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전날 주식배당 입력 오류
최종결재자도 확인 않고 승인
금감원 "내부통제 총체적 부실"
[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삼성증권의 주식배당 입력 오류가 사고 발생 전날에 이뤄졌음에도 내부에서는 아무도 이를 몰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배당 착오 오류를 인지하고 주문을 차단하는 데까지도 37분이 걸려 위기대응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관련기사 3면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담당직원이 주식배당을 입력한 때는 지난 5일. 하지만 최종 결재자는 이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승인했다. 천문학적 금액이 잘못 입금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최종 결재자는 팀장이었고, 담당자와 팀장 두 사람의 실수에 결국 무려 28억주가 넘는 주식이 다음날 오전 9시30분 직원들의 계좌에 잘못 입고됐다. 금액으로는 113조원에 이르며 삼성증권 발행주식(8930만주)의 30배가 넘는 규모다.
삼성증권이 자체적으로 입력 오류를 인지한 시각은 1분 뒤인 오전 9시31분. 이후 본사에 사고에 대해 알려진 시각은 이로부터 8분이 지났다. 또 45분에는 증권관리팀이 직원들에게 매도를 금지하도록 유선으로 전파했고 51분에는 사내 전산망에다가 '직원계좌 매도금지'라는 긴급 팝업창을 띄웠다. 결국 시스템상에서 임직원 전 계좌의 주문정지 조치가 취해진 시각은 오전 10시8분. 오류를 인지하고 잘못된 주문을 차단하는데 37분이나 소요된 것이다.
삼성증권이 허둥대는 사이 유령주식으로 의심되는 물량이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오전 9시36분 우선 2만5000주가 시장가로 매도 주문에 들어갔다. 이어 10만주, 30만주에 대한 매도 주문이 쏟아졌다. 50만주가 모두 시장에 풀리는데 5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오전 9시 39분, 주가 변동으로 일시적으로 거래를 제한하는 정적 변동성 완화장치(VI)가 발동됐다.
하지만 삼성주식 매도는 끊이지 않았다. 오히려 50분이 넘어갈 즈음에는 무려 100만주에 이르는 폭탄이 시장에 투하됐다. 이날 삼성증권 직원 16명은 오전 9시 36분부터 10시 5분 사이에 잘못 입고된 주식 중 총 501만주를 주식시장에서 매도했다. 이 때문에 삼성증권 주가가 한때 전일 종가 대비 약 12%가량 급락(3만9800원→3만5150원)했다.
금감원은 사상 초유의 대형 금융사고를 일으킨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 사태는 내부통제 및 관리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원승연 금감원 부원장은 "6일 오전까지도 오류가 발견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규모 주식 착오 입고가 실행되는 내부통제상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면서 "주식배당 입력 오류 발생시 이를 감지하고 차단할 수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았으며, 관리자가 이를 확인하고 정정하는 절차 또는 감시기능도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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