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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日 공문서·증언, 한결같이 '위안부 강제동원'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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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위안부 문제 증거 자료집1' 펴낸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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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강제 동원 명령서'가 없다는 이유로 위안부 문제의 해결을 미루는 일본 정부에게 '팩트 폭행'을 가한 일본계 한국인 교수가 있다. 자타가 공인하는 독도 문제 전문가인 호사카 유지(62세) 세종대학교 교수(독도종합연구소 소장)가 그 주인공. 호사카 교수는 최근 '일본의 위안부 문제 증거 자료집1'을 출판, 10일 오전 공개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책은 일본이 2차 대전 당시 위안부들을 강제 동원해 성노예로 삼았다는 근거를 조목 조목 밝혔다. 일본 민간단체 '여성을 위한 아시아 평화 국민기금'이 작성한 '종군위안부 관계자료집성', 일본 국립공문서관, 방위성 방위연구소, 외무성 외교사료관 등에서 발견된 공식 문서들에 나왔던 위안부 관련 기록들과 일본군 병사ㆍ위안부 생존자들의 증언을 대조해 1937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군 위안부들이 어떤 절차와 경로, 방법을 통해 연행돼 성노예화됐는 지를 전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예컨대 이 책에는 당시 일본군 병사ㆍ종군기자의 '강제 동원'에 대한 증언이 담겨져 있다. 즉 기자는 버마의 한 위안소에서 만난 조선인 위안부(24세)로부터 자신이 학교 선생이었으며, 도쿄의 군수공장에 노동자로 일하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아서 끌려왔는데 동료 중에는 10대 어린 아이도 있어서 도저히 위안부 일을 못하겠다는 호소를 접했다. 이에 일본군 장교에게 부탁해 10대 위안부를 집단 위안소에서 빼내긴 했지만, 장교 개인의 가정부 즉 전용위안부로 일하게 됐다.

강원도에서 중국 핑양으로 끌려간 한 위안부가 "면장이 '국가에 대한 봉사로 마을에서 딸 5명을 내야 한다'고 해 끌려왔다'"고 일본군 병사에게 털어 놓았다는 증언도 포함돼 있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에서 공개되긴 했지만 거의 모르고 한국인들은 더더욱 알 수 없는 증언들이 많았다"며 "피해자의 증언보다도 오히려 객관적인 입장에서 보면 일본군 병사ㆍ종군기자들의 강제 연행에 대한 증언이 더 신빙성이 있을 수 있다.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법적 책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당시 일본군 100명당 1명의 위안부가 배치됐다는 일본 대중만화가 미즈키 시게루의 증언을 실제로 입증하는 공문도 책에 번역돼 있다. 수록된 1940년 10월11일자 '다카모리부대 특수위안업무 규정'을 보면, '위안부는 황군(일본군) 100명에 대해 1명의 비율'로 설치한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이 문서에는 또 위안부들이 산책할 수 있는 구역을 따로 엄격히 제한하도록 하는 등 철저한 감시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들을 속이거나 강제로 연행한 후 중국ㆍ동남아 일대로 몰래 빼돌리기 위해 출입국 절차를 개정한 사실도 확인된다. 당시 여성들은 거주지 경찰서에서 목적ㆍ이유ㆍ기간을 신고한 후 신분증명서를 받아야 중국으로 건너갈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 외무성은 중ㆍ일 전쟁이 격화되던 1940년 5월 17일 관련 절차를 변경해 일시적인 출입국 금지 조치를 실시하면서도 가사 용무(장교의 가정부), 위문 등의 목적으로 하는 경우에는 신분 증명서를 내주도록 예외를 뒀다. 또 접객업자가 위안부 1인당 일일이 신분증명서를 발급받지 않고 숫자만 신고하면 증명서를 발급하도록 해줬고, 20세 이하의 어린 여성조차 '지방장관 또는 직업소개소장'의 도장만 받으면 가능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호사카 교수는 "당시 일본의 내무성, 경찰서 등에선 일본군이 여성들을 속여서 위안부로 불법 연행하려 하는 사실을 잘알고 있었고 막으려 했지만 법적 구멍이 충분히 존재했다"며 "신분증명서를 발행해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척했지만, 생략되거나 군 관계자라는 신분으로 여성을 현지 위안소로 보낼 수 있는 태세가 갖춰져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특히 조선인, 대만인들은 일본어나 법적 절차를 잘 몰라 더욱 속이기 쉬운 상대였다"며 "한국 내 위안부 문제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도 강제 동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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