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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19 (화)

키 15㎝에 원뿔형 머리… '외계인 미라' 정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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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 돌연변이 겹친 아기로 밝혀져

2003년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발굴된 미라를 본 과학자들은 당혹스러워했다. '아타(Ata·사진)'라는 이름이 붙은 미라의 키는 15㎝. 어른 손바닥만한 키였지만 뼈의 성분을 측정하면 예닐곱 살 어린아이와 같았다. 12쌍이어야 정상인 갈비뼈는 10쌍뿐이었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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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두 눈은 양쪽 끝으로 삐쭉 올라간 모습이었고, 정수리는 원뿔형이었다. 인간의 모습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이상해 지구 바깥에서 온 '외계인 미라'라는 주장이 많았다.

미스터리로 여겨졌던 '아타'의 정체가 최근 스탠퍼드대 연구팀에 의해 밝혀졌다. 스탠퍼드대 미생물학과 게리 놀런 교수 등 과학자 15명이 참여한 공동연구팀은 아타는 희귀 유전 질환을 앓다 죽은 인간이라고 과학학술지 '게놈 리서치' 최신호에서 밝혔다.

공동연구팀이 5년간 엑스레이와 컴퓨터 단층 촬영 등 첨단 기법을 동원해 분석했다. 그 결과 '아타'의 유전자 중 7개에서 돌연변이가 나타났다. 이 유전자들에 이상이 생길 경우 골격 발달에 악영향을 끼치고, 각종 질환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아타는 돌연변이들의 복합 작용으로 두개골이 기형적으로 변하는 희소병으로 일찍 죽었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놀런 교수는 "'아타'는 사산됐거나 생후 얼마 안 돼 죽은 아기로 보인다"며 "이렇게 유전자 돌연변이가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사례는 처음"이라고 했다. 과학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과학자들은 이번 연구 결과를 계기로 '아타'를 둘러싼 논란이 수그러들기를 바라겠지만, '아타'가 지구 밖에서 왔다고 믿는 외계인 신봉자들은 마음을 쉽게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정지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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