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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사설] 꼬리 잡힌 中 미세먼지, ‘국민 건강권’ 차원에서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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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제 폭죽 화학성분 유입 입증 / 저자세 대중 환경외교 탈피해 / 오염 유발에 적극적 대응 필요

우리나라를 시도 때도 없이 뒤덮는 미세먼지의 상당량이 중국에서 날아온 것이라는 결정적인 증거가 나왔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이 지난해 1월30일 대전의 미세먼지를 실시간 측정해 화학성분을 분석한 결과 칼륨 농도가 평소보다 8배 이상 높았다고 한다. 이 시기는 폭죽을 대량으로 터뜨리는 중국의 춘제(春節) 기간이다. 칼륨은 폭죽 산화제로 쓰이는 화학물질이다. 같은 날 전국 9개 도시는 대전과 똑같이 미세먼지 ‘나쁨’을 기록했다. 폭죽 미세먼지가 한반도로 날아들었다는 것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다.

많은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든다는 것은 기지의 사실이다. 환경부와 미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5∼6월 공동조사에서 중국의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한반도로 유입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 기간에 평균 34%의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날아왔다고 한다. 중국 미세먼지가 날아든 날만 따지면 그 비율이 훨씬 높다. 서울연구원의 분석 결과 2016년의 미세먼지 발생 기여도는 중국 등 해외 55%, 수도권 34%, 수도권 외 지역 11%였다. 중국이 대기오염 유발의 주범이라는 자료는 차고 넘친다.

하지만 중국은 과학적 입증을 이유로 들며 발뺌을 한다. 한·중·일 3국이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조사를 하고 있지만 중국은 결과 발표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증거를 내놓으라”고 되레 큰소리친다. 대기에 섞인 화학물질이 비슷한 점을 노려 진실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는 이런 억지를 무력화하는 ‘스모킹 건’이다. 중국은 이번에도 오리발을 내밀 셈인가. 중국은 책임 있는 자세로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협력에 나서야 한다.

우리 정부의 자세도 문제다. 왜 중국의 책임을 더 강력하게 묻지 못하는가. “명확한 증거가 없다”며 소극적 대응만 되풀이하니, 매년 여는 한·중 환경장관회의에서 논의는 겉돌기만 한다. 환경 협력에 합의했다는 발표가 이어지지만 실속 있는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식의 대응을 한 결과 중국발 미세먼지 해결은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미세먼지는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지난해 상반기 급성기관지염 환자는 처음으로 1200만명을 넘어섰다. 미세먼지와 무관하지 않다고 한다. 청와대는 대통령 발의 헌법 개정안에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는 조항을 넣었다. 환경부는 어제 미세먼지 기준을 더 강화하기로 했다 ‘나쁨’ 기준을 기존 51~100㎍/㎥에서 36~75㎍/㎥로 낮췄다. 헌법 개정안에 건강권을 삽입하고 환경기준을 강화한다고 미세먼지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국민 건강을 지키자면 중국발 요인을 제어하는 일이 중요하다. 앞으로 더 많은 과학적 자료를 축적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저자세 대중 환경외교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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