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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신율의 정치 읽기] 서울시장 선거를 둘러싼 대선 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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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지난 4월 3일 서울시의회 앞에서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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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선거는 대선의 전초전이라고 불린다. 지금은 구치소에 가 있는 처지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도 서울시장을 역임한 경력을 발판으로 대통령이 될 수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소리가 허튼소리만은 아닌 것 같다. 이렇듯 서울시장 경험을 갖고 대통령에 도전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다. 행정 경험 없이 단순히 전문직에 종사했던 이력이나 혹은 정치 경험만을 내세우는 사람이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는 지자체를 운영했던 행정 경험을 갖고 있는 이들이 대통령이 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훨씬 낫기 때문이다. 미국도 주지사의 경험이 있던 이들이 대통령이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다. 그런데 우리의 문제는 서울시장을 제외한 다른 지역의 지사를 지낸 경우, 이런 행정 경험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데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데 있다. 이는 지명도와 인지도 때문인데 다시 말해서 서울시장이 아니면 중앙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구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누가 이길 것인가 혹은 승패를 떠나 누가 어떤 전략을 펼칠 것인가 하는 부분을 주목할 수밖에 없다. 이런 부분이 결국 대선 구도가 어떻게 짜여질 것인가를 미리 알려주는 일종의 예고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박원순 시장과 안철수 위원장의 맞대결은 다양한 관전 포인트를 제공해준다. 하지만 이런 관전 포인트는 어디까지나 박원순 시장이 민주당의 서울시장 후보가 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런데 이런 전제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박원순 시장이 더불어민주당에서 서울시장 후보가 될 것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박영선 의원과 우상호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이들 도전자가 당내 경선에서 결선투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왜 결선투표를 주장했었고 당 차원에서 결국 결선투표를 하기로 결정한 ‘진짜’ 이유는 과연 무엇인지를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들이 결선투표를 주장했던 이유는 박원순 시장이 친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즉 박영선, 우상호 두 의원은 둘 중에 누가 결선투표에 진출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결선투표에서는 당내 다수파인 친문의 지지를 자신들이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한 점을 시사한다. 바로 박원순 서울시장을 친문들이 선택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만일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할 경우, 박 시장은 누가 뭐래도 더불어민주당 내에서 가장 강력한 대선 후보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친문 세력이 원하는 방향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갈 수도 있다. 즉, 친문이 아닌 비문 쪽에서 대선 후보가 나온다는 사실은 친문들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마주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더구나 지금의 추세가 유지된다면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누가 나와도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할 텐데 이런 상황에서 굳이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는 인물이 대선 후보가 되기를 바라는 친문은 많지 않을 수도 있다고 추측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친문의 입장에서는 박원순 시장의 3선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는 추론도 가능한 것이다. 그런데 이런 복잡한 당내 사정은 자유한국당에서도 마찬가지로 발견된다. 자유한국당에서는 마침내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를 서울시장 후보로 전략공천하려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 부분도 당내의 복잡한 역학관계의 소산이자 현재 정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처한 ‘상황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당내의 일부 인사가 주장하는 ‘황교안 후보론’을 생각해보자.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도 훌륭한 인물이지만 황교안 전 총리 역시 핵심 보수 지지층을 끌어모을 수 있는 좋은 인물이다. 그럼에도 황교안 전 총리에 대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여태 언급하지 않는 것은 황 전 총리가 홍 대표에게 몰래 자신의 불출마 의사를 밝혔거나 아니면 친박 출신들을 경계한다는 차원에서 홍 대표가 황 전 총리를 껄끄럽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추론할 수 있다. 더구나 지난번 대선에 출마를 했던 홍준표 대표가 다음 대선에 다시 출마할 꿈을 갖고 있다면 황교안 전 총리는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홍 대표의 입장에서는 더욱 껄끄러운 존재일 수 있다. 이론적으로 생각하면 김문수 전 지사와 황교안 전 총리가 서울시장을 놓고 경선을 벌이면 흥행 면에서도 상당히 성공을 거둘 수 있고 이는 분명 선거에도 도움이 될 수 있을 텐데 자유한국당의 후보 결정 과정도 정치공학적으로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종합적으로 판단해보면, 자유한국당이나 더불어민주당 모두가 복잡한 계산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이런 상황 속에서 다시 더불어민주당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생각해봐도 박원순 서울시장은 내우외환에 싸일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거기다가 안철수 위원장까지 서울시장에 출마한다니 박원순 시장의 입장에서는 더욱 힘든 싸움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과거에 자신에게 40% 넘는 표를 넘겨줬던 인물이 이제는 경쟁자로 나서기 때문이다. 박영선 의원이나 우상호 의원은 박원순 시장이 선거에서 안철수 위원장을 향해 네거티브 전략을 구사할 수 없음을 부각시킬 것이다.

실제로 만일 박원순 시장이 안철수 위원장을 상대로 네거티브 캠페인을 벌일 경우 과거 안철수 위원장이 박원순 시장에게 시장 후보를 양보했던 일들이 다시 인구에 회자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런 네거티브 전략이 결국 박 시장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네거티브 캠페인도 선거에서는 상당히 중요하고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시장이 그런 전략을 구사할 수 없다는 사실은 박 시장에게 상당한 약점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바로 그런 점을 박영선 의원이나 우상호 의원은 최대한 부각시키는 전략으로 구사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역으로 이런 점은 물론 박원순 시장을 상대한다는 가정하기는 하지만 안철수 위원장에게는 유리한 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안철수 위원장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들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자신을 둘러싼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도 있다. 우선 앞에 언급했듯이 더불어민주당의 후보로 박원순 시장이 나올 경우에는 선거 전략적으로 안 위원장은 분명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어 크게 손해 볼 일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당내의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는 안 위원장에게 매우 유용할 수 있다.

당내 중진들이나 간판급들이 지방선거 출마를 주저하고 있는 마당에 본인이 직접 지방선거에 뛰어듦으로써 ‘안철수 사당화’ 논란 등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대선을 생각하면 이번에 출마하는 것이 결코 유리하지 않은데, 그럼에도 당을 위해 서울시장 선거에 뛰어든다는 명분을 내세우면 당내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비난을 한 번에 잠재울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물론 안철수 위원장이 서울시장으로 당선된다면 말할 필요도 없겠지만, 설사 2위만 하더라도 안철수 위원장은 바른미래당을 구해낸 인물로 평가받을 수 있다. 2등을 했다는 사실 자체는 자유한국당이나 더불어민주당을 눌렀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그렇게 되면 3당으로서의 정치적 위상을 한껏 드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자평해도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렇게 되면 대선 후보로서의 안 위원장의 위상도 높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다.

이렇듯 서울시장과 대선을 노리는 한판 승부의 방정식은 복잡하게 돌아간다. 이번 서울시장 선거라는 치열한 권력 투쟁의 과정에서 살아남는 자만이 대선으로 갈 것이다. 이런 것을 보면 정치의 세계는 일종의 동물의 왕국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누가 정치라는 정글 속에서 번뜩이는 생존의 ‘본능’을 보여줄지 지켜보는 것도 선거의 또 다른 재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매경이코노미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3호 (2018.04.11~04.1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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