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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6 (목)

법인차 과세 강화 2년, 람보르기니·벤틀리·롤스로이스 '콧방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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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늬만 법인차'를 잡기위해 2016년부터 시행했던 법인차 과세 강화 방안(법인세법 개정)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법인차 비중이 줄기는 커녕 강화된 법을 비웃기라도 하듯 오히려 늘어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법망을 빠져나갈 구석이 많은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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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고가의 수입차를 법인으로 구매해 사적으로 유용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이를테면 람보르기니 같은 수억대를 호가하는 스포츠카를 법인에서 구매해 회사의 임원이나 그의 가족이 사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초고가 수입차를 자녀들의 등하교용 차로 활용하는 재벌가의 얘기도 심심찮게 들려왔다.

이런 폐단을 막기 위해 정부는 2016년 4월 1일부터 법인차의 연간 감가상각액과 유지비가 1000만원을 넘을 경우 운행기록부를 작성해야 하는 등 법인세법을 개정했다. 고가 수입차는 물론, 대부분의 수입차가 모두 해당하는 방안이었다.

시행 2년이 지난 지금, 고가 수입차의 법인 비중은 과연 줄었을까? 먼저 수입차 전체를 살펴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2016년 수입차 법인구매 비중은 35.7%를 기록했고, 2017년 35.2%로 유지됐다. 2018년 2월까지의 법인구매 비중은 34.3%로, 역시 별반 차이가 없다. 법인차에 대한 과세를 강화해봤자 실제 구매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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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람보르기니나, 벤틀리, 롤스로이스 등의 초고가 수입차의 경우 되려 법인 비중이 늘었다. 2015년 법인이 75%를 차지했던 람보르기니는 세법이 강화된 2016년 80%로 늘었고, 2017년에는 87.5%로 증가했다. 2018년 2월 현재도 판매량의 80%를 법인이 책임져 주고 있다.

벤틀리는 2015년 전체 판매에서 법인이 86.2%를 차지했고, 2016년 76.5%로 떨어졌다. 그러나 2017년 79.9%로 반등했다. 롤스로이스는 2015년 91.9%에서 2016년 98.1%로 늘었고, 2017년 또한 91.9%가 법인구매였다. 2018년은 2월까지 13대가 팔렸는데, 개인구매는 0대, 법인은 13대로, 100% 법인이 소화했다.

메르세데스-벤츠나 BMW 등의 고급 수입차는 법인 비중이 지속적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수입차 전체보다 높은 수준이다. BMW의 경우 2015년 46.0%, 2016년 40.1%, 2017년 39.3%를 기록했고, 벤츠는 2015년 54.4%, 2016년 42.2%, 2017년 41.7%로 나타났다.

이처럼 여전히 수입차의 법인구매가 상당한 이유는 무엇일까? 업계는 '무늬만 법인차'를 잡기 위해 도입한 강화한 법이 시늉에 그쳤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연간 1000만원만 비용처리로 인정하겠다고 했으나, 업무용으로 사용했다는 운행기록부만 작성하면 구입비는 전액 사업경비로 인정받을 수 있어서다. 또 중고차로 판매하면 잔존가치와 판매가액의 차액을 경비처리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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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법인차 과세의 근거가 운행기록부가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 우리법이 규정해놓은 법인차 운행기록부는 주행 전 계기판 상 주행거리, 주행 후 계기판 상 주행거리, 출퇴근 사용거리, 업무용 사용거리 등을 숫자(단위:㎞)로 기재한다. 반면 교통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 등에서는 운행기록부에 도착지, 사용목적, 운행 중 기름값, 톨게이트 비용 등을 꼼꼼하게 작성해야 한다.

게다가 운행기록부를 관계 당국이 제대로 감시하지도 않는다. 결국 운행기록부는 부실한 항목과 관계 당국의 무관심 속에 얼마든지 조작이 가능하다. 기록부를 조작했더라도 존재 사실만 입증하면, 여전히 비싼차를 법인으로 구매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법인차 과세에 있어 가장 큰 문제로 제기되는 건 운행기록부 내용의 진실성"이라며 "수백만 대에 달하는 국내 업무용차의 운행기록부를 과세 당국이 하나하나 확인하기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이어 "업무중 매번 일지를 작성해야 하는 실사용자의 경우 형식적으로 총 주행거리에 맞춰 기록을 남기는 것이 습관화돼 있다"며 "제대로 된 감시가 없는 상황에서 꼬박꼬박 운행기록부를 작성할 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재용 미래자동차연구소 소장은 "값비싼 차를 법인 명의로 돌려 세금을 적게 내는 편법행위는 과세법 강화 이후에도 조금의 수고만 감수하면 구입과 운용에 문제가 없다"며 "정부가 모든 운행기록을 감시할 수 있도록 전자 기록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 한 운행기록부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차라리 법인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는 법인차 가격에 상한을 두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IT조선 박진우 기자 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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