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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트럼프 무역정책, 중국에는 "채찍" VS 동맹국에는 "당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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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백악관 루스벨트 룸에서 미 철강 노동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과 알루미늄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2018.3.9


중국에 500억 달러 규모 관세·벌금 폭탄

EU 등 동맹국엔 관세유예 '올리브 가지'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무역정책이 중국에는 ‘채찍’을, 미 동맹국들에게는 ‘당근’을 내미는 양면전략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중국에는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을 가하고,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압박(minimum pressure)”으로 작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가동시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는 500억 달러(약 53조원) 규모의 관세·벌금 부과 등 사상 최고 수준의 무역보복 패키지를 안기는 한편 한국과 유럽연합(EU), 일본, 호주 등 동맹국들에게는 수입산 강철·알루미늄에 부과하는 관세를 유예 혹은 면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NYT)와 블룸버그통신 등은 21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100여 가지 종류의 중국 상품에 500억 달러 규모의 관세를 물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를 근절시키기 위한 “최대한의 압박(maximum pressure)”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기업들이 합작투자 등의 형식으로 미국기업의 첨단 기술을 훔치는 행위를 더 이상 보고 있지 않겠다는 단호한 조처가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FT는 백악관이 이르면 22일 300억 달러(약 32조원) 규모의 추가 관세를 포함한 대(對) 중국 무역보복 패키지를 발표한다고 전했다.

◇ USTR 301조 근거한 대 중국 제재 조처 발표

라즈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내일(22일) 대통령이 미 무역대표부(USTR) 301조에 근거한 조처를 발표할 것이다. 중국정부 주도로 미국의 기술과 지식재산권을 훔쳐온 시장 왜곡 행위들에 관한 내용”이라고 미 언론의 보도들을 확인해 주었다.

이번 대 중국 무역보복 패키지는 중국의 만성적인 지식재산권 침해 악습을 근절시키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의지를 담은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는 300억 달러(약 32조원) 규모의 관세와 특정 상품에 대한 벌금, 중국기업의 투자 제한, 엄격한 비자발급 등의 보복 조처가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 한국·EU 등 동맹국에는 철강 및 알루미늄 관세 유예 검토

뉴시스

【내슈빌=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열린 미국농민연맹 정기총회에 참석해 농촌 지역에 인터넷 공급을 확대하는 등의 행정명령에 서명한 후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고 있다. 2018.01.09


FT는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EU 등 동맹국에는 ‘올리브 가지’를 내밀고 있다고 전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1일 미 하원 세입위원회 청문회에서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포고령이 EU에는 당장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현재 한국과 EU, 아르헨티나, 호주와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 협상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올리브 가지’ 전략은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동맹국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번 대 중국 무역보복 패키지는 그러나 22일 발표되더라도 당장 발효되는 것은 아니라고 FT는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기업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관세 부과 대상 품목을 결정하는 과정을 거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특정한 중국산 기술 제품에 대한 규제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기업과의 합작벤처 설립 등을 통해 탈취한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특정 제품들에 대한 보복을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또 중국기업들의 해외 첨단 기업 인수 과정에 중국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개입을 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이번 대 중국 무역보복 패키지에 중국기업의 첨단 기술 취득을 차단하는 항목이 포함된 이유다.

◇ 미중 무역 갈등 따른 미 소비자 피해 최소화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미중 간 무역 갈등으로 인해 미국 소비자들이 입을 수 있는 피해에 관해서도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USTR이 중국에는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고, 미국 소비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압박”만을 전달토록 하는 알고리즘을 가동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대해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키로 한 데 이어 또 다시 사상 최 고강도의 추가 무역보복 조처를 발표할 것이라는 소식에 미국 업계는 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수가 세계 양대 경제대국간 무역전쟁으로 번질 것으로 전망하기 때문이다.

이런 우려와 관련해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누구도 무역전쟁의 승자가 될 수 없다. 우리는 분명하게 무역전쟁을 원치 않는다. 그러나 뭔가를 해야만 한다. 만일 지속 불가능한 코스로 가고 있다면 이를 바꾸기 위한 뭔가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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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AP/뉴시스】미국무역대표부가 18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를 적용한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중재를 요청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진은 지난 14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기업의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를 조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보여주는 모습. 2017.08.01


◇ “트럼프 대통령, 역대 정권 실패한 전철 답습”

미중무역전국위원회(USCBC)의 수석 부회장인 에린 에니스는 “어떤 전략으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인지 지금으로서는 불분명하다. 관세를 통해 문제가 해결될지는 분명치 않다”라고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역대 미국정부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를 했지만 번번이 실패를 했으며, 트럼프 대통령 역시 똑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측에 미국이 원하는 특정한 목표 선도 제시하지 않은 채무작정 행동으로 먼저 옮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FT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불분명한 목표의 부재 때문에 공화당이 대 중국 무역보복 정책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 “미 무역정책, 위험한 갈림길 봉착”

케빈 브래디(공화·텍사스) 하원 세입위원회 위원장은 21일 청문회에서 미국의 무역정책이 고립이냐 글로벌 리더십이냐 중 하나를 택하는 “위험한 갈림길(a dangerous crossroads)”에 봉착했다고 우려했다.

브래디 위원장은 값싼 수입 강철 및 알루미늄으로 인해 많은 미국인들이 일자리를 잃었음을 인정했다. 또한 중국이 노골적으로 미국기업의 첨단 기술과 지적재산권을 훔치는 행위를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무차별 관세(indiscriminate tariffs)”는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나쁜 행실 때문에 미국 가족들과 노동자들이 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 물러서자는 게 아니다. 중국의 나쁜 관행 등 목표를 때리는 문제와 관련된 것이다. 우리의 동맹국과 미국의 다른 산업분야에 타격을 줘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sangjo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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