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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개미’ 등 터진 삼성증권 배당사고, 공매도 폐지론 재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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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불공정거래’ 개선 요구 봇물

가공의 주식 매도 사건 계기로

주식 빌려와 파는 ‘공매도’ 주목

한미약품·엔씨소프트 공매도로

주가 폭락 등 피해 잇따랐던 탓

외국인·기관 등 ‘큰손’들의 리그

과열 지정해도 거래정지 하루뿐

잔고·인적사항 공시도 효과 없어

“공매도 악용 막을 방안 마련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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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증권 ‘유령주’ 매도 사태가 일부 투자자들의 공매도 폐지 주장에 다시 불을 댕겼다. ‘삼성증권 시스템 규제와 공매도 금지’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는 12일 오후 현재 21만여명이 동의했다.

실체가 없는 주식이 유통된 이번 사고와 주식을 판 뒤 되갚는 공매도는 성격 자체가 다르다. 그런데도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에 반감을 보이는 이유는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피해 사례가 끊이지 않은데다 규제 장치마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미약품과 엔씨소프트 공매도 사태가 대표적이다. 2016년 9월30일 한미약품의 기술수출 계약 해지라는 악재가 공시되기 직전 불과 28분 사이에 이날 공매도 물량의 절반가량이 쏟아졌고 주가는 18% 폭락했다. 지난해 6월20일에는 엔씨소프트가 모바일 게임 ‘리니지엠(M)’에 아이템을 사고파는 ‘거래소’ 기능을 제외한다는 내용을 공지하기도 전에 공매도가 집중되며 주가는 11% 급락했다. 게다가 엔씨소프트 부사장이 미리 주식을 전량 매도한 사실이 드러나 피해를 본 투자자들의 공분을 자아냈다.

이런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는 공매도 규제를 도입하거나 손질했다.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제도’를 강화해도 공매도를 줄이는 효과는 없었다.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을 보면, 과열 종목 지정 뒤 거래정지가 하루에 그쳐 지정이 풀리면 곧바로 공매도가 재개됐다. 거래소 공매도 통계시스템에는 6일 삼성증권 ‘유령주’ 501만주가 공매도 거래로 잡히지 않았다. 빌린 주식이 아니라 가공의 주식이 매도됐기 때문일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거래소 담당자는 사고 발생 5일이 지난 11일에도 결이 다른 답변을 내놨다. “계좌에 정상적으로 입고된 주식이 매도됐고, 공매도로 식별할 수 있는 꼬리표도 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거래소 시스템이 증권사의 착오에 따른 주문을 걸러낼 수 없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또다른 규제인 ‘공매도잔고 공시제도’는 상장주식 수의 0.5% 이상을 공매도 잔고로 보유한 투자자의 인적사항을 공시해 압박을 주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그러나 실제로는 공매도를 대행한 증권사 이름 등이 공개될 뿐이어서 실효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시도 이틀 뒤 이뤄져 공매도 파동이 한바탕 쓸고 지나간 뒤다. 정보의 적시성이 떨어져 개인들이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공매도 규제 3종 세트의 하나로 추진되던 유상증자 종목에 대한 대책은 2016년 논의만 무성하다 실종됐다. 대규모 증자를 공시한 기업의 주가는 물량 부담으로 약세를 보이는 경우가 많아, 공매도 세력의 주요 먹잇감이다. 이들은 대량 공매도로 유상증자 기준가격을 떨어뜨린 뒤 싼값에 신주를 받아 차익을 얻는 기법까지 동원한다.

공매도는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외국인의 독무대였다. 이후 국내 기관이 가세하면서 외국인 비중은 70% 선으로 낮아졌다. 개인도 증권사 등을 통해 주식을 빌려 팔 수는 있다. 하지만 종목이나 물량이 제한적이어서 접근이 쉽지 않다. 개인들이 공매도 제도를 ‘그들만의 리그’라고 부르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이번 사태가 공매도 문제로 번지는 것을 경계한다. 훨씬 심각한 ‘구멍난 자본시장시스템’이라는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의 강소현 연구원은 “공매도가 정당한 사유가 아닌 미공개 내부정보 이용이나 주가조작으로 악용되는 것을 방지할 제도 마련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짚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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