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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미투] IT 여직원이 회사에서 질리도록 듣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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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과대학에 다니는 여학생 일명 공대녀는 매우 희귀한 존재다. 남학생 틈바구니에 끼어서 대학 생활을 즐겨야 한다. 졸업 후 전공을 살려 생업에 뛰어들었다면, 좋든 싫든 남성 중심 문화에 적응해야 한다. 여성 진출이 어려운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공학, IT, 수학, 기술, 과학 등 이과 분야에 뚜렷한 성과를 보이는 여성이 다른 분야보다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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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실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사진이 한 장 있다. 지난 2014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애플의 세계개발자포럼(WWDC)의 화장실 사진이다. 긴 줄이 이어진 오른쪽은 남성 화장실이고 한산한 외쪽은 여성 화장실이다.

여자가 남자보다 수리능력이 약하다는 근거 없는 속설이 아직도 한국사회에 만연하다. 어쩌면, 여성은 수리능력 부족보다 남학생이나 직장 남성 동료들의 꽉 막힌 대화 패턴 때문에 공대영역의 꿈을 포기했을지 모른다.

'케이트 벌링턴'씨는 공대생 시절이던 2015년 허핑턴포스트에 IT회사의 남성 동료들에게 들었던 황당한 말을 기고한 적 있다.

"전부 어디서 배운 거야?"
"도움이 필요하면 말해, (여자)혼자서 할 수 있어 보이지 않으니깐"
"너는 여자같지 않아"
"오타쿠 소리를 들었다고 불평하지 마, 넌 진짜 오타쿠이니깐"
"대부분 여자는 이런 물건 사용 안 하던데"
"커피는 탈 줄 알아?"

그녀는 이런 말들이 칭찬은 전혀 아니며 불쾌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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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마가렛 해밀턴은 아폴로 우주 계획에 참여한 여성 시스템 엔지니어다. 사회는 여성 기술자의 덕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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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러머큐리(Sailor Mercury)라는 별명으로 활동하는 여성 프로그래머는 미디엄에 'Coding Like a Girl'이라는 제목으로 IT 직군에서 여자로서 근무한 경험담을 적었다.

남성 직원에게 "당신은 프로그래머처럼 보이지 않아"라는 시도 때도 없이 들으며 초보 프로그래머 취급은 받았다고 밝혔다. 기술회의에 참석하면 "당신은 이해하질 못할 거야"라는 답변을 듣고 소외감을 느껴야 했다.

그녀의 소외감은 대학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발표시간 남성 교수에게 발표 슬라이드가 분홍색이라고 지적을 받거나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는 행동이 혼란스러워 보이니 멈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학문적인 조언보다는 외형적인 조언이 주를 이룬 것이다.

그녀는 "복장이나 외모에 대한 충고는 학교와 직장 구분 없이 자주 생겼다"며 "무엇을 입던 업무에 전혀 지장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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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녀의 마음을 얻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공대녀들이 밝힌 사례가 자칫 한국사회와 거리감이 있어 보이지만, 최근 불거진 미투(#METOO) 폭로만 봐도 한국의 회사에서는 더욱 수준 낮은 이야기들이 오고 간다.

업무와 상관없는 외모 칭찬이나 지적 및 충고도 상대방의 기분을 언짢게 할 수 있다. 가령 어제와 같은 옷을 입고 출근한 여성 직원에게 '외박했냐'는 농담을 던지거나 다이어트가 필요해 보인다는 참견은 불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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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남성이 그러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무의식적으로 불필요한 언행으로 상대방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있다. 조금만 신경 써서 이야기하면 굳이 펜스룰을 찾을 이유도 없다.
윤경진 기자 youn@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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