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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지금 프랑스 국회에선 와인 대신 다이어트 콜라가 유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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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꺼풀 벗긴 글로벌 이슈-114]
유럽 젊은 세대, 이전 세대 비해 음주량 줄어
英 의회 인근 주점들, 무알코올 음료 확대하고
과음하는 의원들 주문 안 받는 방식도 도입
佛의회에서는 와인 아닌 '다이어트 콜라' 유행

매일경제

웨스트민스터 테라스 바에서 술을 마시는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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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원들이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법안과 같은 골치 아픈 일을 처리해야 할 때 찾는 곳이 있다. 웨스트민스터 국회의사당 안에 있는 바다. 웨스트민스터 사유지 내부에만 해도 12개의 술집이 있는데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대부분이다. 의원들은 낮이든 밤이든 자신이 원할 때면 위스키를 마실 수 있다.

웨스트민스터 내에서 가장 잘 알려진 주점인 '스포츠&소셜(S&S)'은 "가끔은 술을 마시는 의원이 너무 많아서 공기가 알코올로 차 있는 것 같다"고 묘사했다. 법안 표결 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술을 마시던 의원들이 헐레벌떡 의사당으로 달려가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영국 의원들의 음주문화는 연원이 깊다.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웨스트민스터에 처음으로 술집이 들어선 때는 1773년으로 지금으로부터 무려 245년 전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 같은 음주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밀레니얼세대는 의회에서 아무렇지 않게 술을 마시면서 일하는 것은 현시대 정서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영국 정치인들의 음주문화에 대한 책을 저술한 벤 라이트 작가는 "젊은 세대는 이러한 음주문화가 구시대적이라고 여기며 엘리트층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고 간주한다"고 말했다.

런던 중심가에 비해 웨스트민스터 내 술값이 싼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반인들은 비싼 값을 주고 술을 마시지만 의원들은 돈을 얼마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여성들의 의회 진출이 늘어난 점도 음주문화 쇠락에 영향을 끼쳤다. 프리랜서 기자인 마리 르 콩테는 "웨스트민스터 주점은 더 이상 중년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다"며 "분위기가 많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음주문화를 바꾸려는 시도는 의회 차원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하원 대변인에 따르면 영국 의회는 웨스트민스터 내 주점들에 무알코올 음료를 확대하고, 직원들이 과음하는 의원들 주문을 거절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 중이다. 실제 지난해 말에는 과음한 의원들끼리 싸움이 붙어 해당 주점이 잠시동안 문을 닫기도 했다. 르 콩테 기자는 "이런 사건들이 자주 일어나면서 의회도 엄연한 직장이라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며 "술을 포기해야 한다면 그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추세는 영국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프랑스도 정치인들의 음주문화가 사라지는 대표적 국가다.

특히 지난해 5월 39세의 젊은 리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취임 한 이후 그 추세는 더욱 또렷해졌다. 그가 창당한 '앙마르슈' 소속 의원들 중에는 나이가 비교적 젊은 의원이 많기 때문이다.

원래 프랑스 의원들도 와인과 샴페인을 마시며 업무를 보는 게 일상이었다. 하지만 젊은 의원들이 의회로 입성하면서 의원들의 와인 소비량은 지난해 7월 이후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반면 다이어트 콜라 판매량은 급증했다. 앙마르슈 소속의 38세 하원의원인 플로리앙 바슐리에는 "밤늦게까지 법안 논의가 이뤄질 때 주점들을 가보면 다이어트 콜라가 동이 난 적도 굉장히 많았다"고 전했다.

독일·벨기에 의회 인근 주점에도 술을 마시러 오는 의원들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술 한잔'이 잠시나마 긴장을 푸는 데 탁월하다는 의견에 동의하는 의원은 여전히 많다. 일부는 의원들이 통제가 안 되는 의회 밖에서 마시는 것보다 안에서 마시는 게 낫지 않으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김하경 국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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