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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변곡점 맞은 부동산 시장 전문가 진단-지방 이어 서울도 약보합…올해가 ‘고점’ 재건축 규제에 금리 인상·입주 폭탄 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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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이코노미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꾸준히 오른 집값이 올해 고점을 찍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매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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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섰다.’

이견이 없었다. 매경이코노미가 ‘한국 부동산 시장 현황을 진단해달라’는 설문에 부동산 전문가 15명은 모두 이같이 답했다. 대세 하락기는 아니지만 지난 4~5년간 뜨겁게 달아올랐던 부동산 시장이 변곡점을 맞이한 것은 분명하다는 얘기다. 1998년과 2008년에 이어 올해가 ‘부동산 10년 위기설’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1980년대 중반 이후 한국 부동산 시장에는 5~6년 상승하면 4~5년 하락하는 ‘10년 사이클’이 분명히 포착된다. 2013년 서울 집값이 바닥을 찍었다. 여기에 5년을 더한 올해가 고점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이 부동산 시장 조정을 예상하는 이유는 크게 5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 금리 인상, 공급 충격, 지방 침체, 인구구조 변화 등이다. 다만 당장 올해부터 시장에 급격한 침체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올 한 해 서울·수도권 집값이 3% 미만 약보합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것이 전문가 중론이다. 15명 중 8명이 약보합세를 전망했으며 3명은 3% 이상 하락하는 ‘약세’를 점쳤다. 3% 미만 상승(강보합)을 예상한 전문가는 3명뿐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은 “1998년, 2008년과는 달리 올해는 대내외 실물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급격한 조정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변곡점 근거1. 고강도 규제 효과

▷DSR 도입·양도세 중과 등 수두룩

“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지만 단기적으로는 정부 정책을 이기는 시장도 없다.”

부동산 업계에서 흔히 쓰이는 말이다. 연신 쏟아지는 정부 고강도 부동산 규제 정책에 식을 줄 모르던 투자 열기도 차츰 가라앉는 분위기다. 지난 8·2 부동산 대책을 시작으로 청약·대출·분양·매매 등에 걸친 전방위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 상승을 이끌던 재건축 시장 역시 초과이익환수제 시행과 안전진단 기준 강화 조치 등으로 가격 상승세가 멈췄다.

한상완 본부장은 “보통 정부 부동산 규제 정책이 연달아 3번 이상 나오면 시장이 침체 국면에 접어든다고 본다. 문재인정부 들어서는 굵직한 부동산 관련 대책만 5번 이상 나왔다. 하방 압력을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 진단했다.

아직 시행·적용되지 않은 규제책도 수두룩하다. 당장 3월 중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이 시범 적용된다. DSR은 신용대출을 비롯해 연간 상환해야 하는 모든 대출의 원금과 이자를 더해 대출 가능 여부를 결정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 정책이다.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에 한해 계산하는 ‘신DTI’보다 더 빡빡한 셈법. 다주택자 추가 대출은 물론 실수요자 돈줄까지 틀어막히면서 거래량 감소가 예상된다. 4월에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예정돼 있다. ‘최후의 카드’라고 불리는 보유세 인상 논의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매경이코노미

▶변곡점 근거2. 저무는 초저금리

▷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담 커져

초저금리 시대가 막 내렸다.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1.5%로 올리면서다. 무려 6년 5개월 만에 단행한 금리 인상이다. 기준금리 인상이 부동산 시장에 끼칠 여파는 무시할 수 없다.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시장금리와 대출금리가 오르고 주택담보대출 이자 부담도 커진다. 지난해 말 최고 4%대 중반이었던 은행권 주담대 금리는 최근 5% 선에 육박했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올해에만 미국 기준금리가 3번 추가 인상이 예고돼 있다. 한국 기준금리 방향은 미국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대출 요건 강화로 가뜩이나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향후 금리까지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실수요자 충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김종선 BSI경영연구원장은 “부동산 시장이 지속적인 상승을 거듭한 데는 저금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저금리를 틈탄 갭투자로 집값이 급등한 적도 많았다. 가계부채가 1400조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실수요자에게 금리 인상은 큰 부담”이라고 진단했다.

▶변곡점 근거3. 아파트 입주 폭탄

▷전세가격 하락은 침체 전조 현상

43만9611가구.

올해 예정된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이다. 지난해(38만3820가구)보다 14.5%나 늘어난 수치다. 과거 노태우정부가 집값 안정을 목표로 추진했던 ‘주택 200만호’ 건설 계획에 따라 입주가 본격화됐던 1990년대 초반보다 많은 물량이다.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역대 최대치다.

올 한 해 전국적으로 공급 물량이 쏟아진다. 수요·공급 논리에 따라 집값은 자연히 떨어질 공산이 크다. 반면 정부 규제로 부동산 수요는 한껏 쪼그라든 실정이다. 무너진 수급 균형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될 것이라 보는 전문가가 대다수였다. 당장 입주 물량 확대에 따른 전세가격 하락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전세가격은 흔히 매매가격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전세가격 하락으로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집주인이 급매물을 내놓고 매매가격까지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최근 나타난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 하락을 부동산 조정기의 전조 현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이주현 엘제이컴퍼니 대표는 “집이 충분하면 주택 가격은 당연히 떨어진다. 서울·수도권 내에서도 지역별로 양상이 다르겠지만 송파헬리오시티를 비롯한 서울 동남권과 경기도 대량 입주 물량은 해당 지역 전세가격부터 낮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곡점 근거4. 지방發 충격

▷서울 시장에도 부정적 신호

지방 부동산도 침체가 심상치 않다. 주택 구매 심리가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미분양 주택만 쌓여가는 모습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지방 미분양 주택은 4만9256가구로 1년 전보다 22% 늘었다. 2011년 3월 이후 7년여 만에 최대치다.

매매가격도 계속 하락 추세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지방의 주택 매매가격 누계 상승률은 -0.09%를 기록했다. 0.8%대로 상승세를 이어가는 수도권과 온도차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강남을 위시한 서울·수도권과 지방은 시장 자체가 다르다”면서도 지방 부동산 침체가 전체 시장에 불러올 부작용을 경계했다.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방과 수도권을 불문하고 어느 한쪽이라도 침체한다면 전체 부동산 시장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가 늘어난다. 부동산 전체 시장이 침체하는 시그널로 해석되면서 시장 활력 자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지방 침체 양상이 수도권으로 확산하는 조짐도 보인다”고 우려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역시 “정부가 비수도권 지역 주택 건설 경기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곡점 근거5. 인구구조 변화

▷생산가능인구 올해부터 감소

우리나라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올해 사상 처음으로 감소한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 탓이다. 이 같은 인구 감소는 부동산 시장 침체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1990년대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면서 거품이 꺼진 일본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당시 가격을 회복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이상 징후가 감지되고 있다. 분양 성수기라 불리는 봄 이사 철 미분양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부동산 시장에 곧바로 충격을 줄 가능성은 많지 않다. 절대 인구는 여전히 늘어나는 중이고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가구 수도 상승곡선을 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인구 감소를 향후 장기 대세 하락기를 이끌 가장 강력한 요인으로 꼽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주택 수요 감소는 물론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노인가구가 소득 확보를 위해 주택을 매각할 것이라는 배경에서다. 한상완 본부장은 “노인 인구가 늘면서 신규 주택 수요가 줄어들 것이다. 오히려 노인들이 내놓는 매물 증가로 공급 충격이 올 가능성이 높다. 소득 없는 고령인구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큰 주택을 처분하고 세입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설문에 도움 주신 분들(총 15명, 가나다순)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위원, 김종선 BSI경영연구원장, 김혜현 알투코리아 이사,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 서정렬 영산대 부동산학과 교수,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안민석 에프알인베스트먼트 연구원, 양지영 R&C연구소장, 윤재호 메트로컨설팅 대표, 이종진 신화디앤엠 대표, 이주현 엘제이컴퍼니 대표,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총괄연구본부장, 한태욱 동양미래대학 경영학부 교수

[나건웅 기자 wasabi@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50호 (2018.03.21~2018.03.2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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