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0시 20분께 서울 동부구치소에 수감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에게 뇌물수수와 다스 비자금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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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이철영 기자] 23일 오전 0시를 넘긴 시각. 헌정 사상 네 번째로 전직 대통령이 구속되는 모습을 보았다. 이명박(MB) 전 대통령은 쏟아지는 카메라 불빛이 부끄러웠는지 손으로 얼굴을 가리기도 했다. MB는 그렇게 서울 송파구 문정동 동부구치소 독방에 수감됐다.
MB의 구속을 놓고 일각에서는 불행한 정치사, 비극 등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물론 MB 개인에 대한 동정이 아니라 전직 대통령이 두 명이나 수감되는 한국 정치사는 분명 비극이다. 하지만 전직 대통령이 개인 비리와 직권을 남용한 범죄행위를 한 혐의를 받는 상황을 불행하다거나 비극으로 볼 이유는 없을 것 같다. 개인에 대한 '불행' '비극'이라는 표현은 자칫 '정치보복을 당했다'라는 말로 MB의 구속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지지자나 따르는 사람에게나 가능한 표현이 아닐까.
검찰이 MB에게 적용한 혐의를 보면 개인 비리라는 것이 더욱더 분명해진다. 검찰은 110억 원대 뇌물수수와 350억 원대 다스 비자금 등 조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송경호),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가 MB에게 적용한 혐의는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조세포탈'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대통령기록물법 위반' 등 혐의만도 20여 개 가까이다.
아직 법적으로 유·무죄가 확정되지 않았지만, 혐의만 놓고 보면 오히려 MB가 대통령이 됐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국민이 무지했던 탓이었을까. 아니면 MB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뛴 그들의 말장난에 속은 것일까. 어떤 이유에서든 국민의 선택이었다. 다만, 그때 그를 곁에서 보고 보좌했던 정치인들이 솔직했다면 국민의 선택은 달랐을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사진은 23일 110억원대 뇌물 수수와 340억원대 비자금 조성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 전 대통령 논현동 자택에서 측근들이 배웅하는 모습./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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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년 전이지만 당시 MB의 옆에 있었던 몇몇 정치인들은 '혹세무민(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임)'했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엔 권력과 정권만 잡으면 그만이라는 생각뿐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돌아보면 당시 MB와 측근들에겐 국민을 사랑하는 '애민(愛民)'은 없었던 것 같다.
지금에 와서야 지난 대선 당시를 이야기하는 사람이나 정치보복이라고 주장하는 정치인들이나 눈꼽만큼도 국민에 대한 미안함이나 죄스러움은 없어 보인다. 방송이나 라디오에서 '대선 당시 경천동지할 일이 있었다'고 내부고발자처럼 말하고, 이를 무마하기 위해 각서까지 써 주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MB를 대통령에 당선시키기 위해 법 위반 행위마저도 자기합리화 시킨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국민의 선택을 호도하기 위한 혹세무민에 앞장선 이들이다. 그렇게 공조했던 이들이 이제는 각자 입장에 맞춰 내부고발자가 되거나 정치보복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당 대선경선에서 이 전 대통령의 도곡동 땅 문제와 다스는 실정법 위반이라고 주장했었다. /MBN 방송화면 갈무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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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비하면 지금은 구치소에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히려 솔직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7년 이미 MB의 도곡동 땅과 다스 문제를 대선 경선에서 제기한 바 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도곡동 땅, BBK 등 인신구속이 가능한 게이트" "다스 부동산 매입 의혹은 실정법 위반으로 수사할 대상"이라고 MB의 구속을 예견했다.
그러나 경선에서 MB는 승리했고, 도곡동 땅과 다스 문제는 의혹만 남긴 채 잊혔다. 이후 이들 모두는 정권 창출이라는 지향점에 손을 잡았고, 국민을 속이는 데 성공했다. MB가 당시 경선에서 박 전 대통령의 최태민 목사 문제를 제기했던 것도 18대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이라는 이유로 감싸줬다. 국민은 그렇게 또 속았다.
23일 이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논현동 자택에서 서울 동부구치소로 이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남윤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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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들이 당시 정권과 권력이 아닌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정치를 생각했다면 MB는 구속되지도 않았을지 모른다. 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이다. 애초에 이들 모두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어찌 된 영문인지 MB의 구속에 대해 그를 추종하고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기에 노력했던 정치인들은 사과할 줄을 모른다. 오히려 정치보복이라는 말로 "눈물이 흐른다"는 감정적 호소만 할 뿐이다. 정작 불행한 것은 당신들에 속은 국민의 눈에선 피눈물이 난다는 것을 알지 못하나 보다.
당신들의 거짓말이 아니었다면 지금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벌어지는 헌정사상 네 번째 전직 대통령 구속은 없었다. 이제라도 솔직해져야 한다. 오는 지방선거를 의식해 정치보복을 운운하기보다 '속여서 죄송하다'라고 고개 숙여 사죄해야 한다. 아직도 거짓 눈물과 정치구호로 국민을 속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착각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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