은 당일 장중 최고가인 3만9800원으로 정했다. 그날 오전 9시35분부터 장 마감 때까지 삼성증권 주식을 매도한 경우 당일 최고가인 3만9800원에서 고객 매도가를 뺀 뒤 매도 주식 수를 곱해 보상 금액을 산출한다. 이렇게 매도한 뒤 당일 주식을 재매수한 수량에 대해서는 재매수가에서 매도가를 뺀 뒤 재매수 주식 수를 곱하는 방식으로 계산된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우리사주 배당사고와 관련해 적극적인 보상 의지를 담아 최대한 폭넓은 피해 투자자 구제를 진행하겠다"며 "가능한 한 많은 피해 투자자들이 구제받을 수 있도록 피해 투자자 범위를 최대한 확대해 적용했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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