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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비리 없다던 신한금융 또 검사…코너 몰린 김기식, 금융권으로 화살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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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채용비리 대응 혼선 거듭

'혐의 없음'으로 이미 결론낸 사항

공식조사 석달 만에 전격 재검사 착수

"검사 프로세스 근간 뒤흔드는 일"

내부서도 반발 "피감기관에 令 안 서"

불똥 맞은 신한금융 '어리둥절'

"26년 전 비리가 지금껏 조용하겠나&...

이데일리

[이데일리 문승관 기자] 금융감독원이 검사결과까지 뒤집으며 신한금융그룹의 채용비리 의혹을 재검사하겠다고 밝힌 것은 검사 결과를 허언(虛言)으로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금감원 내부적으로도 혼선을 일으키며 이번 결정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결정이 미칠 위신과 신뢰도 하락에 대해 자조 섞인 불만마저 나오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를 놓고 정치적 고려 없이 원칙대로 처리하겠다던 금융당국이 말을 뒤집었다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한 금융회사를 표적으로 삼아 김기식 금감원장을 둘러싼 여러 의혹을 다른 곳으로 돌리려는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는 이유다. 취임사에서 “금감원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결국 정치적 수사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온다.

◇3개월만에 또다시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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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의 신한금융 채용비리의혹 재검사는 검사 프로세스의 근간을 흔든다는 지적이다. ‘혐의 없음’으로 결론 낸 사안을 다시 조사하는 것 자체가 검사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채용비리 의혹이 없다고 검사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결과를 뒤집고 금감원이 신한금융을 재검사한다는 것은 검사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행위”라며 “같은 사안을 두고 3개월 만에 또다시 검사하는 것은 검사 프로세스의 근간마저 흔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이번 신한금융 재검사는 정치적인 결정으로밖에 볼 수 없다”며 “앞으로 금감원에서 검사결과를 발표할 때마다 금융사들이 승복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신한금융 임직원 자녀 채용의 적정성과 금감원 채용 비리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한금융 관련 제보 건을 집중적으로 살필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 신한금융 전·현직 고위 임원의 자녀 20여 명이 특혜를 받고 신한은행, 신한카드 등 신한금융 계열사에 입사해 현재도 다수가 재직 중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며 “신고내용이 접수돼 사실확인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12일부터 5~7일(영업일 기준)간 신한금융 계열사인 신한은행, 신한카드, 신한캐피탈 등에 대한 재검사에 나선다.

이에 앞서 금감원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신한금융에 제기된 우대전형 시비와 관련해 “채용 과정에서 전·현직 임원 자녀 등 특정인에 대한 인위적인 점수 조정이나 가산점 부여 사실이 없다고 결론 내렸다”고 밝혔다. 업무 능력이 부족한 지원자를 부당하게 선발했다는 정황이 있어야 하지만 신한금융 채용 과정에는 이런 점이 적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루 만에 이를 뒤집었다. 김기식 금감원장의 전격적인 지시 때문이었다.

이번 결정을 두고 금감원 내부에서도 비판론이 적지 않게 터져 나오고 있다. 당국의 방침이 허언이 된데다 재검사에서도 특이점을 찾지 못한다면 금감원에 쏟아질 비판여론이 더 커질 수밖에 없어서다. ‘존립의 위기설’까지 운운하고 있다.

금감원 한 직원은 “특이 사안이 없는데 원장 한마디에 이미 결론을 낸 검사결과를 뒤집으면서 검사를 다시 하는 것은 사실상 피감기관에 령(領)이 서지 않는 일”이라며 “더 큰 고민은 현장검사에서 채용비리를 찾아내지 못해 빈손으로 돌아오면 쏟아질 질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직원은 “원장에게 이번 사안이 과도하다고 설득해야 하지만 누가 나서겠냐”며 “원장의 지침을 외부에서 먼저 접하는 상황까지 이르렀다”고 언급했다. 금감원에서는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배당 사건이 터지면서 금감원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지고 있다고 불만을 내놓고 있다.

◇신한금융 “채용 특혜 물리적으로 불가능”

불똥을 맞은 신한금융은 “채용 특혜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항변했다. 신한금융의 채용절차는 블라인드 면접과 임원 면접으로 구분된다. 블라인드 면접은 신한금융 현직 직원들이 지원자들의 합동토론, 프레젠테이션(PT) 등을 살펴보는 방식이다. 블라인드 면접은 실무 면접으로 이뤄진다. 면접관은 인사부 직원이 아닌 일반 과·차장 3인이 들어간다. 중간관리자급 이상 실무진이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을 직접 뽑으라는 취지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금 불거진 전·현직 임원 자녀 특혜 채용 논란은 26년전 라응찬 전 회장시절부터 거슬러 올라간 것으로 실제 채용했다면 벌써 말이 나왔을 것”이라며 “특정인에 대해 유독 잘 봐주라는 지시는 물리적으로 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임원 자녀 지원자의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외주업체의 서류접수 대행은 필수적 기재사항 등과 같은 지원서 작성 틀도 갖추지 못한 지원자를 거르는 등 기본 필터링 업무에 제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임원과 그 자녀의 주민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했다는 의구심은 신한금융이 채용비리가 아닌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으로 금융당국 현장검사(내부통제 시스템·준법성)와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하는 중대 사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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