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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TF현장] "강서 특수학교 설립 반대勢, 주민 대표 맞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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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맞은 편에 위치한 아파트 정문에 붙은 '특수학교 설립 반대' 현수막. /가양동=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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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호소' 6개월…특수학교 건립 여전히 첩첩산중

[더팩트 | 가양동=김소희 기자] "결국, 집값 떨어질까봐 반대하는 거죠. 이 동네 사람이면 설명회 때 소리친 사람들이 그 아파트 주민이라는 거 다 아는데요."

강서구 가양동 옛 공진초등학교 부지에 설립 예정인 특수학교 설립이 일부 주민들의 반발로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무릎 꿇은 학부모' 사연으로 이목이 쏠린 서울 강서구의 특수학교 설립 추진 설명회가 전날(26일) 주민들의 반대로 또 아수라장이 됐기 때문이다.

특히 설명회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든 반대 주민이 실제 학부모나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단체가 아닌 특정 아파트 거주자로 구성됐다는 주민들의 지적이 나와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더팩트>는 특수학교 설립이 예정된 서울 강서구 가양동을 찾았다. 가양역 1번 출구에서 나와 한 차례 신호등을 지나고 직진하면 오른쪽에 지금은 폐교된 공진초등학교 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2019년 9월 서진학교(가칭)가 들어설 이곳은 학교 부지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고요했다. 2013년 공진초등학교가 마곡 지구로 이전한 이후 5년이 넘도록 방치된 까닭이다.

가양동 D아파트에 거주한다는 초등학교 6학년 자녀를 둔 임모(43) 씨는 "몇년 전부터 학교가 들어선다, 병원이 들어선다는 식으로 말이 많은 곳이었는데 아직도 저 상태"라며 "특수학교가 설립되기로 결정됐다고 하는데, 그냥 빨리 저 부지가 채워지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학교는 이처럼 썰렁했지만, 4차선 도로를 기점으로 맞은 편에 위치한 G사에서 설립한 브랜드 아파트는 형형색색 현수막이 둘러싸여 있었다. '15년간 특수학교 못 지은 게 가양동 주민 탓이냐', '특수학교 있는 강서구 공진초 이적지는 또 특수학교 짓는구나'와 같은 문구들이 현수막을 채우고 있었다.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근처 아파트와 대조적이었다. 마치 가양동 혹은 강서구에 거주하는 주민 모두가 학교 부지에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것을 적극 반대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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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6일 진행된 서울교육청의 특수학교 설립추진 설명회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중단하라'는 반대 주민들의 반발해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동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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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대표하는 '비대위'?…"가양동 주민 의견 아니야"

인근 지역 주민들도 현수막에 적힌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비대위원회'라는 문구를 의아하다는 듯이 바라봤다. 가양동에 거주한다는 박 모(37) 씨는 '해당 부지에 특수학교 설립에 대해 반대하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했다. 박 씨는 "저 아파트(G사) 주민들이 반대하는 것 같다"며 "특수학교가 들어서지 못하게 반대한 적도 없고, 오히려 찬성하는 편"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또 다른 거주민 김 모(62) 씨도 "특수학교 들어서는 것에 대한 충격보다 공진초등학교가 이전하는 과정에서 임대아파트 주민과 비임대아파트 주민 간의 갈등이 더 마음 아팠다"며 "특수학교가 꼭 필요한 상황에서 반대하는 건 이기적인 생각인 것 같다"고 했다. 김 씨는 이어 "반대하는 사람들은 표면에 강서구에 교남학교가 이미 있지 않냐는 주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론 집값만 걱정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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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양동 주민들은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비대위원회'가 해당 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됐다고 주장했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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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비대위는 어디 있는지 수소문했다. G사 아파트 근처에서 근린활동을 하던 김모 씨는 "비대위는 멀리 있지 않다"며 "이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해체와 모집이 이뤄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김 씨는 이어 "설명회가 있기 하루 전인 25일에도 관리사무소에서 '공진학교 설명회에 참석할 아파트 주민들은 모여달라'는 방송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처럼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부대표와 인근 주민들은 하나같이 '비대위' 구성원은 가양동 주민이 아니라 공진초등학교을 마주하는 아파트 주민들에게만 국한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더팩트> 확인 결과, 실제로 비대위 회의는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이날 취재를 위해 방문한 관리사무소 벽면에는 비대위 활동과 관련된 공지글이 커다랗게 붙어있었다.

물론, 아파트 현수막 문구도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강서구에는 장애인 학교가 이미 있다. 초·중·고·전공과 포함 16학급, 학생수 103명이 재학 중인 교남학교가 그곳이다. 하지만 교남학교는 사립 특수학교로 규모가 작고 인근에는 특수학교가 없는 양천구 학생까지 받고 있어 이미 포화상태다. 그렇다 보니 강서구에 살면서도 다른 구에 있는 특수학교로 왕복 2~3시간씩 통학하는 장애 학생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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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26일 서울교육청의 특수학교 설립추진 설명회에서 반대하는 시민이 일어나 고함을 지르는 모습. /이동률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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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불거진 강서구 특수학교 신설 잡음…주민설명회 난장판

학생들이 왕복 2~3시간을 들여 통학하는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특수학교 설립은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현재 상황이 6개월 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마곡지구 개발로 이전한 공진초등학교 부지를 특수학교로 전환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특수학교 설립 추진에 '강서특수학교설립반대비대위원회'는 거세게 반대했다.

비대위와 장애 학부모 간 갈등의 골은 생각보다 깊다. 지난해 9월 서울 강서구 탑산초교에서 열린 특수학교 설립 주민 토론회에서 장애 학부모가 비대위에 '무릎 호소'를 했을 정도다. 그 후 6개월이 지났지만 달라진 것은 거의 없었다. 전날 진행된 '서울 장애인 특수학교 건립 주민 설명회'도 반대 주민 20여 명의 시위로 아수라장이 됐다.

반대 주민은 회의 시작 한 시간 전부터 '주민 의견 무시하는 일방적 설명회는 즉각 철회하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고 시위를 벌였다. "서울 시내 8개 구에 아직 특수학교가 한 곳도 없는데, 특수학교가 있는 강서구에 또 짓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반대 주민들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발표하는 동안에도 "집어치우라"며 욕설을 내뱉고 고성을 질렀다. 장애 학생 학부모들도 "조용히 하라"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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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주변에 걸린 또 다른 현수막. 특수학교가 이미 있기 때문에 강서구에 특수학교를 설립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김소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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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정순경 부대표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벽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정 부대표는 "3월에서 9월로 6개월 연기된 것도 속상하지만, 아이들은 기다렸다"며 "무조건 우리 동네는 안 된다고 주장하며 어깃장을 놓는 상황은 장애를 가진 아이를 둔 학부모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대표는 그러면서 "서초구처럼 구청·서울시·주민 등이 포함된 민간협의체를 통해 찬반을 논의하는 것이 아닌, '비대위'라는 명칭만 내세우면서 가양동 주민 전체를 대변하는 의견인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옳지 않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초구에 세워질 가칭 나래학교(공립특수학교)는 조희연 교육감을 비롯해 지역주민 대표 2명 이진희 서초장애인학부모연대 대표 박성중 국회의원 최호정 서울시의원 김수한 서초구의회 의장 조은희 서초구청장 한상윤 강남서초교육장 등 9명으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통해 의견을 논하고 있다.

정순경 부대표는 "현장에 반대 주민이라면서 오는 사람들은 젊은 학부모가 아닌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었다"며 "지역 학부모 의견을 대변한다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비대위'의 생각을 듣기 위해 <더팩트>는 해당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에 취재 요청을 했다. 기자 개인 번호를 남긴 것에 이어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직접 찾아가 비대위원장의 의견을 듣고 싶다고 했지만,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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