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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1 (금)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 가능?…삼성증권 ‘유령주식’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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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실상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

신주상장 거래소 공시 없어도

상장사 직원 실수나 악의로

전산 숫자만 찍히면 가능 드러나



한겨레

삼성증권 사옥. 한겨레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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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이 여의도를 배회하고 있다. 삼성증권의 이른바 ‘유령주식’ 파문으로 국내 주식시장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금융당국이 점검에 나섰다.

삼성증권은 지난 6일 우리사주에 대해 주당 1천원 대신 1천주를 배당해 28억주 가량이 잘못 입고됐고 주식을 배당받은 직원 중 16명은 501만2천주를 팔았다. 발행주식(8930만주)과, 발행한도(1억2천만주)를 훨씬 넘어서 애초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배당되고 일부는 거래된 셈이다.

삼성증권 일부 직원의 잘못된 배당주식 매도는 공매도와는 성격이 다르지만 결과적으로 금지된 유형의 공매도를 한 상황이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공매도는 말 그대로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파는 것으로, 한국예탁결제원이나 한국증권금융 등의 중개기관을 통해 주식을 빌려(대차거래)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는 허용된다. 현재 증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상환할 수 있어 결제불이행 염려가 없기 때문이다. 반면 주식을 빌리지 않은채 먼저 팔고보는 무차입 공매도는 금지돼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1월25일 이사회에서 현금 배당을 결의한 뒤 주총 승인을 거쳐 이날 주주들에 배당금이 지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잘못된 주식배당을 확인한 일부 직원들이 먼저 주식을 팔았고 뒤늦게 회사에서 기관들과 대차거래를 통해 주식을 빌렸으므로 결과적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한 셈이다. 전산상 계좌에 숫자만 찍히면 금지된 무차입 공매도가 가능하다는 사실에 투자자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6일 삼성증권 공매도는 58만8713주(226억7141만원)으로 평소보다 많이 늘기는 했지만 직원이 매도한 501만주에는 훨씬 못미쳤다. 실제 배당의 근거가 없는 유령주식이므로 공매도로 잡히지 않은 것이다. 반면 이날 대차거래는 634만6476주로 사상 최대로 급증했다. 삼성증권이 급하게 기관으로부터 결제에 필요한 주식을 빌렸음을 알 수 있다.

주식배당은 물론 전환사채 등의 주식전환, 유·무상증자 등으로 상장이 예정된 경우 상장일 이틀 전부터 공매도를 할 수 있다. 다만 거래소에서 신주 추가상장에 대한 공시가 된 다음날부터 공매도가 가능하다. 이번 사태로 추가상장 공시 없이도 매도가 가능한 것이 드러나 증권 매매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음이 확인됐다. 신주발행의 원인이 되는 이사회 결의 등 행위와 절차가 없더라도 상장사의 전산 실수나 조작만으로 신주가 상장되고 바로 매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을 비롯한 증권사들의 시스템과 내부통제가 허술했는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발행주식 수를 넘어서는 주식이 입고돼도 시스템이 자동 거부하거나 최소한 경고 메시지가 떠야하는 게 정상이다. 또 삼성증권 직원이 '원'을 '주'로 잘못 입력했더라도 담당 부서에서 크로스로 다시 체크하는 과정이 없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이번 삼성증권 사태는 모든 증권사에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며 "다른 증권사들도 가공으로 주식을 발행하고 유통할 수 있는지 재발 방지 차원에서 시스템을 점검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공매도와 유령주식이 유통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잇따랐고 수만 명이 동의한 상태다. 삼성증권 주가 급락으로 원인을 모른 채 동반 매도에 나서 손실을 본 일반 투자자들의 배상 문제도 숙제다. 금감원은 삼성증권에 소송 등 불필요한 과정 없이 피해보상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조치할 것을 요청했다.

한광덕 선임기자 k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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