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톈궁 1호는 우주실험실이라 표현하는 게 옳다. 길이 10.4m, 최대직경 3.35m에 무게는 8.5t에 불과하다. 우주인들이 중·장기로 체류해서 실험도, 관측도, 연구도 수행하는 진정한 의미의 우주정거장이 아니다. 중국이 발사하는 우주선과의 ‘도킹 연습’이 톈궁 1호의 주된 목적이었다. 실제로 톈궁 1호는 무인우주선 선저우(神州) 8호와 유인우주선 선저우 9호와의 도킹-재도킹 등의 임무를 완수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임무를 마친 인공위성이나 발사체는 철저한 통제 아래 지구상 바닷속으로 떨어뜨려야 한다. 하지만 톈궁 1호는 2016년부터 오작동을 일으키더니 결국 통제력을 잃고 지구로 추락하고 있다. 북위 43도~남위 43도 사이에, 3월 마지막주~4월 첫째주 정도에 떨어질 것이라는 막연한 전망뿐이다.
세계 인구의 절반은 육지의 10%에 살고 있는데, 이 면적은 지구표면의 2.9%에 불과하다. 미국인이 벼락을 맞고(140만분의 1), 한국인의 머리에 번개가 두 번 내리칠 확률보다 낮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톈궁 1호의 몸체가 고도 70~80㎞ 상공에 진입할 때 대기마찰열 때문에 대부분 소실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추락 1~2시간 전에 최종 낙하지점을 판단할 수도 있다. 남한에 떨어질 확률이 불과 3600분의 1이라는데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관계기관 대책회의까지 열렸다. 통제를 잃은 문명의 이기가 언제, 어느 곳에서 ‘나’와 ‘우리’를 해칠지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 때문이다. 톈궁 1호가 하늘궁전에 파문을 일으킨 것까지는 뭐라 말할 수 없다. 하지만 통제력을 잃고 지상세계 엉뚱한 나라에까지 소란을 피운다면 그것은 인류에 대한 민폐다.
<이기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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