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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청와대 "블랙리스트" 표현에 발끈...해당 언론사에 '법적대응'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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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4일 문재인정부의 외교안보정책과 코드가 다른 인사들이 정부연구기관을 떠나는 현상을 ‘문재인판 블랙리스트'라는 표현으로 설명한 언론 보도에 대해 “정정보도 하지 않으면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청와대는 참고자료까지 내며 해당 보도에 나온 사실들을 반박했지만, 기사에 담긴 내용이 전혀 없던 사실이 아니라고 증명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기자들 사이에서는 “청와대 대응이 과하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을 통해 “중앙일보는 오늘 아침자에 ‘문 코드 등쌀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싼다’는 내용의 보도를 내보냈다”며 “사실관계를 심각하게 뒤틀어 쓴 기사로 근거가 없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 것을 억지로 끌어다 기사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특히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라고 표현한 것은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사안이다. 박근혜 정부의 적폐가 문재인 정부에서도 되풀이되는 것처럼 모욕적인 딱지를 붙였다”며 “중앙일보는 해당 보도의 잘못을 바로잡아달라. 그렇지 않을 경우 법적인 절차를 밟아나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중앙일보는 “‘문 코드’ 압박에 외교안보 박사들 짐싼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미국 국무부 한국과장 출신의 데이비드 스트라우브 박사가 지난달 하순 1년여 몸담았던 세종연구소를 떠났고, ▲국립외교원 S박사는 지난 1월 JTBC 토론 프로에 야당 쪽에 앉았다는 등의 이유로 팀장 보직 내정이 취소되고 결국 사표를 냈으며, ▲2월 말 국방연구원을 퇴직한 정상돈 박사가 “신문에 기고하려던 원고를 문제 삼은 고위 인사가 ‘정부 정책에 맞춰야 한다. 왜 눈치가 없냐’며 직접 붉은 펜으로 껄끄러운 대목 세 곳을 삭제해 버렸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기사는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북한·안보 관련 연구기관과 박사·전문가 그룹이 ‘코드 몸살’을 앓고 있다”며 “국책 연구소나 정부 입김이 센 기관·단체를 중심으로 비판 자제와 홍보성 기고, 방송 출연 등의 주문이 쏟아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통일·안보 분야 기관과 학자를 대상으로 한 간섭이 도를 넘자 ‘사실상 문재인 정부판 블랙리스트다. 또 다른 적폐를 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썼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청와대가 보도에 거론된 기관에) 의견을 준 바 없다”며 “이 기사를 보면 문재인정부가 블랙리스트를 만들었고 그것으로 각 산하기관에 어떤 압력을 넣은 것처럼 이미지가 만들어졌다”고 반박했다.

청와대는 이같은 보도에 대해 ‘참고자료’라는 제목으로 기사에 나온 관련 기관 관계자에게 기사에 지적된 사실관계에 대한 해명을 취합해 배포하기도 했다.

이 자료는 “데이비드 스트라우브는 (세종연구소) 공채 일반 ‘연구위원’도 아니고 LS의 후원을 받아 한시적으로 연구위원 활동을 진행하는 ‘세종-LS 연구위원’으로 세종연구소와 1년 간 계약했다”며 “계약 기간은 2017년 3월 1일부터 2018년 2월 28일까지였기 때문에 ‘3월 말’에 사직했다는 지적도 사실과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트라우브의 추가 계약은 세종연구소의 선택 사항이지 의무 사항은 아니었다”며 “세종연구소로서는 데이비드 스트라우브가 연구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하면 굳이 ‘추가 계약’을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립외교원 S박사와 관련 “(내정됐다는 팀장)보직이란 것이 직제에 있거나 공식적인 보직이 아니라, 관련 교수 여러명을 몇개의 클러스터로 묶는 작업을 하려고 하다가 말았다고 한다”며 “S교수에게는 맡기는게 부적절하다고 해서 맡기지 않았다고 한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국립외교원이 공무원 신분인데 방송 토론에 나가서 야당 최고위원과 한 편이 돼 논쟁을 벌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이야기 했고 본인도 그점에 대해 인정했다고 한다”며 “(연구원) 책임자가 그 방송을 보고 그런 구도에서 토론을 한 것은 공무원 신분으로 적절하지 않다고 주의조치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방연구원 소속 박사의 원고 수정에 대해서는 “국방연구원 같은 경우 기사에 ‘붉은 펜’ 등 표현이 나오는데, 이런 저런 점을 고쳤으면 좋겠다는 식의 이메일을 두 차례 주고받았지 직접 전화하거나 대면해서 이야기를 한 적은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와대의 이같은 해명은 기사에 소개된 인사들과 현 정부 사이에 ‘코드’ 차이가 있었고, 이들의 인사상 불이익이 실재로 있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못했다.

이 때문에 취재기자들 사이에서는 “굉장히 강경한 대응인데, 남북간 북미간 정상회담을 앞두고 상대국에 대한 외교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서냐”, “오전부터 강경화 외교부장관, 세종연구소측 해명이 있었고, 청와대 고위관계자를 비롯한 여러명의 관계자들도 발언했은데 또다시 대변인이 실명으로 논평을 낸 것은 과한 대응이 아닌가”라는 질문이 나왔다.

[박정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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