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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양낙규의 Defence Club]육군참모총장, 육군훈련소 성추행 전면 재조사 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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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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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육군이 논산훈련소의 군간부 성추행사건을 두고 육군 차원의 전면 재조사 방침을 세웠지만 일각에서는 '셀프 수사ㆍ감사'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성추행 피해자들에 따르면 지난해 6월 이모 소령과 염모 상사는 논산훈련소 내 복지시설 근무자들과 회식을 마친 뒤 "업무적으로 할 얘기가 있다"며 여성 계약직 근로자 A씨와 B씨를 노래방으로 불러냈다.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여성 계약직 근로자들의 신체를 더듬고 어깨를 잡아당기는 등 신체접촉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손깍지를 끼우는 등 강제적인 신체 접촉까지 이뤄졌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이에 A씨와 B씨가 신체접촉을 거부하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염모 상사는 "내가 누군지 아느냐,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협박했다. 또 이모 소령은 A씨에게 "옆에 앉아 있으라"고 강요했다. 이후 피해 여성들은 자신들의 인사권을 쥔 군 간부들이 위계질서를 악용해 성추행을 저질렀다며 청와대의 국민 신문고에 신고했다. 현재 가해자들은 기소돼 육군 교육사령부 군사법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소송 과정에서 성추행 피해자 A씨는 논산훈련소에 이 같은 사실이 알렸지만 헛수고에 불과했다. 피해자 A씨는 결국 육군에 추가로 이의제기를 신청했고 육군 교육사령부는 뒤늦게 조사에 착수했다. 조사결과는 당초 논산훈련소가 자체 감사한 결과와 달랐다. 육군 교육사령부의 조사에선 훈련소의 관리감독 소홀로 A씨가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하는 부당한 대우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산 훈련소는 직장 내 성폭력 예방 교육도 하지 않았다. 성희롱 예방 교육은 현행법상 연 1회 이상 의무적으로 실시하도록 돼 있다.

교육사령부 조사에선 훈련소 시설 내에서 근무하는 다른 근로자들의 계약 연장이 제각각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훈련소 내 다른 제빵 프랜차이즈 업체와 카페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의 경우 계약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임의로 연장해주는 방식을 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육군은 현재 육군본부 검찰부, 육군 교육사령부 감사실과 함께 재조사를 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처벌자 징계를 할지는 미지수다. '경징계 솜방망이' 처벌로 '제식구 감싸기'에 머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온다.

군의 이런 감사는 여러차례 지적돼 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사이버댓글공작 조사다. 군은 지난해 10월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 공작에 가담한 국군 사이버사령부 소속 부대원이 징계는 커녕 모두가 선망하는 요직인 한미연합사 등에 배치되거나 심지어 승진까지 한 것은 사이버사가 스스로 징계 여부를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에 따르면 사이버사로부터 입수한 징계 현황을 보면 정치 관련 댓글을 작성한 부대원은 122명이다. 2014년 11월 군 검찰은 이 중 박모 중령 등 3명을 포함한 19명을 재판에 넘기지 않는 대신 징계할 것을 의뢰했다. 하지만 사이버사는 박모 중령은 그해 12월 한미연합사, 이모 중령도 같은 달 해군본부, 정모 중령은 2013년 1월 국방부로 각각 전출됐다는 이유로 징계하지 않았다. 또 징계를 요구한 16명 가운데 6급 이모 군무원 등 2명에 대해서만 징계위원회를 열어 견책과 같은 가벼운 징계를 내렸다. 이 2명은 심지어 현재 여전히 사이버사에서 근무 중이다. 특히 이모 군무원은 5급으로 직급까지 올라갔다. 또 징계위도 열지 않은 채 경고만 받았던 이모 중사 등 7명도 여전히 사이버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모 중사는 그해 상사로 승진까지 했다.

군 안팎에서 군내 성추행 사건만큼은 '셀프 수사ㆍ감사를 벗어나야한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의 감사와 민간 참여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감사원은 군단급 이상 제대에 대한 감사 권한을 갖고 있어 적법적인 절차를 밟으면서 셀프 감사를 막을 수 있는 것이다.

육군 관계자는 “육군 참모총장의 지시로 성추행 2차 피해로 볼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엄정하게 재조사 할 것이고 조사결과에 따라 관련자를 엄정하게 조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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