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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송길영의 빅 데이터, 세상을 읽다] 창의가 제값 받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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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송길영 Mind Miner


지난 주말, 가구 소품이나 디자인이 돋보이는 일상용품들을 보여주는 라이프스타일 전시회에 다녀왔습니다. 벌써 이십 년도 넘게 해마다 열리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관람객들 손마다 가득 채워진 쇼핑백을 보니 최근 집을 꾸미는 일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습니다. 먼 훗날 큰돈을 모아 새집으로 이사하는 것을 막연히 꿈꾸기보다, 지금 당장 내 방의 소품을 바꿔봅니다. 지난 휴가 때 특유의 포근함이 감동적이었던 호텔의 침구를 내 방으로 가져오고, 지난 주말 시간을 보냈던 예쁜 카페의 의자를 내 주방으로 옮겨옵니다. 회사 사무실 김 대리의 책상 위에는 보기엔 마음에 들지만 딱히 쓸모는 없어 세칭 “예쁜 쓰레기”로 불리는 소품들과 굿즈들이 나란히 진열되어 있습니다. 친구들이 직접 집을 방문하는 일은 흔치 않아도 온라인 집들이로 나의 취향을 공유합니다. 한 달에 무려 100만명 넘게 방문한다는 사이트를 통해 다른 이들의 생활 공간을 들여다보고 서로 칭찬합니다. 먼 미래보다 지금의 삶을 제대로 즐기고픈 사람들이 늘고 있는 사회의 변화 모습을 보여주는 듯합니다.

중앙일보

빅 데이터 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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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풍경 중 특히 전 세계 유명 디자이너들의 가구나 소품들을 보며 감탄하고 스마트폰으로 인증샷을 찍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우리도 단순히 예쁜 것을 넘어 독창성과 고유성에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저명한 브랜드의 카탈로그 속 제품을 후미진 공장에서 십 분의 일 가격으로 만들 수 있다 자랑스레 이야기하는 나라에서 창의라는 부가가치는 싹조차 틔울 수 없습니다. 유명 패션쇼에 어제 오른 옷을 재빨리 카피하여 저렴한 가격에 내놓으며 패션 산업에서 경쟁력을 가졌다 우기는 시대는 이제 끝나고 있습니다

나무를 깎아내며 그곳에 앉을 사람을 생각하는 장인과 아름다움이라는 본능적 선호를 일생을 바쳐 추구하는 예술가들이 온당한 평가를 받는, 그들의 축적된 열정이 헐값에 팔리지 않는 사회가 오고 있습니다. 누구나 삶의 곤궁함에 대한 걱정 없이 창의를 펼치고 백아와 종자기처럼 상대의 창의를 존중하는 모습은 생존의 절박함을 넘어 취향을 향유하는 사회로 진화함을 증거합니다.

송길영 Mind M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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