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개편안 열어보니
대학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를 치르고 있는 고교생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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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교육부가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찬반 여론을 의식해 ‘백화점식 나열’을 선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입개편 방향에 궁금했던 중학교 3학년과 학부모들은 8월 확정까지 넉 달 동안 ‘깜깜이’ 상태로 기다려야 하게 됐다.
교육부는 11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절대평가 전환을 포함한 2022학년도 대입개편 시안을 공개했다. 원래 교육부는 지난해 8월 대입개편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내용 부실 등의 이유로 여론의 비판이 커지자 1년 유예했다. 교육부는 국가교육회의의 검토를 거쳐 올 8월에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번 시안에서 예상된 핵심은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여부였다. 하지만 교육부는 이날 모든 가능성을 포함한 세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첫째는 수능의 모든 과목을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방안이다. 둘째는 현행처럼 일부(국어와 수학, 탐구영역)는 상대평가로, 나머지는 절대평가로 유지하는 방법이다. 이 두 가지는 지난해 8월 논의 때도 제시됐다.
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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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 교육부는 세 번째 방안을 추가로 내놨다. 지금 같은 표준점수(난이도에 따라 만점의 기준이 달라지는 변환점수) 대신에 원점수를 사용하는 방법이다. 원점수는 ‘100점 만점에 몇 점’ 식으로 발표하는 방식이다. 변별력이 큰 것이 특징으로 학력고사 시절과 초기 수능에 사용됐다. 송근현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원점수를 사용하면 산정 방식이 단순해지고 입시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어 학생·학부모의 찬성 의견이 높다”고 설명했다.
「 용어사전 > 표준점수
선택한 영역·과목이 다른 경우에도 우위를 비교할 수 있도록 평균과 표준편차가 각각 일정 값이 되도록 원점수를 변환한 것. 선택 영역·과목 내 수험생 개인의 원점수가 다른 수험생의 점수에 비해 어느 위치에 해당하는지 나타낸다.
」
」
「 용어사전 > 원점수
맞힌 문제의 문항당 배점을 그대로 더한 점수. 국·영·수는 100점, 탐구영역은 50점 만점. 원점수는 영역·과목 간 난이도 차이 때문에 직접 비교가 불가능해 수능 성적표엔 표기되지 않는다.
」
」
이는 지난달 28~29일 박춘란 차관이 대학 총장들에게 전화를 걸어 ‘정시 확대’를 요청한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시는 수능 중심이다. 그런데 수능이 절대평가로 전환되면 변별력이 떨어지고, 대학의 입장에선 정시를 확대하기 어렵다. 서울의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정시 확대’라는 해답을 정해놓고 개편안을 짜맞추다보니 ‘절대평가’라는 기존의 방향과 엇박자가 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1980년대 대입 학력고사를 치르고 있는 수험생들. 이 때는 모든 과목을 원점수로 산정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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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 없는 수시·정시 통합 방안도
원점수를 사용하거나 수시·정시를 통합하는 방안을 선택할 경우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은 무산된다. 장기적으로 '수능을 자격고사화 하겠다'던 현 정부의 교육철학과 배치된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의 한 사립대 교수는 “교육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두 개의 상반된 방안을 만들어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겼다”며 “교육철학이나 목표 없이 모두의 입맛에 맞춰 비난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렸다”고 말했다.
김상곤과 청와대·여당 엇박자
실제로 여당에선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을 폐지하고, 수능 중심의 정시를 확대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해 왔다. 지난해 수능 절대평가 전환 논의 때는 이낙연 국무총리까지 나서 반대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여당의 초·재선 의원 모임인 ‘더좋은미래’ 정책연구소는 지난달 28일 학종을 없애고 수능과 내신으로만 입시를 치르는 방안을 내놓았다.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교육회의 위원 위촉식을 마친 후 오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곤 사회부총리, 신인령 국가교육회의 의장, 문 대통령, 이재정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의장.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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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말 한 마디로 교육부 입장 변화?
시안에서도 “복잡한 입시 단순화 위해 수시·정시 통합“, ”수시는 학생부, 정시는 수능 중심으로 대입 단순화“, ”수능 상대평가 유지, 정시비율 확대해 공정성 강화“ 등 대통령의 가이드라인을 충실히 이행한 흔적이 엿 보인다. 김재철 한국교총 대변인은 "대통령의 말 한 마디로 10년 넘게 교육부가 유지해온 입장을 갑자기 뒤바꿨다"며 "정책을 변경할 순 있지만 몇 달만에 돌변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편에선 이번의 '백화점식' 시안이 6월 지방선거까지 ‘시간 벌기’라는 주장도 나온다. 대입개편 방안이 확정되는 것은 8월이기 때문에 이번 시안에선 여러 의견을 반영해 다양한 층을 만족하게 하려 했다는 것이다.
김재철 대변인은 “현 정부 정책 중 지지율이 가장 낮은 게 교육 분야”라며 “선거를 앞두고 핵심 지지층이면서 입시정책의 수요자인 40대를 자극하지 않으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정치적 목적을 고려해 교육정책이 휘둘리는 것은 헌법에 명시된 교육의 중립성에 명백히 위배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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