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은 배현진 전 MBC앵커를 서울 송파을 지역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사진은 한국당 지역 사무실이 위치한 삼전동 부근. /삼전동=이원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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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사직하고 한국당 입당한 배현진 전 앵커…지역구 민심 잡을 수 있을까
[더팩트ㅣ삼전·석촌·송파1동=이원석 기자] "글쎄요…. 좀 신뢰가 안 가는 이미지라서 정치도 잘 할지 모르겠네요."
송파구 석촌동에 사는 회사원 신동진(27) 씨가 얼마 전 자유한국당에 입당해 송파을 지역위원장으로 임명된 배현진 전 MBC 앵커에 대해 내놓은 평가다. 신 씨는 "정치가 국민을 대표해서 한다는 거라는데 인지도가 좀 있다고 정치를 하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며 배 전 앵커의 정치적 '전문성'에 대해서도 회의적 시각을 나타냈다.
햇볕이 뜨거웠던 지난 23일 오후 송파구 삼전동 부근, 낮은 빌딩들 뒤로 지상 123층 높이의 롯데월드타워가 고개를 빼꼼 내밀고 있었다. 몇몇 빌딩엔 재보궐·지방선거 예비 후보들의 선거 현수막이 창문 벽을 타고 늘어져 있었다. 그 앞을 지나는 시민들은 간혹 고개를 들어 현수막을 바라보기도 했지만, 이내 무심하게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삼전동은 선거구로는 송파을에 속하는 지역이다.
오는 6월 13일 열리는 재보궐·지방선거가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러 예비후보들이 자신의 출마 소식을 알리고 있다. 정치권에선 자천타천 후보들이 거론된다. 또, 각 정당에선 선거 승리를 위해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놓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9일 배현진 전 MBC앵커가 자유한국당 입당 환영식에서 발언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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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난해 자당 소속 대통령의 탄핵 이후 대선 패배, 지지율 난조를 겪으며 마음이 급한 자유한국당은 인재 영입에 골몰하고 있다. 배 전 앵커는 이러한 한국당의 '필승' 카드로 지난 9일 영입된 후보다. 한국당은 즉각 배 전 앵커를 송파을 지역위원장으로 임명했다. 선거법 위반으로 최명길 전 의원이 의원직을 박탈돼 빈자리인 송파을 재보궐 후보로 내놓겠단 뜻이다.
배 전 앵커는 한국당의 주장대로라면 현 정권과 대치하는 상징성이 있다. 배 전 앵커는 보수 정권 당시 진행된 노조 파업에서 빠진 이후 메인 앵커 자리를 지켜오다 정권 교체 이후 사장이 바뀌면서 자리에서 내려왔다. 한국당은 배 전 앵커를 '문재인 정권 방송 장악 피해자'로 내세웠다.오랜 시간 MBC 간판 앵커였던 배 전 앵커의 인지도는 상당하다. 또, 젊고 지적인 이미지를 갖추고 있다. 그는 한마디로 보수 진영이 가장 주목하는 후보 중 한 명인 셈이다.
그러나 송파을을 직접 찾아 <더팩트>가 들어본 민심은 사뭇 달랐다. 삼전동에 거주하고 있다는 주부 임영순(54) 씨는 배 전 앵커에 대해 "뉴스에서 많이 봤다"며 "잘은 모르지만 애초부터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자기 이익을 가장 최우선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한국당 후보로 출마한다더라"고 말했다.
이어 임 씨는 '배 전 앵커가 정치를 잘 할 수 있을 것 같냐'는 질문에 "정치적으로 성공할지는 몰라도 시민을 위해 일을 잘해줄지는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송파을 지역구 내에서 배현진 전 앵커에 대한 <더팩트>의 질문에 답한 20명 가운데 14명은 배 전 앵커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이원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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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삼전동에 거주하고 있다는 자영업자 배형욱(33) 씨 또한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배 씨는 "한국당에 들어갔다길래 역시나 했다. 원래 좋지 않았던 이미지가 더 안 좋아졌다"고 평가했다. 배 씨는 "요즘 뉴스만 보면 머리가 아프다. 가뜩이나 전 국회의원(최명길)이 그렇게 돼서 배신감이 큰데 정치적으로 뛰어난 사람 말고 정직하고 깨끗한 사람이 좀 왔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삼전동, 석촌동, 송파1동 등 송파을 지역구에 위치한 길거리, 카페에서 배 전 앵커에 대한 <더팩트>의 질문에 답변한 약 20명 중 14명 정도의 지역구민은 배 전 앵커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강했다.
반면 배 전 앵커의 활약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일부 있었다. 송파1동에 거주하는 소 모(74) 씨는 "MBC에 있을 때부터 소신 있어 보여 좋았다"면서 "잘해줬으면 좋겠다. 시민들 목소리 잘 들으면 정치에서도 성공할 거다"라고 말했다.
석촌동에 거주하는 회사원 박성영(30) 씨 또한 "정치적으론 잘 모르겠지만, 성실하게 일할 것 같다"면서 "젊고 똑똑하니까 많이 뽑아주려고 하지 않겠나"라고 견해를 내놨다.
아직까지 배현진 전 앵커의 지역 사무실은 차려지지 않았다. 사진은 전임 지역위원장 김성태 의원 사무실. /이원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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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전 앵커의 지역사무실은 아직 차려지지 않았다. 다만 배 전 앵커의 전임자로 지금은 강남으로 지역구를 옮겨간 비례대표 한국당 김성태 의원의 사무실이 삼전동에 위치해있다. 지난 21일 배 전 앵커는 이 사무실을 찾아 관계자들과 상견례를 갖기도 했다.
배 전 앵커 측근에 따르면 사무실의 개소 시기와 위치 등은 아직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조만간 배 전 앵커의 선거 '베이스캠프'가 될 지역 사무실이 차려짐과 동시에 본격적인 선거전도 시작될 것으로 예측된다.
재보궐 선거까지 이제 두 달 남짓 남은 시각, 현장 목소리를 직접 들어본 결과 아직까진 배 전 앵커가 지역구 민심을 사로잡진 못한 것으로 보였다. 추후 선거 운동 과정에서 배 전 앵커가 지역구민들에게 얼마나 신뢰를 줄지가 승패를 결정짓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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