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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대입개편]절대평가 반발에 학력고사식 '원점수제'도 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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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11일 발표한 현재 중학교 3학년이 치를 202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 방안에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전환 방안과 함께 원점수제도 포함됐다. 원점수제는 과거 학력고사, 그리고 수능으로 바뀐 이후에도 2000년까지 사용된 방식이다. 교육계에서는 20여년 전 폐기된 제도를 다시 꺼낸 교육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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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도 대학입학 학력고사를 치르는 수험생들. 당시에는 각 과목에서 맞힌 문제의 배점을 단순 합계하는 원점수제로 평가가 이뤄졌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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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1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했다. 개편 시안에는 수능 절대평가 전환 방안, 학생부종합전형과 정시모집의 비율 조정, 수시·정시의 통합 방안 등이 담겼다. 교육부는 개편 시안을 국가교육회의에 전달하고, 국가교육회의에서 8월까지 여론을 수렴해 국가교육회의 차원의 방안이 나오면 최종 결정을 내린다.

개편안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수능 개편이다. 앞서 교육부는 지난해 8월 2021학년도 수능부터 절대평가를 도입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여론의 반대에 밀려 결정을 1년 유예한 바 있다.

'절대평가' vs '현행 유지' vs '원점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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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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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발표한 시안에는 수능 개편 방안으로 3가지가 제시됐다. 1안은 전과목을 9등급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2안은 현행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방안, 3안은 원점수제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1·2안은 지난해 8월에 발표됐던 안과 비슷하다. 3안인 원점수제는 이번에 처음 등장했다. 현재 절대평가로 시행 중인 영어와 한국사는 그대로 절대평가를 유지하되, 국어와 수학, 탐구영역은 4점(또는 2점)짜리 문제를 25문제씩 출제하고 원점수를 사용하자는 방안이다.

「 용어사전 > 등급

영역·과목별로 점수에 따라 전체 수험생을 9등급으로 나눠 해당 수험생이 속한 등급을 표시한다. 전체 수험생의 상위 4%까지 1등급, 그 다음 7%까지 2등급에 속한다. 절대평가가 적용되는 영어와 한국사는 비율이 아니라 일정 점수를 기준으로 등급을 나눈다. 가령 영어는 90점 이상이면 1등급에 해당한다.

원점수제는 수능 9등급 구분을 없애고 수험생이 과목별로 맞힌 문제의 배점 합계를 그대로 쓰는 방식이다. 등급제에서는 일정 점수 이상이면 같은 등급을 받지만, 원점수제에서는 1~2점 차이가 그대로 반영된다. 과거 학력고사 시절과 2001학년도 수능(2000년 실시)까지 원점수제가 사용됐다. 그러나 지나친 점수 경쟁을 유발하고 선택 과목의 난이도 차이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단점 때문에 2002학년도 수능부터 등급제가 도입됐다. 2005학년도 수능부터는 원점수가 성적표에서 아예 사라졌다. 이후 현재까지는 각 과목의 난이도를 반영한 표준점수만 성적표에 나온다.

「 용어사전 > 원점수

맞힌 문제의 문항당 배점을 그대로 더한 점수. 국·영·수는 100점, 탐구영역은 50점 만점. 원점수는 영역·과목 간 난이도 차이 때문에 직접 비교가 불가능해 수능 성적표엔 표기되지 않는다.

「 용어사전 > 표준점수

선택한 영역·과목이 다른 경우에도 우위를 비교할 수 있도록 평균과 표준편차가 각각 일정 값이 되도록 원점수를 변환한 것. 선택 영역·과목 내 수험생 개인의 원점수가 다른 수험생의 점수에 비해 어느 위치에 해당하는지 나타낸다.

1안인 모든 과목 절대평가안은 현재 상대평가로 실시하는 국어·수학·탐구영역까지 9등급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방안이다. 과목별 원점수 기준으로 90점만 넘으면 모두 1등급, 80~89점은 2등급을 받는 식이다. 성적표에는 점수가 아예 나오지 않고 과목별 등급만 기재된다. 상대평가 체제에서는 1등급은 4%, 2등급은 11% 이내로 비율이 정해지지만, 절대평가 체제에서는 시험 난이도에 따라 상위 등급이 많이 늘어날 수 있다.

단 이 경우에 등급이 같은 수험생이 너무 많아져 수능 100%만 반영하는 정시 전형에서는 학생 선발이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교육부는 수능 100% 전형에서만 예외적으로 동점자들의 과목별 원점수를 대학이 요청하면 제공하는 보완책을 제시했다. 같은 등급 사이에서도 좀 더 높은 점수를 받은 수험생을 변별하기 위한 방안이다.

2안인 현행 상대평가 유지안은 영어와 한국사 등 현행 절대평가 과목을 제외한 나머지 국어·수학·탐구영역 과목을 상대평가로 유지하는 방안이다. 단 탐구영역에 문·이과 공통으로 치르는 '공통사회', '공통과학' 과목이 신설될 경우에는 절대평가로 시행한다.

'학력고사식' 원점수제 왜 꺼냈나
교육부가 이처럼 오래전 폐기한 원점수제를 다시 꺼낸 이유는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반발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절대평가로 인한 수능의 변별력 약화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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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공정사회를위한국민모임 회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에서 수능 상대평가와 정시모집 확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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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교육부는 "다른 의도는 없다"며 선을 긋고 있다. 이진석 교육부 고등교육정책실장은 "원점수제는 정책 연구 과정에서 제시된 방안의 하나다. 교육부가 별도로 생각하는 안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며 중립적으로 3가지 안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교육부가 수능 절대평가를 밀어붙인다는 반발을 피하기 위한 장치로 원점수제를 제시했다고 해석한다. 구본창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국장은 "노무현 정권부터 보수 정권까지 점수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해 점차 수능 절대평가를 확대해왔는데, 갑자기 원점수제로 돌아가는 방안을 내놔 당황스럽고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구 국장은 "절대평가 전환에 대한 비판 여론을 국가교육회의로 떠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만기 유웨이중앙교육 평가연구소장은 "절대평가와 원점수제는 극과 극의 방식인데, 교육부가 백화점식으로 늘어놓듯 개편안을 내놨다"며 "원점수제의 등장으로 논란이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임창빈 교육부 대변인은 "지금까지 대입제도는 교육부가 일방적으로 마련했지만 이번에는 국민 여론에 따라 개편해보자는 취지에서 별도의 교육부 결정안이 아닌 다양한 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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