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토지공개념 개헌안 명시…거센 부동산 규제·과세 길 터줘

댓글 5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청와대가 21일 대통령 개헌안을 발표하며 공익을 위해 토지 재산권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토지공개념을 더욱 명확하게 규정한다고 밝히면서 부동산에 대한 규제와 과세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청와대는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을 명시한다고 밝혔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사회적 불평등 심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의 공공성과 합리적 사용을 위해 필요한 경우 특별한 제한을 하거나 의무를 부과하도록 하는 토지공개념의 내용을 명시한다”고 말했다.

토지공개념은 ‘진보와 빈곤’이라는 저서로 유명한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가 19세기에 처음 꺼내 든 개념으로 우리나라에는 부동산 투기 열풍이 불던 1989년 노태우 정부 시절 처음 도입됐다. 택지 소유 상한, 토지초과이득세, 개발이익환수 등에 관한 법률 등 토지공개념 3법이 당시 정기 국회에서 제정됐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사유재산권과 충돌한다는 이유로 토지공개념을 인정하지 않았고, 토지초과이득세법과 택지소유상한제에 위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그렇다고 헌법에 토지공개념에 관한 내용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헌법 제122조는 ‘국가는 토지소유권에 대해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제한과 의무를 과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고, 헌법 23조 2항에도 ‘재산권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해야 한다’고 돼 있다. 개인의 재산권도 공익을 위해선 제한할 수 있다는 의미가 폭넓게 담긴 셈이다.

앞으로 개헌안에 토지공개념이 구체적으로 담긴다면 정부가 부동산 규제를 가하거나 과세를 강화할 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당장 부동산 시장에서 이슈가 되는 토지개발에 따른 이익 환수와 부동산 소득 과세가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 재건축 열풍으로 논란이 제기되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토지공개념이 헌법에 명확히 규정된다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가 개인의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당위성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무주택 서민 등 취약계층의 거주권이 강화되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개발 이익에 대한 부담금 부과에 당위성이 부여될 것”이라며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올리기도 수월해 진 셈”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헌재가 지적했듯 개인재산권과 충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당장은 부동산 부자를 향한 적개심 때문에 토지공개념을 쉽게 말할 수 있지만, 앞으로 부동산 시장과 국가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담론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토지공개념 명시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있다. 김호균 명지대 경영정보학과 교수는 “토지공개념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헌법적인 토대가 마련돼야 현재 심화하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며 “부동산 자산의 경우 지나치게 편중 돼 있다 보니 시장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토지의 경우 공급이 제한됐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최대한 혜택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위헌 판정을 받고 폐지된 택지소유상한에 관한 법률과 토지초과이득세법이 부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진혁 기자(kinoeye@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