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01 (금)

금감원, 증권사들 '유령주식' 거래 시스템 점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금융당국이 삼성증권의 '유령주식' 거래 사태를 계기로 다른 증권사들도 유령주식 발행과 유통이 가능한지 시스템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삼성증권의 배당 착오에 대해서는 담당 직원의 단순한 실수가 아니라 내부통제가 미비했던 것으로 보고 있어 직원뿐만 아니라 법인 차원의 제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번 삼성증권 사태가 모든 증권사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으로 보고 다른 증권사들도 가공으로 주식을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지 재발 방지 차원에서 시스템을 점검해볼 계획이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000원 대신 1000주를 배당, 28억주 가량이 잘못 입고됐고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은 501만2000주를 팔았다.

그러나 삼성증권은 보유한 자사주가 없다. 발행주식은 8930만주, 발행한도는 1억2000만주여서 애초 존재할 수 없는 유령주식이 배당되고 거래된 셈이다.

이번 사태로 유령주식이 거래될 수 있다는 점이 증명되자 국내 주식시장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은 커지고 있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도 공매도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와 함께 유령주식이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일 시작된 청원은 이날 오전 10만명 넘게 동의했다. 사흘 만에 청와대 답변 요건인 20만명의 절반이 넘었다.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매도하는 무차입 공매도는 법률적으로도 금지돼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본인 계좌에 실제로 숫자가 찍힌 것을 보고 거래해 공매도 거래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라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의 내부통제 문제에도 주목하고 있다.

삼성증권 직원이 잘못 입력했더라도 상급자가 다시 한 번 체크하는 절차가 필요했는데 그런 과정이 없었다는 것이다. 또 시스템으로도 이에 대한 경고 메시지가 없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삼성증권은 내부통제 문제가 정식 확인되면 기관주의나 기관경고 등 법인 차원의 제재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삼성증권이 결제일인 10일 사태를 어느 정도 수습하면 이후 배당 담당 직원과 주식을 판 직원 16명에 대한 문책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또 회사가 사태 해결을 위해 주식을 매수하거나 빌리면서 입은 손실 등에 대해 해당 직원들에게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다.

지난 6일 시장에 많은 물량이 쏟아지며 주가가 장중 11% 넘게 급락했을 당시 매도에 나선 일반 투자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시나리오도 있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삼성증권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소송 등 불필요한 과정 없이 피해보상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조치할 것을 요청했다.

통상 금융회사는 일이 터지면 소송이나 분쟁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 투자자들이 손해배상을 받으려면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회사 귀책사유가 명백한 경우 그런 복잡한 절차 없이 피해를 보상해주라는 의미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오후 3시 금감원,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 관계자들과 회의를 열고 삼성증권의 사태 처리 경과, 결제 이행, 매매 제도 및 시스템 문제 등을 점검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재배포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